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손칼국수
니힐
향남에서 안산 방향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예비군훈련소를 지나
좌회전하면 칼국수집이 보인다 허름한 기와집 주인장이 벌이 삼아
만든 바지락칼국수가 차차 입소문을 타 알려지며 이제는 터를 허물고
마당을 헐어 차들로 채우며 칼국수 명가의 반열에 올랐단다
주말보다 평일날 칼국수 한 그릇 식도락의 풍미를 맛보려 잠룡들이
봉황의 기운이 깃든 주인장 터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 인스타들
칼국수를 준비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주인장 마음이다 언제 나올지 모를
칼국수 한 그릇 기린처럼 긴 목을 주방으로 뻗다 보면 구독 좋아요
우선 누르고 마는 두 근 반 세 근 반 이 집을 찾은 이라면 한 번은 핑크빛 하트를
뿅뿅 쏘아 올렸을 터
허기를 목가심할 물과 특유의 레시피인 총각무 깍두기 파김치가
철따라 주인을 찾아 차려지면 그제야 내가 주문한 칼국수 면발이 뜨거운
가마솥을 달군다 먼저 온 차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차들이 마당을 채우면
시나브로 자리에 앉는 바지락손칼국수 짓궂은 젊은 남녀가 기다림에
지쳤던지 애꿎은 바지락 숫자와 크기를 타령하며 이제 슬슬 갈아탈 때가 되었나
컴플레인을 리플 달지만 이미 갈아탈 수 없을 만큼 중독된 그 맛에 비하면
이 집 칼국수가 지닌 서사가 면을 뽑는 실력만큼 길고 깊다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 아침 출출한 속을 달래려고 칼국수집을 찾은
내 옆자리 중년부부와 우연찮게 식당에서 마주한 딸과 사위가
헛헛 웃음을 치며 여기서 마주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신기한 일이라며
안 그래도 오면서 전화라도 해볼까 했다며 가족이라는 비슷한 입맛을 두고
깔깔거린다 서빙을 보는 점원을 붙들고 한식구이라며 자리를 청하는
바지락손칼국수 가족 맞은편 향긋한 수향미에 속을 푸는 소리가 향기롭다
출출한 날은 그 집 칼국수를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