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푸틴의 의도대로 러시아가 최초 종합우승을 차지했다지만 세계여론이 들끓듯 편파판정으로 피겨종목 금메달을 러시아가 한국 김연아로부터 강탈해갔다는 점이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수십조 원을 투자한 주최국 러시아의 프레미엄으로 치부하고 김연아 본인의 담대한 수용 자세에서 보듯 더 이상의 논란확대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정당한 권리도 도가 지나치면 치졸한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김연아 부친 김현석씨가 딸 연아에게 보내는 글이 매체를 통해 공개되었다. 주내용이 피겨 불모지에서 이뤄낸 딸의 장한 모습에 더할 나위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꼈고 또 모든 고통을 감내해준 딸에 무한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앞으론 하고 싶은 데로 맘껏 네 삶을 즐기기 바란다는 부정(父情)을 담고 있다.
김연아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스타이자 공인이다. 그 동안 매 경기 때마다 밤잠을 설치며 열렬히 성원해준 국민들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는 점이 아쉽다. 오히려 “피겨 강대국에서 태어나게 해주지 못해 아빠로서 미안하다”는 표현은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우리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소지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딸과의 개인적인 대화에서나 있을 수 있으나 그것도 제대로 된 아빠라면 그래선 안 되겠지만, 만인에게 공개되는 서한에서 이런 경박한 표현은 “배은망덕한 김연아 애비!”라는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살만 했다.
대신,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김연아 부친도 또 하나의 감동을 주는 인물로 클로즈업되었을 것이다.
“연아야! 이 세상은 나 홀로 독불장군은 없는 법이다. 주위로 인해서 내가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너를 키워준 코치 선생님들의 은혜를 결코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의 김연아’가 있기 까지는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과 성원이 늘 함께 했음을 잊지 마라. 오늘 너의 찬란한 성공은 대한민국 국민과 더불어 이루어진 것이란다.
이제는 네가 받은 사랑을 주위 분들에게 되돌려 드리며 살아가는 것이 네 성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이렇게 생각했단다. 국민께 보답하는 뜻에서 “김연아 사랑재단”을 만들어 사회 불우계층을 도우며 살자구나. 이것이 김연아의 진정한 성공의 완결판이다.“
김연아 가족들이 평소 돈에 너무 집착한다는 하마평이 무성했기에 이런 주문은 부친에겐 너무 과한 것일까? 아무튼 이번 부친의 글 파문을 계기로 가족들은 앞으로 감연아의 명예에 누(累)가 되지 않도록 자중해야할 것이다.
결산하는 의미에서 김연아 본인에 대해 아쉬운 점 하나만 짚고 가자. 김연아는 불공정 판정으로 이번 소치에서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명실 공히 세계 피겨여왕이란 점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 판정에 불만의 내색도 없이 의연하게 받아들인 점은 여왕다운 성숙한 모습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보기 좋았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시합이 끝나고 승자인 김연아가 경쟁자들과 살가운 뒤풀이에 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소치에서도 모든 경기와 시상식이 끝나고 금메달, 동메달 딴 선수들과 살갑고도 따뜻한 포옹신을 연출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다. 최고수로서 선배로서 마지막 무대였기에 더욱 그랬다. 특히, 선의의 경쟁관계였던 한일 라이벌 아사다 마오에게 찾아가서 진한 포옹을 했더라면 한일 양국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 깊은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늘 느끼지만, 여유와 감성 표현에 인색한 편이다. 지난 번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도 2위와 3위한 선수들이 신나서 서로 껴안고 기쁨을 발산하는 데, 정작 우승한 김연아는 무뚝뚝한 표정이어서 자신의 우승 무대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듯한 분위기가 안타까웠다. 원래 풍족한 환경에서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맘껏 받으며 자란 사람은 풍요로운 정서가 몸에 배었기에 커서도 감성이 풍부하고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여유가 있다고 한다. 이점에서 우리가 그 동안 각박하게 살아온 탓에 서양 사람들보다 약한 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세계 피겨여왕에 남는 아쉬움은 그만큼 그에 대한 사랑이 크고 또 앞으로 배출되는 우리 스포츠스타가 참고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그 동안 김연아가 흘린 땀으로 우리국민은 행복했다. 앞으로도 영원한 스타로 남도록 가족을 비롯 주위 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도움이 있어야할 것이다. 아듀~ 김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