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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군대를 철수하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에는 반대했다. 1592년 히데요시가 고니시 유끼나가, 가토 기요마사, 쿠로다 나가마사 들을 시켜 20만의 대군으로 조선을 공격하도록 했을 때 이에야스에게도 ‘동쪽 다이묘의 총독’ 이라는 이름으로 출진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있었다. 이에야스는 “새로 내려주신 간토 지방을 다스리기 어렵기 때문에 여유가 없습니다”면서 출진하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1만5천명을 이끌고 나고야까지 가야 했다. △ 에도에 들어오는 조선통신사. 통신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부터 1811년까지 모두 12차례 일본에 갔다. 이때 히데요시 속셈으로는 이에야스를 조선침략군에 포함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의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출전을 명령해본 것이다. 히데요시는 자신이 직접 조선에 건너가 일본군을 진두지휘해야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에야스는 본심을 감추고 “그렇다면 저도 조선으로 건너가 선봉에 서겠습니다”고 대답한다. 그는 히데요시의 측근들이 히데요시의 직접 출진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히데요시와 한 묶음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논지를 성립시켜버렸다. 결국 히데요시는 조선으로 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에야스도 일본에 남게 되었다. 남아 있는 동안 이에야스는 특유의 인내작전으로 히데요시의 견제를 비켜나간다. 히데요시가 애첩에게서 낳은 어린 아들에게 지위를 승계시킬 생각이라는 것을 간파한 뒤 미리 알아서 실력자 두명과 나란히 그 아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서문을 제출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으로 죽어가는 히데요시로부터 그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정무를 대행해 달라는 부탁까지 받는다. 히데요시가 죽은 뒤 그는 5다이로(五大老)의 우두머리로서, 내대신으로서 히데요시의 측근과 협의해 바로 조선에 나가 있는 군대를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그 뒤 쓰시마의 종씨 가문을 통해 조선과 협상을 시작해 1609년 기유조약을 체결해 무역이 재개되고 관계가 개선됐다. 조선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내린 조처를 높이 평가해 호응한다. CEO들은 왜 그를 선호하는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동시대를 살았고, 시대를 통틀어 일본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들로 꼽힌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천하통일을 위해 온 생애를 걸었고, 두 사람(히데요시, 이에야스)은 실제로 통일천하의 맛도 보았다. 그러나 세 사람은 선명하게 구별되는 개성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세 사람은 두견새를 소재로 일본 특유의 단가인 하이쿠를 읊었다고 전한다.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 (오다 노부나가)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해야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하이쿠만을 보면 노부나가는 성격이 급하고, 히데요시는 노회하고 음모적이며, 이에야스는 바보같으면서도 둔중한 무게가 느껴지는 인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성격과 달리 세 하이쿠에는 세 사람이 당시의 시대적 요구를 어떻게 읽었는가를 반영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노부나가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히데요시는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론에 몰입을, 이에야스는 이 모든 것을 넘어선 시대의 성숙을 노래하는 셈이다. 한편 일본의 한 경영전문잡지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에야스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자신을 전국시대의 무장에 비유한다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2)후계자로는 어떤 타입의 무장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 두 물음에 대해 1위는 모두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나왔고, 2위는 오다 노부나가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각 기업에서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사람들은 (1)번 질문에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 타입이라고 대답한 사람으로 갈리었고 그 비율도 대체로 비슷했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보도되었다. 수성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최고경영자는 ‘수비는 최고의 공격’이라고 본 이에야스를 선호하고, 공성을 해야 하는 처지라 할 수 있는 차세대 경영인들은 각각 전국시대를 헤쳐간 세 인물로부터 저마다의 강점을 찾아내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