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벼르던 숙제....
한라산 설상 동계훈련을 허가받고
제주로 향합니다.
까다로운 절차와 신원확인,
장비확인을 거쳐 어렵게 출발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고생의 댓가가 화려하게 지불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감합니다.
지난주에도 한라산 중산간일대에 폭설이 내린대다
이틀전 내린 눈으로 통제되었던터라
그야말로 눈꽃세상이 펼쳐집니다.
등로는 러셀이 되어 있지만......
우린 가끔 등로를 벗어나
허벅지까지 오는 폭설의 감촉을 느껴봅니다.
탐라계곡에도 소복히 눈이 쌓여 장관을 연출합니다.
등반장비와 먹거리, 숙영장비로
베낭무게는 족히 35kg이 넘지만
설국속으로 빨려들어가니
이런것을 고통의 쾌감이라 하나봅니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생애 또 몇번이나 볼 수 있을까요!
용진각 베이스캠프까지 6~7km를 5시간 정도 예상하고 오르는것이라
궂이 서두를 것도 없습니다.
개미등 즈음에서부터는 더 가파르지만
해발고도가 높아질 수록
더 멋진 장관이 연출됩니다.
이 황홀경을 가슴에 담고
머리에 품고....하면서
거친 숨을 내쉬며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개미목 가까이 이르자
내려앉았던 하늘도 파랗게 열리며 환영해줍니다.
4~50센티 폭설이 쌓인 나무들 사이로
파란하늘이 열리고
바람에 날리는 눈발은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삼각봉 대피소가 나오고
그럼 용진각베이스캠프까지는 다 온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마지막 힘을 내 봅니다.
한달전에 날짜를 잡고 준비한 훈련인데....
참 택일을 너무 잘했습니다.
우리팀의 누가 덕을 많이 쌓으셔서
저까지 이런 호사를 누리는지 알수 없지만....참으로 고맙습니다.
삼각봉대피소를 지나 용진교에 접어듭니다.
활짝 펼쳐진 시야에 눈이 부십니다.
멀리 용진각베이스캠프에.... 먼저 온 팀들의 텐트가 보입니다.
한라산 설상동계훈련은 고산등반 등을 위한 훈련으로
산악연맹과 한라산국립공원을 통한
까다롭고 복잡한 서류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10시 30분경 출발하여 예상대로 5시간여만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도 한쪽편에 사이트를 구축합니다.
베이스캠프 옆
저 멀리 장구목일대가 다시 까스에 싸여 있습니다.
바람은 없지만....
내일 장구목을 등반해야 하는데....
까스가 사라지고...맑은 날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생애 첫 장구목 오름짓!
물론 고통스러운 러셀과 활락정지 등 다양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지만
바라 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가슴 설렙니다.
간만의 만남과 즐거운 수다....
한라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저물어갑니다.
담날 아침....
구름 한점, 바람 한점 없는 맑은 날씨!
칼바람과 까스 등 극한의 환경이어도 좋으련만.....ㅎㅎ
훈련보다도 즐길것이 더많은 날이 될듯합니다.
전날 다른팀에서 기본적인 러셀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자세히 보면 러셀의 흔적들이
장구목일대의 등반루트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우리팀도 마음을 다지고
장비를 착용하고....출발합니다.
이곳 장구목일대는
지형이 흡사 히말라야 고산처럼 험준한데다가
설질과 경사도 유사하고
급변하는 기후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우리나라 최적의 고산등반 훈련지로 꼽힙니다.
해마다 많은 팀들이 고산등반훈련을 위해 이곳을 찾고
또 해마다 훈련중 많은 산악사고가 발생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국공들이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고 감시합니다.
장구목일대를 배경으로 기념샷도 한방 날립니다.
신설이 내린 상태라 눈은 부드럽습니다.
눈이 습기에 다져져야 미끄럽고...활락정지등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는데
러셀과 보행법 위주의 훈련을 해야 할 듯합니다.
우린 다른팀이 러셀하지 않은 곳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합니다.
피켈 파지등 피켈 사용법도 배웁니다.
초반부터 까다로운 직벽구간을 맞닥드리지만....
산전수전 다겪은 선수들이라 거뜬히 오릅니다.
설국의 세상에 묻혀도 보고
장난스레 포즈도 날리며
자연을 느끼고.....감탄하며.....!
한라의 아름다움에 취해도 보고
가파른 사면의 짜랏한 쾌감속에 설상보행을 배우는 것!
한라가
어느것하나 놓치지 말라며.... 모두 내어줍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파른 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설질이 아무리 좋다하나
60도 이상의 가파른 구간을 러셀해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스텝 한스텝을 여섯 일곱번 킥을 하며
확실하게 러셀합니다.
고도를 올라치면 칠수록
우리 사이트는 점점 작아지고....
줄을 잇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작은 점으로 변합니다.
맞은편 왕관바위가 같은 높이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장구목 능선에 곧 접어선다는 것이겠지요.
중간에 쉬며 안자일렌법도 배우고...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중간 중간 확보도 하며 오릅니다.
설상훈련이 처음인데도 다들 두렵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상황을 즐기며 감탄하느라 넋이 나갈 정도입니다.
장구목 능선의 저 바위벽을 믹스등반으로 직등하는 팀들도 있지만...
우리는 바위벽 아래를 타고 트래버스하며 오를 계획입니다.
이제 이 바위벽만 돌아서면
가파르고 긴 러셀의 오름짓은 끝나고
능선에 올라서게 됩니다.
바로 저 몇 미터 앞에
파란 하늘선과 눈쌓인 마루금이 만나고 있습니다.
한분 한분 마지막까지 집중하며 한발 한발 내딛고 올라옵니다.
어떤 경관이 기다릴지 상상도 못하며....!
