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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이중
변호사 |
도내 성범죄가 3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2013년의 경우 573건으로 하루 평균 1.5건의 성범죄가 발생한 셈이다라는 강원도민일보의 지난 4월 1일자 보도가 있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은 성폭력범죄에 관해 강력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사 제도에 따라 수년간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어서 비교적 성범죄 사건을 많이 접하는 편인데, 성범죄 중 특히 강제추행의 경우 개인의 신체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로 변하면서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었던 행동들도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서 강제추행죄로 처벌받는 경우를 자주 보곤한다.
지난 2013년 5월 대낮에 어느 공원에서 60대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악수하자며 손을 내밀었고, 여학생이 손을 내밀자 할아버지가 귀엽다며 여학생의 손등에 뽀뽀를 한 사건이 있었다. 두 사람은 특별한 친분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오가며 단순히 몇 차례 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손등에 뽀뽀를 한 사실’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는 할아버지에게 ‘추행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할아버지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한 방송사가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강제추행이 맞다는 의견이 43.3%,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37.8%,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18.9%로 집계되었다. 연령별로는 저 연령층일수록 강제추행이 맞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 20대는 50.7%가 60대 이상은 34.4%가 강제추행이 맞다고 하였으니, 시대에 따라 추행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고 본다.
판례는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가해자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을 범죄의 성립에 중요한 판단요소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치심이란 것은 주관적 감정이기 때문에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에 따라 느끼는 감정의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명백히 범죄로 인정되는 행동은 논외로 하고,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위 사례에서와 같이 추행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행위의 경우 행동을 하는 사람이 그 상대방에 대해 하는 행동에 있어 근본적으로 존중과 배려가 들어가 있었다면 받아들이는 상대방 입장에서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노범죄 등 흉흉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는 시대이다. 근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한 사회이고, 이러한 배려와 존중이 기틀이 되어 안전한 사회로 유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