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제봉 기슭으로 올라
칠월 중순 셋째 주말이다. 전날 아침 산행에서 날이 밝아온 하늘은 흐려 낮부터 비가 예보되어 우산을 챙겨 나섰더랬다. 불모산 숲으로 들어 영지버섯을 채집 맑은 물이 흐르는 계류에 손을 담가 땀을 씻고 나왔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은 장마철이면 수량이 넉넉할 텐데 그렇지 못해 성주사 수원지는 바닥이 드러난 상태였다. 우리 지역은 장마라도 물 부족을 겪는 수준이다.
아침나절만 불모산 숲을 누벼 영지버섯을 얼마간 찾아내 하산해 집으로 돌아오도록 비는 오지 않았다. 한낮이 되자 기온이 높아져 습도가 거들어 선풍기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올해 들어 에어컨을 처음 가동했다. 점심 식후 모처럼 낮잠을 잔 행복을 누렸다. 자연학교 학생에게는 노상이나 트레킹 도중이어서 시내버스로 이동 중을 제외하고 오수를 즐겨 봄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다.
낮잠을 자고 난 초저녁 평소보다 이르게 하루 일정을 생활 속 글로 남기고 심야는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었다. 대산 평생학습센터 작은 도서관 독서 동아리가 선정한 도서로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이다. 출판이 제법 오래된 책이지만 내가 나가는 독서 동아리 다음 달 선정 도서다. 이번 달 모임은 다음 주말 갖는데 정한 책은 대만 언어학자 ‘아주 느린 작별’로 이미 읽어두었다.
새날이 밝아온 토요일 새벽이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 산행을 다녀와 점심나절 이후는 집에 머물까 싶다. 어제도 온다는 비는 오지 않았는데 낮부터 강수가 예보되어 배낭에는 얼음 생수와 함께 우산을 챙겨 다섯 시 이전 현관을 나섰다. 외등이 켜진 아파트단지 경내 운동 기구에서 기본이 되는 체력을 단련했다. 자가발전 입식 자전거를 삼십 분 탔더니 몸이 가뿐해졌다.
시내로 가는 버스로 시청광장을 돌아간 상남시장에서 삼정자동으로 가는 106번으로 바꿔 탔다. 이른 아침이라 승객은 나뿐이었는데 불모산동 종점을 앞둔 아파트단지에서 내렸다. 등산로로 드는 산책 데크를 오르자 건너편 안민고개와 장복산 산등선으로 구름이 걸쳐져 장마다운 풍경이었다. 삼정자동 마애불 가는 길섶은 칸나를 비롯한 여름꽃들이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피었다.
용제봉과 상점령 가는 등산로는 웬만한 소방 임도로 여겨도 될 정도로 넓었다. 길섶에 조경수로 산수국과 철쭉을 심어 꽃을 피워 저문 이후였다. 새벽 일찍 산행을 마치고 맞은편에서 나오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나는 그냥 산책으로 머문 산행이 아닌 의미가 있는 발걸음이다. 어제 불모산과 마찬가지로 용제봉 산허리로 올라 영지버섯을 찾아 나올까 싶어 산으로 드는 중이었다.
상점령으로 나뉜 갈림길에서 용제봉 방향 숲으로 들었다. 개울을 앞두고 등산로를 벗어나 개척 산행을 감행해 숲을 누벼 헤쳐나갔다. 여름 산행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우거진 활엽수림에서 참나무 고사목을 골라 찾았다. 숲은 천이 과정에서 참나무는 절로 삭아 죽는 경우가 나타나 그 둥치 영지버섯이 돋아났다. 참나무 고사목 모두에서 돋지 않고 아주 드물게 발생한 귀한 영지다.
숲으로 들면 삼림욕을 겸하는 건강 관리로 영지를 찾아내지 못해도 헛걸음은 아니다. 처음 시작 단계는 영지가 눈에 띄지 않았으나 해발고도를 점차 높여 오르니 버섯이 더러 보였다. 곡부 공씨 선산을 지난 산비탈에서는 여러 무더기를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만나 봉지가 금세 묵직해 왔다. 한 시간 반 남짓 숲을 누벼 영지버섯을 찾아내 등산로로 나와 석간수 흐르는 개울로 갔다.
장맛비가 적어 돌부리를 비집고 흐르는 계류는 수량이 적었다. 물가에는 물봉선이 선홍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손을 담가 이마의 땀을 씻고 난 뒤 채집한 영지를 문구용 칼로 잘게 조각냈다. 원형 그대로 말려도 되나 잘게 자르면 건조가 빠르고 쉽다. 서늘한 계곡에서 작업을 끝내고 불룩한 배낭을 추슬러 짊어졌다. 등산로를 따라 숲을 나오도록 온다던 비는 올 기미가 없었다. 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