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정도 지나 닭공장(www.mountaire.com)에 도착했다. 이미 서 너번 와봤기에 낯설지는 안았지만 여전히 닭냄새(비린내?)는 역겨웠다. 우리는 이미 지급받은 에이프런,면장갑,고무장갑,머리에 쓰는 망사,헬멧,장화등으로 갈아입고 작업장 정문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모두가 처음이기에 서로들 웃으면서 멋쩍어 하였다. 드디어 야간조가 나오고 우리 주간조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작업장 내부는 바닥에 항상 물이 축축하게 깔려있고 기계소리와 지게차 경고음등 시끄럽고 춥기까지 했다. 우리는 4대의 컨베이어가 있는 팩킹파트에 골고루 배치됬고 일부는 고기를 올려주는 핼퍼로 일부는 윗층 팩킹파트로 배치되었다. 이중 핼퍼는 컨베이어에서 일하는 사람들 앞에 고기가 떨어지면 고기가 들어잇는 부스를 올려주는 일이다. 하루 종일 쉬지않고 무거운 부스를 허리높이까지 올려줘야하기에 웬만한 남자도 하기 힘들다. 이 핼퍼때문에 나중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서로 안할려고 해서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닭공장 생활은 몇개월을 지나면서 점점 적응도 되가고 생활도 안정이 되갔다. 우리 부부는 아들을 데이케어에 맡기고 아내도 일을 하기로 하고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뷰티서플라이 가게에서 일을 하기로 하였다.
아들은 출근길에 데이케어에 맡기기로 하고 첫출근을 하는데 아들이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엄마는 또 마음이 아퍼서 울고, 그렇게 며칠을 서로 마음고생하다 아들이 점점 적응을 해 나가면서 우리 가족은 서로 각각의 장소에서 자기 생활을 시작했다. 아침 7시에서 오후 4시까지인 닭공장은 생각보단 어렵진 않았다. 한국에서 듣던거완 달리 인간적이었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특히 한국사람들은 영주권때문에 닭공장으로 온 것을 공장에서도 알기에 어려운 일은 가능하면 시키지 않았다.
모두들 생활이 안정되면서 퇴근 후 한잔하는것도 늘었고, 동네사람끼리 바비큐 파티도 하고 낚시고 하고 골프도 치고 ...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퇴근해서 오기에 문을 열어주자 마자 울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놀라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오늘은 유난히 일도 많았고 사다리도 타고 물건 올리고 스탁도 많이 했는데 점심시간이 되자 컵라면 하나 주고 창고가서 김치 냄새나니까 문 닫고 먹으라고 하더란다. 음침하고 약간은 어두운 창고에서 박스위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데 왜 이렇게 서러운지 눈물이 나더란다. 그래도 한국에선 잘 나가는 아내였는데....그래도 꾹참고 했는데 집에와서 나를 보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단다. 마음이 아팠다. 나로 인해 아내,아들, 한국에 계신 부모님 , 모두 스쳐지나간다...
다행히 아들이 데이케어에 잘 적응하고 있어 우리는 원장님의 허락을 받고 아들의 하루를 비디오로 촬영해 한국으로 보냈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고 또 마음을 조금은 놓으시는것 같았다. 영어도 모르면서 미국아이들 앞에 나가 말도안되는 말로 떠듬거리고 자기 순서도 아닌데 잘난척하고, 우리는 이런 아들에 마음이 놓였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제법 많이 온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는 아침인사를 하고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닭공장으로 출근해서 막 고기를 담고있는데 슈퍼바이저가 오더니 솔즈베리 병원 응급실로 급히 가보란다. 응급실이라는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고 슈펴바이저는 와이프가 교통사고를 당했단다. 나는 갑자기 멍해졌다. 무슨 교통사고??? 아침에 기분좋게 잘 해어졌는데....우리차는 와이프가 타고다녀서 나는 카플하는분의 차로 병원으로 급히 향했다. 가는 내내 그분은 나를 안심시켰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하게됬다. 살려달라고, 많이 안다치게 해달라고...
응급실에 도착하니 아내의 옷은 흙투성이가 되있었고 얼굴에는 긁힌 상처와 목을 고정하는 기구를 하고있었다. 아내는 나를 보자 미안하다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내를 안고 괜찮다고 안심시켰고 경위를 들어보니 빗길 커브길에서 옆차가 갑자기 아내의 차쪽으로 쏠리자 아내가 너무 놀라 급히 핸들을 중앙차선쪽으로 틀면서 차는 반대편 차선 사이에 있는 잔듸밭으로 굴른것이다. 너무 놀란 아내는 차에서 나와 앉아있으면서 " 내차, 내차 어떻게~"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미국사람들이 내려서 아내를 안심시키고 응급차를 불렀고 깨어나보니 병원이었다 한다.뒤이어 카플하는 분의 아내가 달려와 내 아내를 안고 펑펑 우는것이다. 정말 고마웠다. 아내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언니였는데 정말 친동생이 다친것처럼 말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먼저 사고 수습을 하기로 하였다. 관할 경찰소로 가는도중 우리는 사고 현장을 지나치게 되었다. 현장 도로위에는 스피드마크가 선명하게 중앙 잔듸쪽으로 나있고 잔듸위에는 차가 굴러서인지 꽤 깊고 길게 파인 흔적이 있었다. 관할 경찰소에서 사고 증명서 와 차량보관소 주소를 받고 소지품을 챙기기위해 사고차량 보관장소로 갔다 .
