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지천하대본야!(農者之天下大本야也: 농민이 천하의 근본). 농기를 든 풍물패가 풍년을 기원하며 울리는 농악 소리는 절로 어깨춤을 추게 한다. 지난 주말 김제 벽골제 지평선축제에서 제27회 대통령배 전국농악경연대회가 열렸다. 전국 농악 경연대회 중 유일한 대통령배인 만큼 그 열기는 뜨거웠다. 전국 지역 농악을 대표하는 팀들이 참가하여 우리 전통 농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날 축제 특설무대에서 공연된 경연에서 4살부터 농악을 배워, 행사 당일 6살 최연소 참가자, 김선우 악공이 소속된 김포향산농악보존회가 시연한 웃다리 농악이 최고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김선우 악공이 복색을 갖추고 장정 두 명의 무동 꼭대기에서 보인 오무동의 기예는 정말 감탄을 자아냈다. 시상식을 마치고, 헤어지는 시간에 아이를 만나 물어보았다. 농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이 어디냐고? 어린 악공은 아버지(의령집돌금농악단 지도자, 송진호 명장 친구) 어깨에 무동 탄 것이 가장 신났다며 엄지척을 보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는데 선우 군의 창창한 앞날이 기대된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 풍년을 기원하며 아울러 선우 군이 훌륭한 명인으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란다. 농업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고 했다. 하여 농악(農樂: 농부들이 꽹과리, 징, 장구, 북, 태평소 따위로 하는 음악 및 탈춤이나 곡예를 곁들여 하는 민속놀이)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풀이해 보고자 한다.
농사 농(農)은 정수리 신(曲=囟의 변형)에 새벽 신(辰=晨)이 더해진 글자다. 농부가 새벽부터 정수리에 수건을 쓰고 밭에 나가 곡식을 가꾼다 하여 ‘농사’의 뜻이 되었다. 신(囟)은 한자에서 '정수리'를 뜻하는 상형문자로, 주로 갓난아이의 머리 윗부분, 특히 뼈가 굳지 않아 열려 있는 숫구멍(두개골의 봉합선)이 있는 자리를 본떠 만들어졌다. 신문(囟門, 숫구멍), 신전(囟塡, 어린아이의 정수리가 붓는 병), 신종(囟腫, 숫구멍이 부어오르는 병증)이 좋은 용례이다.
새벽 신(辰)은 별, 새벽, 아침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辰자는 농기구 일종을 그린 것이다. 예부터 농사를 짓는 일에는 반드시 쟁기, 호미, 삽 등 농기구가 필요했다. 농사를 뜻하는 농사 농(農)에 辰자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즉, 농부가 새벽부터 농기구를 손에 들고 밭으로 나가 정수리가 땀으로 흠뻑 젖어질 때까지 일하고 일하는 것이 농사인 것이다.
풍류 악(樂)은 실 사(幺幺=絲)에 흰 백(白)과 나무 목(木)이 결합 된 한자이다. 다시 말해 樂자는 본래 악기의 일종을 뜻했던 글자였다. 갑골문에 처음 등장한 모양을 보면 絲(실 사)에 木(나무 목)이 결합한 모습으로 가야금이나 거문고 같은 현악기를 표현하였다. 실을 튕겨 소리를 내는 나무로 된 악기(木)와 현, 즉 줄(幺幺)을 표현한 것으로‘음악’이나 ‘즐겁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白(흰 백)이 더해지게 되는데, 이것은 줄을 튕길 때 사용하는 흰색 피크를 뜻하기 위해서였다. 덧붙여 흰(白) 술(막걸리)를 마시며 떠들고 노래하는 모습에 악기를 연주하며 흥겁게 노래한다는 뜻도 내포하는 한자다. 음악(音樂: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주로 즐거운 소리를 소재로 하여 나타내는 예술), 악성(樂聖: 성인이라고 이를 정도로 뛰어난 음악가)이 좋은 용례이다.
지평선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필자가 참여한 의령집돌금농악단은 장려상을 받았다. 귀가하는 관광버스 안에서 조선 후기 이덕무가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서 말한 경구로 단상(斷想)에 젖어보았다.
‘옛날과 지금은 큰 순식간이요, 순식간은 작은 옛날과 지금이다. 순식간이 쌓여서 문득 고금(古今)이 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수없이 서로 갈마들어 끊임없이 새것이 생겨난다. 이 속에서 나서 이 속에서 늙으니, 군자는 이 사흘에 마음을 쏟는다.’ 지나간 어제가 까마득한 옛날 같고, 백 년 세월도 눈 깜짝할 사이다. 시간은 상대적이어서 길이를 따질 게 못 된다. 어제는 후회 없이 잘 살았는가? 오늘은 잘 살고 있는가? 내일은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까? 모름지기 지혜로운 자라면 다만 이 사흘을 마음에 두고 매일 매일 충실할 뿐이다. 많은 이가 옛일을 잊지 못해 마음을 썩이고, 앞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낭비한다. 오늘 없는 어제는 후회요, 오늘 없는 내일은 근심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사흘’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의령집돌금농악단을 구성하는 단원은 평균 60대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젊은이들과 같이 민첩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기예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착념삼일(着念三日: 오늘 없는 어제는 후회, 오늘 없는 내일은 근심)을 마음에 새기며 매주, 매주 농악 연습에 최선을 다한다면 머지않아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천재가 꾸준한 노력을 못 이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 맞는 얘기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되, 참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때, 네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경구도 있다. 상을 탄 팀이나 등수에 들지 못한 팀이나 모두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며 풍물로 노래했을 것이다. 기후 변화로 농가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풍년이 들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집에 돌아와 보니 매일 매일 꽃을 피운다는 일일초가 고운 분홍색 꽃을 피우며 필자에게 미소를 던져 주었다. 착념삼일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듯했다.
| 農 | = | 曲=囟 | + | 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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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 농 |
| 정수리 신 |
| 새벽 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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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樂 | = | 幺幺=絲 | + | 白 | + | 木 |
| 풍류 악 |
| 실 사 |
| 흰 백 |
| 나무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