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의원과 이석기 의원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의원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모두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 D 아파트에서 한때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적힌 이 의원의 자택 주소는 사당동 D 아파트 9동 130ㅁ호였다. 2008년 5월 10일 이 아파트를 매매한 이 의원은 혼자 이곳에 거주해 왔다.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은 “(이 의원은) 오전 6시 반쯤 출근해 오후 11시 넘어서 집에 들어왔는데 혼자 살았던 걸로 알고 있다”며 “항상 기사가 집 앞에 데려다줬는데 주차는 아파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바로는 이 의원은 올 5월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는 곳을 옮기긴 했지만, 이 아파트의 현 소유주는 이 의원이다.
D 아파트 매물을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 관계자는 “9동 13층의 현재 매매가는 5억”이라며 “이 의원이 아파트를 사들였던 2008년에는 6억 정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위해 이곳을 덮쳤을 때 자택 벽에는 ‘이민위천(以民爲天·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중국 역사서 사마천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 글귀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父子)가 강조하는 좌우명이다.
안 의원 살던 집 옆집으로 이사 간 이석기
안 의원은 지난 1989년 12월 사당동 D 아파트 9동 130ㅁ호에 입주했다. 이 의원의 자택 바로 옆집이다. 입주 시기만 맞았어도 두 의원은 이웃사촌이 될 뻔했다.
안 의원에게 D 아파트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안 의원이 이 아파트의 입주권(속칭 딱지)을 1988년 4월, 사당 제2구역의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본인 명의로 산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당2구역 재개발’은 건설업체가 고용한 수백 명의 철거반원이 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돼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었다.
안 의원은 D 아파트와 관련, “어머니가 직접 장만해 준 집”이라고 설명했지만, 증여세 납부 여부 등이 논란이 되자 “축의금, 결혼자금 등을 모아 부모가 신혼집으로 마련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 의원은 2000년 10월 30일 이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등기부증명서 등을 살펴보면, 안 후보는 2000년 10월 30일 매도하면서 서울 동작구청에 제출한 검인계약서에 거래가격을 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2000년 7월 이 아파트의 국세청 기준시가는 1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안 후보는 기준시가보다 8000만원 정도를 낮춰 신고한 것이다. 또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당시 이 아파트 31평형의 시세는 최저 2억1000만원에서 최고 2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안 의원은 1가구 1주택자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다운계약서로 이익을 보진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는 쪽에서 취득세·등록세를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 작성을 안 의원 쪽에 요청했을 것이고 안 의원이 이를 용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D 아파트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됐던 시기(2012년 9월) 안 의원은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같은 시기에도 살았을까?
시기는 다르지만 안 의원과 이 의원이 각각 서울 시내 재개발 구역 가운데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격렬했던 지역 중 한 곳이었던 사당동 D 아파트 9동 13층에 살았던 점은 우연이라곤 하지만 눈길을 끈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2동과 9동이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이라며 “전망 좋은 곳을 찾다가 생긴 우연일 것”이라고 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또 있다. 이 의원이 9동 130ㅁ호를 매매하기 전 어머니가 같은 아파트 13동 10ㅁ호에 전세를 살았다는 점이다. 이 의원이 어머니와 함께 1990년대부터 이곳에 전세를 살았다면 안 의원과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았던 것이 된다. 안 의원은 1989년 12월부터 1993년까지 4년을 이 아파트에서 거주했다.
이 의원이 D 아파트에 언제부터 살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의원 측 관계자에게 문의했지만 “또 무슨 기사를 쓰려고 하느냐”는 말만 되돌아왔다.
과거 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의 어머니는 2003년에도 D 아파트 13동 10ㅁ호에 거주하고 있었다. 2003년 6월 24일자 《경향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6월 24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D 아파트 13동 10ㅁ호.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위반으로 11개월째 복역 중인 이석기(42)씨가 어머니 김복순(85)씨를 보자마자 두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큰절을 올렸다. 이씨는 이날 1주일간의 특별휴가를 받아 노모와 상봉하게 됐다. 자궁암 3기로 투병 중인 김씨의 병세를 감안해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휴가를 허용한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언제부터 이 의원의 가족이 D 아파트에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