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식 한국
보행자 못 다니게 '人道 점령'
주택가 가게 앞에서도 큰소리
주민들 '시끄러워 못 살겠다'
TV에 소개되며 갑자기 유명해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돈가스 전문점 '돈카 2014'는 8일 하루 영업을 못 했다.
가게 오픈을 기다리던 손님들 사이에 새치기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
'1번 손님'으로 들어가려던 2명이 '내가 먼저 왔다'며 다투다 가게 사장 김응서(40)씨가 '오늘은 쉬겠다'고 했다.
김씨는 줄서는 문제로 잡음이 생기면 그날은 문을 닫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14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이 가게는 지난 해 11월 방송 이후로 날마다 100여명이 몰려든다.
가게 주변 소음과 무질서가 심해 주민과 갈등을 빚어왔다.
한 주민은 '이럴고면 동네를 떠나라'고 항의했다.
이웃 주민 이모(69)씨는 '창문으로 손님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방해된다'며
'가정집 대문 앞까지 사람들이 막고 서 있으니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했다.
최근 TV나 소셜미디어에 소개된 맛집이에 손님이 몰리면서 '줄 서기 비매너'가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손님은 인도와 도로를 점령하고, 이웃집 대문과 영업장 출입구를 막아낸다.
주택가에 있는 맛집의 경우 담벼럭에서서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 탓에 이웃의 항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순대 맛집'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을지로 '산수갑산' 앞은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 30여 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나는 행인들은 손님을 피해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
자칫하면 차에 치일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유인물 20여 건을 담은 카트를 끌던 인쇄소 직원 안명하(53)씨가 참다못해 '지나갑시다'라고 외치자
손님들이 자리를 약간 비켜줬다'
안씨는 '하루에도 수십 법ㄴ씩 카트를 끌고 지나가야 하는데 무질서한 손님들 때문에 통행이 어렵다'며
'최소한 사람이 다닐 수는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무질서하고 위험한 '줄서기 전쟁'은 특히 패션 브랜드에서 한정판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벌어진다.
지난해 11월 한 업체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선착순으로 판매했을 때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매장 앞에 손님들이 5열로 늘어서 인도를 점령했다.
'줄 서기 비매너'가 일상화된 곳은 출퇴근 버스 정류장이다.
사무실이 밀접한 강남과 종로 일대에는 광역버스 대기 줄이 행인의 통행을 막기 일쑤다.
지난 7일 저녁 대기줄이 길게 이어진 서울 세종대로 버스 정류장을 지나던 김창영(34 회사원) 씨는
'통행로를 확보하지 않고 늘어선 탓에 지나갈 수가 없다'며 '매일 줄 사이를 뚫고 지나가려고
눈치를 봐야 하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배려하는 일본
벽에 최대한 붙어 서서 대기
줄 길어지면 통행공간 비워놔
기다리며 책 읽는 사람도 많아
일본에서는 한국식의 줄서기문화를 보기 어렵다
일본인들은 줄을 설 때 벽에 최대한 붙어 서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다.
줄이 길게 늘어지는 경우 통행할 공간을 따로 확보한다.
기다리는 중에는 시끄럽게 떠들기보다는 가져온 책을 읽을 정도로 정숙을 유지한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일본인은 줄 서는 것을 미친듯이(insanely) 잘한다'며
'군사작전처럼 보일 정도'라고 했다.
구정우 선균관대 교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남보다 내가 먼저'라는 인식이 우세해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장 이종혁 교수는 '한정판 운동화 구매나 맛집 대기 때처럼 무질서하게 늘어선
줄은 제대로 된 질서가 아니다'라며 '일본이나 캐나다처럼 통행자를 배려하는 줄서기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