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업종 폐지시 20년 노하우 국가적 손실… 복합재난 대응 존속시켜야
3만 학·경력기술자 일자리 소멸 ‘우려’… 정부 최대 목표 일자리정책과도 역행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건설업종 개편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시설물유지관리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대형업종에 편입되는 소규모 전문업종과 폐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시설물유지관리업 등에서 실업자 양산이 우려, 정부 최대 목표인 일자리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7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산업 혁신위위원회를 통해 전문건설업 29개 업종을 14개 업종으로 대업종화하고, 시설물유지관리업을 3개 업종으로 전환하는 건설업종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전문건설 대업종화를 위해 공종간 연계성과 시공기술의 연계성, 발주자 편의를 고려한 전문업종 체계를 ▲기반조성 ▲구조물설치 ▲내·오부 마감 ▲조경 등 공사 단계별로 유사업종을 대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기존 업종의 입찰참여를 제한시키고, 교육이나 자격제도를 신설해 전문기술자를 보유한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이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사실상 현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의 폐지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건설업계 관계자들 대부분 반대하는 기류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시설물유지관리는 분야별로 영역을 남겨둬야 한다”며 “도로 순찰 점검시 각 공종별 긴급보수 요구 때 복합보수가 가능한 특화 전문업종이 존속돼야 안전과 품질보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물유지관리업 관계자도 “시설물의 보수·보강공사에 사용되는 신기술·특허가 개발될 수 있던 이유가 유지관리란 새로운 건설분야를 제도화했기에 가능했다”며 “혹여 업종이 폐지되고 종합·전문업에 편입될 경우 오히려 기술과 경험은 사장되고, 많은 유지관리 기술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특히 서울대 건축학과 건설기술연구실에서는 정부 ‘제5차 국토종합계획’(2019년)에서 산업단지와 관광지, 인프라의 노후화를 지적했다. 이에 현 유지보수시스템 장점을 인정하고, 미래 대형 복합재난 증가에 대한 통합적 대응을 위해 현 시설물유지관리업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지보수 시상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업종 간 갈등 차원 접근이 아닌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업시키너가 실업자를 양산하는 방향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전문건설업 대업종화 역시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는 “전문업종을 대업종화해서 상호실적을 인정하면 그동안 수행한 공사와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며 “대업종을 하게 되면 지방의 전문업체 3분의 1 이상이 업체가 대형화되기에 결국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업종이 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전문건설업의 대업종화시 전문과 종합건설업의 상호 시장 진출은 단일 업종 내 경쟁자 수의 증가로 즉각적 기술경쟁 촉진의 효과 발생이 가능하나, 투자대비 효과가 높은 공사 집중으로 기존 전문건설업의 소규모 직접시공분야 경쟁은 감소하고, 이는 전문분야 직접시공기술력 감소와 협력관계의 변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 관계자는 “대업종화가 되더라도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기술을 키워나가면 오히려 발주자들이 전문성을 갖춘 업체를 선별하는데 더 효율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칸막이에 갇혀 안주하는 업체가 없도록 하는 것이 건설산업 혁신의 최고 목표 중 하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