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주유소에 1갤런당 3.99달러라는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 [AP=연합 뉴스]
‘4달러의 금기’라는 말이 있다. 휘발유 가격이 1갤런(3.78리터)당 4달러(약 639엔)를 초과하면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의미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5달러를 넘어섰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략 비축유를 대량 방출했지만,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킨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아 왔다. 그런데 그 자랑스러운 씨앗이 사라졌다. 이란 전쟁 직전 1갤런당 2.98달러였던 휘발유 평균 가격이 불과 한 달 만에 3.98달러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미국은 이익을 본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원유를 인질로 삼아 끈질기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물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까지 해제했다. 자신을 노리는 무기를 만들기 위한 자금원을 해소해 주는 조치다.
그 후, 모른 척 전략으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봉쇄는 물론 이란이 인근 국가들을 공격한 것에 대해 “최고 전문가조차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이것이 실제로는 ‘누구나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는 분석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뻔뻔한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보호하려는 시도 때문이라고 한다. 최고 전문가조차 몰랐으니, 그것이 자신의 실수도 아니라는 논리다.
이러한 거짓이 통하는 이유는 초강경 지지층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사이트 ‘실버·브리튼(Silver Bulletin)’이 집계한 이란 전쟁에 대한 지지율 평균은 39%다. 이는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 40%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쟁 이후에도 1포인트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보통 미국의 ‘실패한 대통령’을 정의하는 기준은 지지율 35%이다.
문제는 콘크리트 지지층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및 공화당 편향 중도층의 70%가 이란 전쟁을 지지했지만, ‘강력히 반대’하는 비율도 12%에 달했다. 뉴욕 타임즈(NYT)는 이를 근거로 원유 가격 급등을 동반한 이란 전쟁이 전통적인 지지층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친트럼프파 언론은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뒤, 명칭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겠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고 그린란드 합병 계획을 내세워 열렬한 지지층을 열광시켜 온 전략과 유사하다.
이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블로그에서 “우리는 정치적 극단주의뿐만 아니라 무능력이 직무 요건이 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히며, “군사력 분야조차도 우리가 알던 미국의 모습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