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라이카R 24/2.8 구형을 사서 근 10년 정도 썼습니다.
사실 라이카 렌즈가 더 좋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하지만 똑 같은 초점거리와 최대구경으로 비교해보면 라이카 렌즈들이 훨씬 무겁습니다. 그렇다고 조작이 아주 부드러운 것도 아닙니다. 가격은 비슷한 일제보다 세 배 혹은 네 배나 비싸서 쉽게 사기도 쉽지 않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라이카 24mm 구형은 일본 미놀타에서 나온 MD 24/2.8과 설계가 비슷하다고 해서 좋은 평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래 잘 써왔는데 작년에 라이카를 다 정리하려고 내어 놓았더니 다 나간 것이 아니고 몇 개만 갔는데 24mm도 그때 집을 떠났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라이카를 놓을 수가 없어서 가지고 있었는데 광각 쪽이 35/2.8이어서 늘 그게 아쉬웠고, 다시 사려니 보통 100만원이 넘게 나와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런데 남대문 효성카메라에 신형 설계인 24/2.8 롬 버전 렌즈가 78만원에 나와서 분명 무슨 하자가 있는 렌즈일거라 생각하고 가서 보렸더니 팔리고 없었습니다.
그러고 시간이 좀 지났는데 지난 금요일에 보니까, 그 렌즈가 다시 올라와 구입하고 싶어 캐논 렌즈를 내어 놓았고, 거래가 되서 제가 그 렌즈를 가져 왔습니다. 가기 전에 충무로 승리카메라에서 확인했는데 120만원에 내어놓은 렌즈를 제가 구입한다면 100만원까지 해주겠다고 해서 남대문에가서 보고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제가 구입하겠다고 했는데 효성카메라에서 그냥 구입했습니다.
제가 렌즈 마운트를 교체한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대개 동독에서 만든 것이거나 러시아제를 펜탁스에 맞게 바꾸었습니다. 그런 렌즈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에 교체를 해도 큰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냥 쓰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오늘 최박사에게 전화로 얘기를 했더니, 역시 같은 말이었습니다. 사진기를 손 보면 되니까 렌즈는 그대로 쓰라구,,, 그래서 그런 렌즈를 구입했다고 하니까 광학적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으니까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는 되팔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제가 쓸 것이기 때문에 큰 득을 본 셈입니다.
어떤 분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60만원 이상은 날렸을 것입니다.
정말 무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