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세례, 곧 죽을 위험 중에 있는 어른이 세례를 받기 위한 조건 중에는 임종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 적어도 기본 교리(즉 천주존재, 삼위일체, 강생구속, 상선벌악)를 설명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55조 1항 2). 이미 설명한 '강생'과 함께 기본교리 중 하나로 묶여 있는 '구속(救贖, Redemtio)' 에 대해 알아봅시다.
성자께서 사람이 되신 것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이며 성부께서는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할 속죄 제물로 당신 아드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완성되었습니다. 구속(救贖), 라틴어(Redemtio) 로 는 구원, 속량, 대속과 같은 말로도 번역할 수 있으며 본래는 몸값을 받고 죄인을 풀어주어 자유인이 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인들이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속죄 제물로 바치던 어린 양과 같이 예수께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름으로써 우리 모두의 죄를 없애 주시고(가톨릭 교회 교리서 608항) 인류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셨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도 부릅니다.
복음이 전하는 예수의 공생활에는 유다인들, 특히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과 같은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 대립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율법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동은 그들에게는 하느님을 모독하고 거짓 예언을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74-575항 참조).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하느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죄의 용서를 행하신 예수께서는 이를 통해 당신께서 구원자 하느님이심을 드러내셨으나 유다인들은 오히려 그분을 신성모독자로 판단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590. 594항 참조) . 결국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시게 된 것은 이런 대립의 결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은 불행한 상황들 때문에 우연히 생겨난 일이 아니며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가도 해서 예수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써 놓으신 각본을 수동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느님의 계획에는 각 사람의 자유로운 응답까지도 포함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예수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배신자 유다나 최고의회, 빌라도, 그리고 십자가형을 외친 군중들과 같은 사람들의 무지에서 나온 행동을 허락하셨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600항 참조).
인류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당신 아드님을 죄 때문에 타락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의 모습으로 보내주시고, 죄 없는 분을 죄인으로 만드시어 우리 모든 죄인과 연대하게 하시고 그 모든 죄를 대신하여 짊어지게 하심으로써 우리를 위한 놀라운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602항 참조) . 강생하시는 첫 순간부터 이 사랑의 계획에 순명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 구속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셨고 결국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심으로써 이 사랑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606-607항 참조) .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기의 생명을 속죄 제물로 내놓은 희생 제사를 완성하셨고, 그리스도 안에 함께 하시는 그분의 신성은 모든 사람들을 당신 안에 품으심으로써 그분의 희생 제사를 모든 사람을 위한 제사가 되게 하셨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615-616항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