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라고 비난하기 전에
양궁 선수 안산이 어느 일본풍 주점을 보고 SNS에 ‘매국노’라고 올린 것이 파장을 일으켰었습니다. 빨리 사과를 해서 일단락되었지만요. 모든 게 일본식인 그 식당이 한국인의 정서로 보면 좀 불편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건 지나친 일입니다. 그 선수도 일본 제품을 쓰고 있고 일본 인형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잤답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일본 것을 먹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그걸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 먹는 우리가 더 매국노일 겁니다. 또 일본 것을 사용한다고 매국노라면 너무 시대착오적인 태도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남을 정죄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친일파라고 매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100세가 넘은 김형석 교수는 어느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 강점기 때는, 사회 각 분야에서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앞서면 그것이 애국자로 인정받았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 ‘높은 자리’에 있었던 걸 친일파로 매도한다고요. 김 교수님이 중학생 때 교장은 신사 참배를 수용해서 폐교를 벗어났고 그래서 그가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고요.
그후로도 학교를 다니기 위해 신사참배를 했지만 그때마다 모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했다고요. 지금이니까 쉽게 친일파, 매국노라고 욕하지만, 사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함부로 비난해선 안됩니다.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삶을 살아야 했을 겁니다.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자식을 기르고, 부모님을 봉양하고, 꿈도 꾸어야 했을 겁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남을 정죄합니다. 예수님이 그러지 말라고 하셨는데도요.
이번에 유명한 일본인 미국 프로야구선수 오타니가 한국에 왔습니다. 오기 전에 자기 SNS에 한국말로 한국방문이 ‘기다려지다’라고 쓰고 태극기까지 올렸습니다. 실력도 세계 최고지만 성품 좋기로도 유명한 그는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일본인인 그가 미국에서 야구를 제일 잘해서, 나는 그를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젊은 세대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요. 내일부터 고난주간이 시작됩니다. 남의 눈의 티보다 내 눈의 들보를 보게 해달라고,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일을 더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3월 24일 주일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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