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자갈치 진출기
칠월 셋째 일요일이다. 어제와 그제는 용제봉과 불모산 숲으로 들어 영지버섯을 찾아낸 성과가 있었다. 자고 난 새벽에 ‘용제봉 물봉선’을 남겼다. “장맛비 주춤한 새 열대야 뒤척인 밤 / 첫새벽 길을 나서 용제봉 숲에 들어 / 참나무 고사목 둥치 영지버섯 찾았네 // 산림욕 대신하는 흘린 땀 씻으려고 / 명징한 석간수인 계류로 다가가니 / 물봉선 군락을 이뤄 붉은 꽃을 피우네”
날이 밝아온 이른 아침 장맛비 강수가 예보되어도 자연학교 길을 나섰다. 여명에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걸어 퇴촌삼거리 수변 산책로 운동 기구에 매달려 몸을 단련했다. 자가발전 입식 자전거에서 반 시간 보냈다. 이어 창원천 상류에서 창원대학 구내를 지나 창원중앙역으로 올랐다. 순천을 출발 진주를 거쳐 오는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타고 부산으로 갈 셈이다.
휴일을 맞아 서울로 올라 일을 볼 승객들이 다수 떠나고 부전행 열차가 플랫폼으로 진입해 객석에 앉았다. 터널을 빠져나가 차창 밖 익숙한 산천 풍경을 바라보다 진영역과 한림정역을 거쳐 낙동강 강심에 놓인 철교를 건넜다. 장맛비가 많이 내려 상류로부터 불어난 강물은 유장하게 흘렀다. 매년 여름이면 낙동강 하류 일대에서 곤욕을 겪는 녹조 발생 사태에 자유로워졌으면 싶다.
원동에서 물금을 거쳐 화명과 구포를 지나 종점 부전역에 닿았다. 지난봄 가끔 동해선 전동차로 해운대 바깥 울산 태화강역까지 나가 보기도 했다. 그 열차도 그렇지만 부산 도시철도도 지공거사 예우로 무임승차다. 부전역에서 노포동을 출발해 오는 1호선 다대포 방향 전동 객차를 탔다. 부산역을 거쳐 남포동을 지난 자갈치역에 내려 지상 출구에서 눈에 익숙한 골목을 지났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틈새 자갈치로 출두함은 세 가지 유의미한 목적을 띤다. 첫째는 비록 좁은 내항 포구이지만 어선이 정박한 남포항을 바라봄이다. 두 번째는 자갈치 뒷골목 선짓국밥 식당에서 파는 돼지껍데기를 맛봄이다. 남은 한 가지는 귀로에 저잣거리에 파는 선도가 좋아 뵈는 생선을 사 가는 일이다. 지난 오월 하순에 들린 이후 달포 만에 다시 찾은 자갈치 골목이다.
자갈치 골목은 생선 회센터가 입소문을 타 유명하다만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 1인 식사는 생선구이도 가능하나 눈요기로 그치고 지나쳤다. 또 다른 특색 차림으로 장어구이가 있으나 역시 혼자는 부담스러워 선짓국으로 한 끼 갈음함이 대세다. 노점상으로 여길 정도라 카드 결제가 되지 않은 현금 거래 식당이 다섯 곳으로 나란한데 두 집은 여름휴가를 떠나 문이 닫힌 채였다.
생선을 파는 노점상과 선짓국 식당을 곁눈으로 봐두고 남포항에 정박 중인 대형 어선을 바라봤다. 맞은편은 영도 섬이 안개에 가려 송도로 남항대교가 걸쳐 지났다. 가끔 낚시꾼이 보였는데 날씨가 궂어선지 나타나지 않았다. 포구에서 발길을 돌려 아까 지나친 선짓국 식당으로 갔다. 휴가에 든 두 식당 가운데 한 곳은 베트남 자매가 운영하는 단골인데 문이 닫혀 옆집을 찾았다.
간이 의자에는 한 사내가 선짓국을 시켜 먹고 이웃집에는 부녀 셋이 한담을 나누며 식사 중이었다. 나는 선짓국이 아닌 돼지껍데기를 한 접시 시켜 참 이슬과 보리술로 소맥으로 섞어 잔을 채웠다. 주인은 노릇하게 익힌 돼지껍데기와 상추 쌈을 챙겨 앞에 놓아 푸짐했다. 선짓국도 한 보시기 덤으로 안겨주었다. 자작으로 잔을 채워 비우길 반복해 콜라겐덩이를 안주 삼아 먹었다.
단백질로 영양 보충을 하고 저잣거리에서 생선을 사는 일이 기다렸다. 아까 지나친 노점으로 되돌아가 신물 오징어를 한 무더기 샀다. 그 곁에 선도가 좋아 뵈던 고등어도 한 무기기 사 자그마한 아이스박스에 채워 담아 손에 들었다. 다른 가게에서 살점이 좋은 먹갈치를 세 마리 사 얼음과 함께 봉지에 채워 준비한 보조 가방에 들었다. 지하철로 하단으로 나가 장유를 거쳐 왔다. 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