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축구를 알아가고 눈을 떠가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면서 결국 현역생활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지난해 성남 일화의‘꾀돌이’신태용(31)도 그런 생각을 했다.
부상으로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해“이젠 현역생활을 접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그는 성남 주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고 앞으로 2년 더 선수생활을 할 작정이다.
10년간의 프로생활 동안 4번 우승,신인왕,득점왕,MVP 등 받을 수 있는 상은 모두 받아‘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란 이야기를 듣지만 운 뒤에는 항상 피나는 고통과 노력이 따랐던 것 또한 사실이다.
■우승을 위해선 본능마저 내던진다
올해로 결혼 6년차인 신태용은 올시즌 우승을 위해 독을 품었다.지난해 4개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승부사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탓이다.그래서 올초부터 신태용은 부인 차영주씨와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건넌방에 황토 옥매트를 하나 장만,홀아비 아닌 홀아비생활을 했다.연초 한 달에 두 번 정도 갖던 부부관계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여름 이후엔 극단적으로 자제,모든 정성을 축구에만 기울였다.“정말 이혼 안 당하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는 신태용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아내를 끔찍하게 아끼는 공처가
부인 차영주씨와는 93년4월 만났다.그리고 2년 만인 95년 결혼에 골인했다.대전엑스포 도우미로 뽑힐 정도로 모델같이 늘씬한 부인을 잡기 위해 신태용은 당시 숙소인 후암동 근처 명동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쉬는 날이면‘그녀’를 보기 위해 대전까지 한달음에 달려가기도 했다.결혼 후 3년간 아기가 없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젠 떡두꺼비 같은 아들 두 명을 둔 어엿한 아빠가 됐다.의리의 사나이 신태용은 정도 많아 돈을 빌려주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많지만 이젠 한 번 들어가면 열릴 줄 모르는 아내의‘무쇠 지갑’덕분에 마음이 홀가분하단다.
■골프는 최대의 회복훈련
신태용은 게임 다음날엔 항상 골프장을 찾는다.“골프는 최대의 회복훈련이다.일단 골프장에 가면 절대로 카트를 타지 않는다.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 걸으면서 전날 피로해진 근육을 풀어주고 마음이 내키면 뛰어다니기도 한다.스윙을 하면서 상체도 풀어주고 전날 아쉬웠던 플레이를 골프공과 함께 멀리 날려보낸다.골프장에 가지 못하면 하루 30분 정도 뒷산을 뛰어 항상 컨디션 조절을 한다.”역시 스타에겐 독특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먹는 것이 남는 것
최근 점점 체력적으로 부담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이런 체력적 노쇠를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이 먹거리.아침저녁으로 홍삼 원액을 먹고 3개월에 한 번씩 녹용도 복용한다.지난 7월엔 선배가 뱀탕을 500만원어치나 보내줘 여름을 거뜬히 이겨냈다.집에서 밥을 먹고 나가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곰국을 항시 대기,영양에 신경을 쓴다.“기껏해야 아침만 먹고 나머지는 모두 숙소에서 해결하니 결혼 6년차인데도 음식 솜씨가 늘 겨를이 없다”는 차영주씨의 애교섞인 불평이 튀어나온다.
■지긋지긋한 징크스
그리 까다로울 것 같지 않지만 신태용의 징크스는 엄청나다.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락커룸에서 가위를 든 선수.락커룸에서 가위로 축구화끈을 자르는 것을 보면 그날은 영낙없이 진다.또한 누가 경기 전에 머리를 쓰다듬으면 항상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올시즌에도 샤샤가 머리를 만져 완전히 게임에서 죽을 쑨 경우가 있었다.경기 후“샤샤,헤드 노터치”라고 단도리를 해놓았지만 요즘도 경기 전에는 항상 머리를 감싸쥐고 다닌다. 경기 전후 전화를 받지 않는 것도 버릇.섬세한 플레이를 하는 만큼 그의 신경줄은 항상 팽팽히 조여있다.
■우승 마스코트
성남 일화에서 현역 선수로 4번이나 우승을 차지,‘우승 제조기’란 별명이 붙었다.하지만‘우승 부적’신태용은 이미 아마시절부터 검증된 사실.대구공고 3학년때 팀을 창단 6년 만에 전국대회 첫 우승으로 이끈 그는 대구대에서도 창단 13년 만에 대통령 금배 우승으로 이끌어‘우승 대박’을 몰고 다니는 행운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다.
■대표팀은 NO!
대표팀에 대해 이미 90% 이상 욕심을 접은 상태다.선발돼도 갈 생각이 없단다.나이로 보면 체력이 급격히 다운되고 부상이 빈발하는 시기라 대표팀에 뽑히더라도 도움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하지만 이보다는 2002월드컵을 넘어 2006년 월드컵에서도 뛸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설 자리를 하나라도 마련해 주고 싶다는 배려가 앞선다.“송종국 같은 선수를 보면 대표팀에서 젊은 선수들이 어떻게 커가야 하는가를 절실히 느낀다.대표팀이 월드컵 16강,8강 등 성적을 내야 한국축구 전체가 발전한다”.
■동국이와 종수에게
“나도 한때는 술도 많이 먹고 흥청망청 살았던 시기가 있다.너무 언론에서 키워주다보면 다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하지만 스타들은 언론이나 여론의 기대에 걸맞은 행동과 노력을 해야한다.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후배들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2002년 월드컵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한두번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팬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 좀더 성숙한 축구인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태용 프로필
▲생년월일=70년10월11일
▲출생지=경북 영덕
▲학력=경북 사대부중-대구공고-대구대
▲혈액형=A형
▲가족관계=부인 차영주씨(30)와 사이에 재원,재혁 2남
▲수상경력=신인왕(92년) MVP(95년) 득점왕(96년) 92·93·95·96·2000년 베스트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