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정책논평]
거꾸로 가는 ‘저출산․고령사회’ 정부계획,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대책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비해 복지체계 대대적 전환 필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11~15) 시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 시안을 바탕으로 9월 14일 공청회를 열어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추진한 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10월 중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시안을 보면, 관련 계획이 오히려 이전에 비해 후퇴되거나 각 부처의 제도 개선 사항 등을 일부 모은 것에 불과한 상황이다.
거꾸로 가는 대책
보육비 지원 계획을 먼저 보자. 정부는 이번 시안에서 보육․교육비 전액 지원 대상자를 소득 하위 50%에서 2012년까지 소득하위 70%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009년 당시 정부가 밝힌 “아이사랑플랜”에 따르면, 2012년까지 소득하위 80%까지 보육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다. 소득하위 80% 확대에서 오히려 10% 후퇴한 안에 불과하다. 게다가 직장보육시설에 대한 의무이행 강제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미 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를 도입하는 실효성 없는 제도 개선책을 내놨을 뿐이다.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2012년 틀니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 역시 이전에 정부가 밝힌 계획에 비해 후퇴한 안이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에 이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계획에는 2012년부터 75세 이상 노인에게 5년에 한 번씩 비용의 5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안에서는 이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대폭 후퇴한 상황이다.
생색만 내는 대책
둘째아 이상부터 고등학교 수업료를 지원하겠다고 하나, 2011년 출생아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2011년 출생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연령이 되는 2027년에서야 둘째아에 대한 고등학교 수업료 지원이 겨우 시작된다는 말이다.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교육 시행 논의가 있는 상황에서 첫째아를 아예 제외하고, 현 정부가 아닌 16년 후에서나 시행될 제도 개선안을 내는 것 자체가 우습기만 하다.
셋째아 이상 공무원의 퇴직 후 재고용, 셋째아 이상 가정 주택 지원 등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으나, 한 명 낳아 기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제도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핵심 원인은 한참 비켜간 대책
노인 일자리 역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하나, 노인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는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등의 보장성이 약해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길이 없기 때문인 까닭이 크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기초노령연금 인상,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정책이 필요하지 월 20만원 내외의 노인 일자리 확대가 대안이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 더 이상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나이는 남성 71.2세, 여성 67.9세로, OECD 가입국 평균인 63.5세, 62.3세에 비해 5.6년~7.7년 더 일하며, 60세 이후에도 7.9년~11.2년을 더 일하는 상황이다.
큰 기대를 모았던 육아휴직급여 정률제 역시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비정규직 중 48%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에 미 가입되어 있고, 설령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기업 문화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함께 병행되지 않고서는 육아휴직급여의 정률제 도입이 원하는 만큼의 실익을 가져다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소리만 요란만 빈 수레 대책, 원인에 따른 종합적 대책 필요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저출산의 원인으로 소득․고용 불안정과 과도한 결혼 비용, 자녀 양육비용 및 사교육비 부담 증가, 양육시간 분담의 여성 집중화,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을 꼽았다. 이는 정부만이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끊임없이 거론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다. 노인 인구는 2050년 세계 최고 수준인 38.2%에 육박할 상황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복지 체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은 예전 계획에 비해서도 후퇴하거나,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하다.
적어도 정부가 밝힌 원인에 따라 대책이 수립되어져야 한다. 소득․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비정규직 급증 해소, 사교육비 문제 해결, 양육비용 해소 및 양성 평등한 가족․기업 문화 정착,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에 보다 무게를 실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 맞게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등 9.2%에 불과한 공적이전소득을 높여, 편안한 노후생활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해 노인틀니 등의 즉각적인 건강보험 적용도 필요하다.
계획만 있고, 관련 예산을 축소시키는 일 역시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현재 4대강 사업, 부자 감세 등으로 정부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이 자꾸 거꾸로 가고 있다. 2009년에도 복지 대책, 친 서민 대책은 요란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제도 집행 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신규 이용자의 서비스 신청 자체를 금지하거나,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구실로 서비스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이용 대상자 자체를 제도적으로 막아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2010년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1%인 536만 명이고, 2009년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른 복지 체계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며, 전국가적 대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 그럴 때만이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적 위기에 대응한 적절한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9월 10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