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빠가 집을 나갔습니다. 한 일주일 쯤 그러려니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러길 바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감감합니다. 아빠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집도 없어졌습니다. 가지고 있는 거라곤 자그마한 미니봉고 차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차가 아니라 집입니다. 세 식구가 거기서 살며 지냅니다. 식사는 컵라면이고 일진이 좋으면 피자도 먹을 때가 있습니다. 세수는 근처 공중화장실을 이용합니다. 집은 없어졌어도 학교는 다녀야 합니다. 그러니 멀리 갈 수도 없습니다. 아니 멀리 가지를 않습니다. 필요한 곳만 다닙니다. 나중에 짐작한 바로는 아빠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그곳으로 돌아올 아빠 말입니다.
학교 친구들에게는 집도 없는 아이라고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자존심이 있지, 거지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친구들 불러다가 생일 파티도 하겠다고 큰소리칩니다. 그런데 어떻게 집을 얻는다는 말입니까? 가까운 친구가 그래도 하나는 있습니다. 어느 날 들키고 맙니다. 그래도 친구로 남아주겠다고 합니다. 이런 형편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겠다고 약속도 해줍니다. 그리고 친구인 지소가 어떻게든 집을 얻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집, 도대체 얼마나 하는데 그깟 우리 식구 살만한 집 하나 못 얻을까? 길을 가다가 부동산 집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게 됩니다. ‘평당 500 만원’ 평당이 어디란 말인가? 아무튼 5백만 원이면 그림 같은 집을 얻겠구나, 희망이 생깁니다.
이제 오로지 눈앞에 5백만 원이 오락가락합니다. 얼마나 큰 돈인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 돈만 있으면 평당에다 우리 집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5백만 원을 어떻게 얻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침 광고를 보게 됩니다. 와 - 개를 찾아주면 5백만 원을 준답니다. 세상에! 무슨 개인데 집값을 줄 수 있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찾아주면 되는 겁니다. 공부보다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확인을 해보니 불행(?)히도 이미 찾았답니다. 이제 어떻게 한다? 고민하는 중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맞아! 5백만 원쯤 되는 개를 하나 도적하는 거다. 좀 나쁜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필요한 돈만 빌리는 셈 치고 나중에 돌려주면 되는 거다.
그래서 개를 물색하러 다닙니다. 마침 엄마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적당한 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집 마나님이 개를 애지중지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만한 값은 나갈 것이고 또 잃어버리면 반드시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안성맞춤이다. 이제 가장 완벽하게 그 개를 훔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일단 개의 일정을 조사합니다. 어느 시간에 어디를 가는지, 주인과 떨어지는 시간이 언제인지, 어느 시간에 실수 없이 완벽하게 훔칠 수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를 합니다. 그리고 실행에 옮깁니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연한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를 빼냅니다. 이제 개를 찾는다는 광고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광고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야 합니다.
지소가 마나님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상황을 알아봅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개인데 어찌 찾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마나님의 말씀인즉 ‘사람이든 개든 스스로 집을 나간 자는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헛된 일이 있는가? 아닙니다. 스스로 나간 것이 아니라 길을 잃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자기 아빠를 생각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돌아올 수도 있는 아빠를 그리는 말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누군가 찾아줄 수도 있는 일이지요. 중요한 것은 찾으려는 마음을 심어주어야 하고 현상금을 걸도록 해야 계획이 맞아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한 마나님이 현상금을 겁니다.
뭔가 되는 듯싶다가도 일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잠시 빈집에 두었는데 그리고 노숙자 아저씨하고 같이 돌보고 있었는데 그만 개가 없어집니다. 처음엔 무섭기만 했던 아저씨와 가까워집니다. 아저씨는 딸을 그리워하고 지소는 아빠를 그리워합니다. 아마도 비슷한 처지가 두 사람을 가까이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먼발치에서라도 딸을 지켜보고 있단다. 세상의 모든 아빠가 그렇단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이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떨어질 수가 없는 거야. 아저씨의 생각은 곧 엄마의 생각과도 같고 자기와도 같았습니다.
그 아저씨 덕분에 개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받습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개를 주인에게 돌려줍니다. 개를 찾아준 것이지 현상금을 받을 형편이 아닙니다. 마나님의 조카인 그 레스토랑 지배인이 사이에 껴서 일이 뒤죽박죽되었다가 그만 이것도 저것도 안 된 것입니다. 허망한 결론입니다. 집은 꿈으로 날아 가버렸습니다. 여태까지의 모든 수고가 그렇게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끝난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마나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하고 나옵니다.
고장 난 미니 봉고와 씨름하던 엄마는 운전을 포기하고 걷자고 합니다. 아빠밖에 고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소가 엄마를 재촉합니다. 한 번 해봐 엄마. 무슨 소리야? 안 돼. 아냐, 엄마 한 번 해봐. 참 별일이야! 그래서 시동을 겁니다. 부릉부릉 하고 시동이 걸립니다. 와 - 세 식구가 함성을 지르며 출발합니다. 나중에 레스토랑 마나님의 후원으로 집을 얻게 되어 이사합니다. 어쩌면 아빠도 돌아오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한편의 동화입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고 즐기며 짠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동화입니다. 구성도 짜임새 있고 어쩌면 아이들의 연기가 그렇게 예쁜지 모릅니다. 게다가 월리로 나오는 개도 그 역할에 딱 맞습니다. 마나님이나 노숙자 그리고 철없는 엄마 등 얼마 안 되는 출연진이 제격에 잘 맞습니다. 지루하지 않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봤네요
감사합니다. 복된 날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