보관소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차 지붕이 완전히 프레셔로 눌러놓은것처럼 눌려진 것이다. 아니 어떻게 차가 이지경까지... 사실 이정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완전히 눌린 지붕이 운전석만 멀쩡한게 아닌가?. 이런게 기적인가? 정말 하나님이? 저절로 하나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나는 보이는 물건만 빨리 챙기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내가 정말 아끼는 썬글라스는 못 찼았다.그거 진짜 비싼건데.. 쩝).-참고로 이 일은 아직도 양쪽 집안에선 아무도 모른다.
아내는 1주일 후 퇴원하고 사고 보험금 7천불을 합쳐 새차 혼다 어코드를 샀다. 사고 이후 아내에게 새차를 사주고 싶었다.
아내의 후유증이 걱정이되서 우리는 솔즈베리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애난데일의 모 한의원을 물어 물어 찾아 3백불을 주고 후유증없애주는 한약을 지어 먹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후유증은 없다.
그 일 후로 아내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면서 우리부부는 둘째 딸을 갖게되었다. 예정일이 9월20일 이란다. 한국에서부터 계획된 것이기에 우리부부는 너무나 반가웠다.
이렇게 탈도많고 말도 많은 솔즈베리 생활도 어느덧 반을 넘기면서 먼저 오신 닭공장 선배님들도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한다.
오하이오 강씨 아저씨, 만성이형은 뉴욕으로, 창민형은 아틀란타로,,,,,,, 몇개월 후 나도 가야하는데... 나는 어디로 가지? 아무 연고도 없는데. 그래도 연고지가 있어 갈때가 있는분들이 부럽다.
첫댓글 정말 실감나는 생생뉴스 입니다. 아내분이 무사히 출산할수 있도록 기도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운을 빕니다.
현실이 느껴지는글 다시한번 감사해요..순간 저도 눈물이났어요^^ 그래도 많이 다치지 않으셔서 정말 다행이네요...어떤일이 생길지 모르는 막막함의 미래...긍적적으로 생각하면 뭐든안되는것이 없는거 같답니다~~~
올려주신글 감사하게.또 짠하게. 잘읽었습니다~~
뭉클하네요.꼭성공적인이민이되세요
글, 잘보고 갑니다, 미국 하와이에 관심이 있으시면...도움 드릴수 있읍니다, 단, 나이가 40이상 있으면 합니다,
글을 읽다가 컵라면 부분에서 눈물이 막~~ 나왔어요... 정말 남의 얘기 같지 않아요... 부인께서 건강하시고 예쁜 공주님 순산하길 기도할게요... 분명 하나님께서 좋은 길로 인도하시길 기도기도합니다.
가슴이 참 아리다는 표현이 맞을지~~ 그래 지금은 무슨 일을 하실까? 생각 하시는지요? 저는 노스 케롤라이나 에 있습니다만,,도움이 되신다면 좋겠습니다 저도 윗분 말씀 처럼 나이와 경험이 많고 적음을 떠나 삶에 대해 많이 배웁니다
이보다 더 부부사랑의 감동이 있을까요 아내분의 사고 천만다행입니다 잘 살아나가시는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나도 모르게 슬프게 글을 읽으면서 간접 문화를 터득합니다
가슴이 뭉클하네요. 어렵고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시고 행복한 미국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참으로 ! 끔찍한 일을 당하셨군요? 슬기롭게 잘 처리하셔서 천만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항상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사고후 큰 일이 없으심은 하나님의 도우심이 크신 것 같습니다. 연고지 정착문제 및 남은 이민생활의 문제까지 기도하시면 좋은 곳으로 안내해주실겁니다. 차 사고로 주님을 찾으셨듯이
좋은일과 큰 일을 앞에 두시고도 기도하시면 더욱 큰 축복을 주실거라 믿습니다. 더욱 더 홧팅하실 빕니다.
이런 좋은 글에 예수가 어쩌고는 왜할까? 초치는 것도 아니구 이사람 정신 나간 사람이군 너나 잘하구 사세요 ,,,,
좋은글 감사히 읽었습니다~~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남에일 같질않네요.. 항상 운전은 조심조심 또 조심해야겠어요...
저도 컵라면 부분에선 눈물이 찡하네요.. 밥 혼자먹는게 얼마나 서러운데~~ 으이구.. 빨리 성공해야징...
일단 빨리 들어가야할텐데~~ 휴~~
네..정말 제가 이민가서 겪을 일들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생생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제목좀보이게써욤.이게멉니깡~~
미안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은데 불평만 했군요..
감동적인 글 잘 봤습니다. 부디 더욱더 견고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