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석법림(釋法琳)
법림의 성은 악(樂)씨며, 진원(晋原)의 임공(臨邛) 사람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촉군(蜀郡)의 배사(裵寺)에 머물렀다. 오로지 계품을 좋아하여, 『십송률』로 마음을 갈았다. 항상 촉 땅에는 좋은 스승이 없음을 한탄하였다. 불현듯 승은(僧隱)이 촉에 이르자, 법림은 곧 송곳으로 찌르며 자기를 이겨내기를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다.
승은이 섬서(陝西)로 돌아갔다. 다시 몇 해 동안 그를 따르며 공부하였다. 모든 부의 율장을 마음 속 깊이 훤하게 다하였다.
그 후 촉으로 돌아와서 영건사(靈建寺)에 머물렀다. 그러자 익주(益州) 고을의 비구와 비구니들이 종사로 받들지 않음이 없었다.
그는 항상 안양정토에 태어나기를 기원하였다. 늘 『무량수경』 및 『관음경(觀音經)』을 독송할 때마다, 문득 한 사문이 나타났다.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컸다. 항상 법림 앞에 있었다.
북제의 건무(建武) 2년(495)에 이르러 병으로 누웠는데 낫지 않았다. 생각을 서방정토에 쏟아 쉬지 않고 예참하였다. 모든 현인과 성인이 다 눈앞에 모이는 것이 보였다. 곧 제자들을 향해서 그가 본 것을 말하였다.
“죽은 후에는 몸을 불사르라.”
말을 마치자 합장한 채로 세상을 마쳤다. 곧 신번로(新繁路) 입구에 나무를 쌓아 시신을 태웠다. 그러자 연기와 불꽃이 하늘을 찔러, 사흘 후에야 다하였다. 유골을 거두어 곧 그 자리에 탑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