힘든 오름짓을 끝냈다는 성취감과
경관이 주는 감탄사가
뒤섞인 함성이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눈덮인 장구목오름과 왕관바위, 어리목일대와 제주시내등...
운무와 파란하늘 사이로 장관이 펼쳐집니다.
먼저 고상돈캐른에서 묵념으로 예를 표하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그림자 놀이도 하는 사이에 갑자기 까스가 밀려옵니다.
역시 변화무쌍 한라산입니다.
우리는 간단히 점심을 해결합니다.
그사이에 또 약속이라도 한듯 하늘은 파랗게 걷힙니다.
우리는 먼저 북쪽 삼각봉 오름을 향합니다.
앞뒤좌우로
운해와 바다와.... 섬과 한라의 오름들이 넘실댑니다.
다시 장구목오름을 향해 되돌아섭니다.
저멀리 백록담 북벽을 넘어 한라의 정상에 서고 싶지만....
마음 달래며.... 바라만 봅니다.
다시 일부 해체한 장비를 추수려 안자일렌으로 이동합니다.
설사면이 보기와는 달리 함정이 도사릴수도 있으며
사면의 끝에 가까이 가면 사태와 함께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뒤를 따라 올라온 다른 팀은
오늘 관음사까지 하산해야 한다며 서둘러 하산합니다.
왕관바위에서
바라만 보며 침흘리던 그 장구목 일대에
내가 서있고...
걷고... 바라보며.... 느끼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두 드디어 장구목 일대의
그 여인네의 가슴선같은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속에 하나가 되어
품에 안겨 있습니다.
이제 장구목 오름 정상을 향한 마지막 오름짓을 합니다.
중간에 쉬며 다시한번 자기제동법 등 훈련을 합니다.
드디어 장구목 오름의 정상에섰습니다.
회전하는 감시용 카메라가 있지만 훈련허가를 받고 올라왔으니 전혀 게으치 않습니다.
북벽은 손에 닿을듯 가까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 북벽사면도 훈련장소로 개방되었으나
잦은 사고로 인해 패쇄되었다고 합니다.
어리목에서 올라오는 부드러운 능선이 시선을 끕니다.
저 멀리 등로에 등산객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꿈에 그리던 장구목 일대를 영위하는 것도
이제 아쉬움을 달려며.... 마감해야 할때가 왔습니다.
우리는 하산을 시작합니다.
다른 팀이 숙영장비까지 갖추고 올라옵니다.
장구목일대에서 비박할 계획이랍니다. 부럽습니다.
다음엔 저두 이곳에서 쏟아지는 밤하는의 별을 이불삼고 지붕삼아
하룻밤의 아름다운 꿈을 꾸고 싶습니다.
급경사 설상사면을 우리팀은 내려서고...
다른팀은 사면위를 지나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사진을 찍어줍니다.
이 잊지못한 곳을
또 다른 시선의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겠지요!
60도이상의 급경사 설사면을 한발 한발 러셀하며 내려섭니다.
일직선으로 내려서는 것이라
한사람이 미끄러지면 겉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한스텝을 만들기 위해 크램폰을 장착한 등산화로 대여섯번 다지며
플런지스텝으로 내려섭니다.
이제 긴장의 연속인
긴 설상보행훈련이 끝나고 안전지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뜨거운 포옹으로 훈련을 마무리합니다.
새로운 팀들이 두세팀 들어와 시끌법적합니다.
몇년전 한라에 왔을때 왕관바위 일대에서
침흘리며 찍어둔 사진을 꺼내봅니다.
눈이 없으니 얼마나 가파른지....더 실감이 나네요.
저 사면을 치고 올라가 저 부드러운 마루금에서 놀다가
저 사면을 치고 내려왔네요.
담날 새벽
일출을 보고자 했으나 새벽부터 몰아친 강풍과 까스로 인해
일출산행을 포기하고
느즈막히 백록담에 오릅니다.
눈쌓인 백록담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상념에 빠져봅니다.
내려오는길에도 자꾸 시선은 장구목일대로 갑니다.
저곳을 언제 또 올수 있을지....지금은 기약할 수 없지만
또 다시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제 한라산 설국속에서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끽하고
속세로 내려섭니다.
그러나
그 어떤 부로도, 권력으로도 채울 수없는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였기에 발걸음은 경쾌합니다.
원점 회귀하여 사무소에 하산신고를 하고
동문수산시장에서 회 몇접시로 아쉬움을 달려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짧은 글솜씨와 표현력,
부족한 감수성으로 인해
충분히 감흥을 살리지 못함이 아쉬울 다름입니다.
한라에 또 눈소식 있습니다!
함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캬아`~~~예술입니다^^ 이검뭐`~입이 쩍 벌어져서`~말이 안나옵니다^^
보는내내`~영광스러운 자랑스러움을 만끽합니다^^ 제 평생 이렇게 멋진 한라를 걸어서 갈수 있을지? 감히 상상이 안됩니다..
현인이신 다부님이 한라에 가셔서`~자연이 다 내어주시는것 같습니다^^ 늘 다부님 응원 합니다^^
다부님 곳곳에서 귀함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추억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과분한 말씀...감사합니다!
늘 안산 즐산하시길 기원합니다~~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멋지네요. 전 전문적인 산악인은 아니어서 침만 흘리다 갑니다 ㅎㅎ
전세계 곳곳..좋은 곳 다 누비시면서....
항상 부러운 마음으로 쳐다보는 우물안 개구립니다!
멋있어요
감사합니다~
원래 긴글은 지루해서 안보는데 이건 너무나 멋진 풍경과 설명에 매료되어 끝까지 실감나게 감상했읍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시고...끝까지 읽어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설경이 감동입니다,,
사진수준도 전문가네요,,
아주 멋있네요
베리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