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의미 있는 광복절 보내셨을까요?
저희는 안중근 의사 후손인 소영씨와 함께 차회를 가졌답니다.
작년에 2급 사범을 수료한 다은씨를 포함해 3명의 차린이들과 차린이라고 부르긴 어려운, 특별 게스트 수민씨도 함께 했어요.
소영씨와 수민씨가 마련해 주신 차회였는데 원장님께서 이렇게나 고운 다과상도 차려주셨어요.
오늘은 어쩌다보니 홍차를 많이 마시게 되었는데 소영씨가 가져온 초코 케이크, 치즈 케이크, 와사비 완두콩도 잘 어울렸어요!
다실에 들어설 때부터 은은한 향내음이 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원장님께서 여름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나서 침향을 피워두셨다고 해요.
지난 주 차수업 때 보았던 감나무 개완과 세트인 그릇에 가습기도 틀어져 있었는데요. 그릇에 담긴 건 그냥 물이 아닌 자스민 차였어요! 그래서 침향을 피워두지 않았다면 다실에 자스민차 향이 그윽하게 퍼졌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자스민차와 자스민 꽃차도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자스민차는 꽃차와는 달리 찻잎에 자스민 꽃의 향을 가향한 차라고 해요. 처음으로 향기를 맡아봤는데 향수와는 달리 독하지 않고 자스민향이 물에 녹아난 듯 달콤했어요.
차는 향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해요. 그래서 신발장이나 냉장고에 두면 탈취효과도 좋다네요.
처음으로 시음해 본 차는 수민씨가 대만에서 사 온 일월담 홍차였어요. 대만의 인공호수 일월담에서 나는 차나무로 만든 차라서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맛과 향이 구수하며 달달하다고 생각했는데 원장님께선 젊은 시절 처음 배울 때 고구마향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러고 보니 향도 그렇지만 수색도 진한 호박고구마를 닮은 것 같네요.
두 번째로 마신 차는 역시나 수민씨가 가져온 린화타이. 사진을 찍어두진 못했네요..
위의 일월담처럼 수민씨는 차를 보관할 때 이름과 산지, 분량, 간단한 특징을 적어뒀던데 린화타이에는 honey flavor라고 적었더라고요. 정말 벌꿀같은 단향이 나는 홍차였어요. 이 꿀향을 밀향(蜜香)이라 하고, 그래서 린화타이를 밀향홍차라고도 부른대요.
고등학생 때부터 차를 즐겼다고 하는데 혼자 공부하면서 어떻게 대만에서 이런 좋은 차를 사올 수 있었는지 차린이 입장에서 정말 신기해요!
세 번째는 개인적으로 언제 마셔도 호불호 없이 좋아하는, 목책 철관음. 원장님이 일월담 하면 고구마를 떠올리셨듯 전 항상 좋은 철관음을 마실때면 쑥떡 같은 향이 나는 것 같아요.
아래는 세 종류의 차의 엽저예요. 홍차와는 확연히 색이 다르네요.
네 번째 차는 제가 고민하다 가져온 소종 8310.
작년에 배웠던 정산소종의 훈연향이 마음에 들어 올해 차문화대전에서 훈연향이 강한 농연훈의 소종차를 사 보았거든요.
향이 아주 강한 탓에 호불호가 심히 갈려 들고올지 말지 고민스러웠는데 아니나다를까 소영씨에겐 좀 강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원장님께서 맨드라미 꽃과 블랜딩을 해 주시고 차에 관련된 이야기도 해 주셔서 정말 잘 들고왔다고 생각했어요!
위에서 찻잎은 향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다고 썼는데 이 지역은 소나무를 이용해 찻잎을 훈연시켜서 소나무 탄향 - 송연향이 입혀져 특유의 스모키한 향이 난다고 해요. 향이 강해 다른 차와 섞어도 그 향이 살아남아서 블랜딩하기 좋은 차라고 합니다.
감나무 수반 앞의 숙우는 소종 8310만 우려낸 찻물이고, 원장님께서 들고 계신 숙우는 맨드라미와 블랜딩한 찻물이예요.
맨드라미 꽃과 블랜딩하니 확실히 수색이 예뻐졌어요. 사실 맛과 향의 차이를 크게 느끼진 못했지만 수색도 그렇고 맨드라미 꽃이 엽저와 섞인 모습이 정말 예뻐서 시각적으로 훨씬 즐거워졌어요!
마지막은 지난 주 2급 사범 2학기 개강 차회 때 원장님께서 특별히 준비해 주신 목향꿀 침향차. 비싼 가격에 망설였지만 집에 돌아가도 생각이 나서 결국 구매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차회때 같이 마시려고 했는데 원장님께서 그건 집에 들고가서 남편이랑 같이 마시라고, 다심원의 목향침향차를 내어 주셨어요.
차회를 하며 나오는 여러 대화들 사이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는데 원장님은 젊은 시절엔 등나무를 엮어 바구니, 수납장, 의자 같은 등가구도 직접 만들어보셨다고 해요. 요즘 동남아시아에서 유행처럼 사오는 라탄가방, 라탄그릇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아래 바구니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겉에 한지를 덧입힌 거라고 하는데 목재의 느낌이 나면서도 한지를 써서 나무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게 특이하더라고요.
아는 게 많은 새로운 차생활 벗도 생기고, 좋은 차도 많이 마시고, 즐기러 왔다가 배워가는 것도 가득한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건넛방 다실의 다화도 아름다워서 찍어보았어요.
여름날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 주신 소영씨와 수민씨, 함께 해주어 자리를 빛내준 다은씨, 그리고 이 모든 걸 준비해주신 원장님 모두 감사드려요!
첫댓글 그 때 그 얼굴들,
그 얼굴들은 기쁨이요 흥분이었다.
그 순간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요 보람이었다. 가슴에는 희망이요,
천한 욕심은 없었다.
누구나 정답고 믿음직스러웠다.
누구의 손이나 잡고 싶었다. 얼었던 심장이 녹고 막혔던 혈관이 뚫리는 것 같았다. 같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모두 다 '나'가 아니고 '우리'였다.
-피천득 ‘1945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