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시론
니힐
아이스크림을 핥는다
날계란을 깨뜨리고
노른자를 뺀 흰자만 유유 200리터
설탕 50그람을 섞은 그릇
약한 불로 돌려가며 거품이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시곗바늘처럼 젖고 젖으면 아아아아아이스크림
탄수화물이자 비만과 당뇨
냉장고 문을 드나들며
세상을 얼렸다 녹이는 아이스크림이 됩니다
당신이 시인이라면 시인은 정직해야 합니다
나는 이상이라는 이상한 시인을 경멸합니다
왜냐고요 시라는 것도 여러분들이 읽고 느끼는
상상력 말하자면 문학은 성장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특권을 싫어합니다
시를 쓴다고 시인들만의 말놀이 대잔치라면
그게 무슨 시가 될는지요
나는 적어도 시라면 시를 쓴 시인의 잔잔한 마음
글밭을 따라 여러분들이 잡초를 뽑고 헐렁한 줄을
탱탱하게 당긴 시심을 여러분 가슴으로 느끼길 바랍니다
ㅎㅎ 뜨거운 또는 격한 등등 이런 표현은 문학사적으로
반공이데올로기하고 하긴 합니다
아이스크림이 혀에 부딪혀 날름날름 녹아요
시를 아끼고 시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시인입니다
사랑하는 시인 여러분 시라는 깊은 맛을 보여주십시오
양은냄비에 수도꼭지 가나안의 젖 적절한 비유를 틀어
삶과 죽음이라는 낯섦과 환유라는 끔찍한 저승
말도 안 되는 직유와 과장으로 콸콸 불어 터진
라면 이를테면 농심 삼양 오뚝이 같은 시
요즘은 시도 정직한 목소리를 밑줄 긋지요
걸핏하면 거짓말이 탈로 나는 목소리를
세상 누가 복사하여 퍼 나를는지요
글쎄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시학이 결국
카타르시스라지만 플라톤은 시인추방론을 외쳤다지요
그게 다 심성이 바르지 못한 시인들 탓이랍니다
시의 이데아란 곧 시인
시인이 꿈꾸는 이데아란 곧 세상을 바꾸는 시
플라타너스여 너는 아는가
나는 시를 플라타너스가 아닌 나의 공터에다 심어요
연필이 아닌 키보드 좌판 비록 독수리타법이나
일목조연하게 편집된 규격화된 언어
아이스크림이 녹아요
해가 녹아요
노을이 녹아요
하루가 녹아요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세상 모든 얼음들이 목마와 소녀처럼
폭포가 되어 녹아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