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에서는 2003년 신년 기획특집으로 차별화되고 독특한 경영전략을 펼쳐 우수기업으로 이끌거나 어려움을 극복한 의약관련 산업체 CEO 10명을 선정, 회사 경영 노하우와 2003년 비젼을 들어보는 특별 인터뷰 'Vision CEO'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한미약품(www.hanmi.co.kr)은 요즘 국내 제약회사중 가장 잘 나가는 회사다.
73년 창립이래 매년 20-30% 이상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여왔고, 지난해 24.5% 성장한 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명실공히 국내 제약회사중 매출규모 10위권내에 우뚝서며 업계의 주목을 한 눈에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데일리팜이 창간 3주년 기획특집으로 실시한 개국약사 486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한미약품은 마케팅·친절도·신뢰도·서비스 전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며, 분업 이후 개국약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키워주고 싶은 제약회사로 꼽힌 바 있다.
이는 분업 후 타제약사들이 영업인원을 대폭 축소하는 등 방어형 영업정책을 펼 때, 오히려 직거래를 고수하고 영업인력을 늘리는 등 공격형 영업정책을 펼침으로써 업계 최강의 영업조직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음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이 이 처럼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은 바로 열린 경영과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민경윤 사장(51세)이 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 환경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서 만난 민경윤 사장은 그의 경영 스타일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한 CEO였다. 이미 수많은 인터뷰에 응해왔을 터인데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내내 때로는 미소년같은 수줍음을 보이는가 하면, 때로는 CEO다운 자신감과 패기를 내비췄다.
◆토종 한미맨에서 CEO가 되기까지...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상경한 민 사장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스타일이다.
학창시절에는 MRA(Moral Re-Armament)란 도덕재무장 서클에서 회장직을 맡으며, 리더쉽을 키워온 민 사장은 지난 1974년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75년 한미약품 공채로 입사했다.
민 사장은 당시 잘 나가는 무역회사에 취업이 됐었으나, 적은 규모더라도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는 성취적인 직업을 선택해 보라는 지도교수의 조언에 힘입어 토종 한미맨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입사초기 영업사원으로 출발한 민 사장은 특유의 끈기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1년만에 우수영업사원으로 꼽히는가 하면, 5년간의 영업활동 내내 6개월에 한번씩 구두를 사야할 만큼 헌신적으로 일했었다고 회고한다.
젊은 패기 하나로 그렇게 시작한 한미와의 인연은 영업과 다양한 부서를 두루 거쳐 1990년 총무·구매 담당이사로 승진한데 이어, 입사 25년만인 2000년 1월 대표이사 사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평사원으로 시작한 민 사장이 오늘 날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크고자 하는 자는 남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欲爲大者 當爲人役)는 그의 좌우명처럼, 나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평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봉사정신과 겸손함이 뒷받침이 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술은 거의 못하지만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즐겨부르는 민 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한산한 거리를 거닐며 명상을 즐긴다.
◆경영철학과 스타일…"직원은 경영 최대의 힘"
"경영의 힘은 바로 직원들에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모든 임직원들을 가까이서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만 직원들의 능력이 최적화될 수 있는 분야에 배치할 수 있고, 회사는 최소의 인적자원을 통해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재를 알아보고 이를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인재경영이 자신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한 민 사장은 기업의 성장은 물론 기업경영 방식의 새 장을 연 GE 잭 웰치 회장을 가장 존경하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민 사장은 잭 웰치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자사의 경영 스타일에 적극 응용하고 있을뿐 아니라. 언제나 열린 경영을 위해 사장실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또한 사이버함과 인트라넷, 개인 이메일을 활용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대표이사와 직원들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전직원을 상대로 1:1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마 우리 회사 직원들 가운데 이메일은 제가 가장 많이 받을 겁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직원들의 올려놓은 메일을 확인하는 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일이 답변하며 직원들의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최대한 수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민 사장은 매달 둘째주 화요일 '열린 호프'를 통해 정기적으로 임직원들과의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가 하면, 전직원들의 생일날 친필 메시지가 담긴 책과 도서상품권을 선물하는 세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 때문인지 한미약품은 창업 이래 단 한번의 노사분규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올해부터는 노조에서 단체협약 및 임금협상안을 회사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노사간 영구 무교섭 합의를 일구어 냈다.
민 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꾸준히 펼쳐온 열린 경영이 빛을 발하게 된 이번 일이 자신이 일군 가장 보람된 일중 하나이며, 노동조합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을 위한 민 사장의 열린 경영 비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미 팀장에게 자율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팀장제 운영은 물론, 직원들의 신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경영에 적용해 젊은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일환으로 분기별로 한미만의 독특한 성과급제인 CIQ(Creativie Individual Quarter)를 통해 80% 이상의 직원들에게 골고루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서류 결재에서 오는 의사결정의 지연을 없애고자 모든 의사결정을 전자결재화한 스피드 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영업사원에게 노트북 등 각종 통신 수단을 제공해 실시간 의약품 공급을 가능케 하는 모바일 경영를 펼침으로써 고객만족을 극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주부터 각 부서별로 열린 경영 만남을 가질 예정인 민 사장은 언제나 직원들에게 꿈과 벤처정신을 가지라고 격려하며, 늘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CEO로서 꿈과 계획…"벤처 마인드로 세계적 R&D기업 승부"
정기적인 거래처 방문과 성실한 제품 디테일이란 2대 영업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민 사장은 올해도 전년대비 23.9% 신장한 2,850억원의 매출액과 29.5% 증가한 2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공격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이달 발매한 일본 산쿄사의 카바페넴계 항생제 '카베닌'을 비록해 1/4분기중에 항궤양제 '란소졸 정', 고지혈증치료제' 심바스트 정', 항우울제 '셀트라 정' 등 초대형 제너릭 3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작년보다 두배많은 30여개의 신제품을 발매할 계획이다.
특히 민 사장은 창립 3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신약개발 및 생명공학 분야 강화, 개량신약과 퍼스트 제너릭 확대를 통해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 기업으로 면모를 쇄신해 나갈 방침이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그 동안 다양한 암종 및 내성암에 뛰어난 효력이 입증된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이 금년 하반기에 임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며,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 4세로부터 G-CSF의 대량생산 연구에 착수한 것은 물론 가금 형질전환체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980년부터 일관되게 추진해 온 퍼스트 제너릭 전략은 올해도 1/4분기 발매 예정인 초대형 제너릭 3개 제품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독자제품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03년∼2004년 초에 걸쳐 경기도 기흥에 약 3,000평 규모의 최첨단 종합 R&D 센터를 완료하고, 연구인력도 현재보다 약 25% 정도 증원할 방침입니다."
또한 민 사장은 "올해는 매출목표 대비 5.3%에 달하는 150억원을 신약개발 및 바이오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며, 향후 2005년까지 현재 5% 대의 연구개발 투자비를 10% 이상으로 확대해 세계적인 연구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훗날 직원들에게 편안한 형님같은 좋은 느낌의 CEO로 남고싶은 소박한 꿈을 가진 민 사장. 그러나 부드러운 외모 뒤에 감춰진 민 사장의 승부사적 열정을 통해, 앞으로 다국적 제약사와의 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21세기 생명과학 기수'로 우뚝 설 한미약품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민경윤 사장 약력
-1951년 경기도 김포 출신
-1970년 양정고등학교 졸업
-1974년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1991년 한양대 경영대학원 최고 경영자과정
-1975년 한미약품 입사
-1992년 한미약품 상무이사
-1997년 한미약품 전무이사
-2000년 한미약품 대표이사 취임
- 현재 YCN 영남방송 이사 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