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시대, 당대에는 스님과 불자들은 물론 국왕부터 이웃나라의 사신에 이르기까지 동참해 팔재계를 수지하고 국가의 안녕을 기원했다. 고려의 찬란했던 문화를 대표하는 팔관회 의식이 선찰대본산인 범어사에서 재현된다.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회장 수불 스님)는 10월12~14일 범어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2012 팔관회’를 봉행한다. 국가무형문화재 등재를 목표로 하는 팔관회 재현 한마당이 범어사에서 봉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해수욕장와 벡스코 등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장소를 선택해 팔관회를 재현해 왔으나 올해에는 장소부터 복식과 의례에 이르기까지 행사 전반을 고려 당시와 같이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12일 전야 리허설에 이어 본 행사는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다.
13일 오후 1시30분 부산영산재보존회와 각 종단 어산작법 기능보유 스님 50여명이 집전하는 호국영령 위령대재로 팔관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어 오후 2시부터 30분 동안 국왕출궁행렬이 이어지고 호국법회와 대신 조하의식(朝賀儀式), 모듬북 축하공연 등 볼거리와 흥을 돋우는 마당이 마련된다.
국왕 출궁행렬은 올 팔관회를 대표하는 재현 마당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을 대표로 한 300여명의 행렬단은 고려 왕실의 복장을 갖추고 범어사 지장암에서 대웅전을 잇는 구간을 행진한다. 국왕 복식을 입은 허남식 부산시장은 일주문 앞에서 세심(洗心)의 뜻을 담아 손을 씻은 뒤 행렬을 이끌 예정이며 수불 스님 등은 대웅전에서 행렬단을 맞이한다.
이 행렬은 전통의식 고증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의 장’ 팀이 관람할 계획이다.
행렬단이 모두 본행사장인 대웅전 앞마당에 도착하면 곧바로 호국법회가 봉행된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고불문을 낭독하고 수석부회장 화산 스님은 ‘인왕반야경’ 중 호국품을 선창한다. 동참자들은 선창에 따라 함께 염송하면서 호국 기도를 올린다. 상임부회장 법민 스님은 축원과 정근, 회장 수불 스님은 대회사를 독송한다. 법회 이후에는 범어사 성보박물관 앞마당에서 참가자들 간의 하례의식도 갖는다.
사부대중이 함께 여덟 가지 계율을 수지하는 팔관재계 수계법회는 14일 오후 2시 봉행된다. 의식은 조계종 전계대화상 고산 스님을 비롯해 부산의 범종단 원로 대덕 스님을 3화상 7증사로 진행된다. 행사 기간 중 경내에서는 다채로운 체험마당도 열린다. 호국기원 등을 밝히고 소원리본 달기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전통사진작가 초대전과 함께 부산지역 사찰과 신행모임은 개성 만점의 부스를 개설해 운영한다.
연합회는 팔관회 행사에 앞서 팔관회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고증하는 학술세미나도 마련했다. 10월5일 진각종 부산교구인 범석심인당에서 문화재 전문가들과 연합회 스님들이 동참한 가운데 팔관회의 불교 문화적 전승가치를 조명하고 무형문화재 등재를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일 것을 결의했다. 051)86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