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버스 젤 뒤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어느듯 버스는 우리가 내려야할 보림극장에 도착하려 하고있었고, 우리는 아무생각없이 벨을 눌렀다.
그 순간 버스기사아저씨의 눈빛이 거울을 통해 야수의 눈빛처럼 날카로이 빛나고 있었다는것을 깨달았어야했다..
우리는 내릴 준비를 하며 뒷문에 서있었고 버스는 정류장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앞문만 열고 뒷문을 열어주지 않는것이 아닌가. 순간 당황한 나는 구세주를 찾듯이 믠수군을 바라보았으나 믠수군 또한 그답지않은 당황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릴려고 뒷문에 서있는 사람은 믠수군과 나뿐... 그러나 열리지 않는 뒷문..
우린 버스안에 갇힌것이었다..
아저씨는 아까완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저씨 : 거기 학생. 백원 더 내라.
무서웠다. 바지에 오줌을 찔끔 쌀뻔했다. 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이 업ㅂ었다.
아저씨는 계속 백원 더 내라고 고함지르고, 몇안되는 승객들은 버스가 오래동안 출발하지않자 우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한 아저씨가 기사아저씨에게 짜증섞인 말투로 외쳤다.
아저씨 : 빨리 빨리 좀 출발합시다! 머하요??!!
아아.. 우리한테 화낸것도 아닌데 더 무서웠다. 수많은 승객들의 원망어린 눈빛과 가끔 들려오는 짜증내는 말들을 견디기엔 난 너무 순수하고 아름답게 살아왔던터라, 순간 난 냉정한 결심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 난 믠수라는 늠 몰라. 우연히 같이 내리려고 옆에 서있을뿐 전혀 모르는 사이야. 나도 피해자야.
그리고 믠수군을 째려보려고 하는 찰나, 믠수군은 나에게 말했다.
믠수군 : 정환아 머하노? 빨리 백원 내고온나.
이 개쇆뀌... 너무나도 적절한 타이밍에 절묘한 표정과 말투가 어우러진 믠수군의 펀치를 맞은 난 정신을 차릴수없었다. 순간 모든 승객들의 시선은 나에게 향했고. 그때의 경험으로 난 몇년간 대인공포증에 시달려야했다. 사람이 무서워요 사람들이 무서워요 날 바라보지말아요
나 : 아저씨.. 그게.. 돈이 없어서요..
기사아저씨 : 그러면 첨부터 그렇게 말하던가!! 글케 말하믄 누가 안태아주나!!!
나 : ...잘못했어요...
기사아저씨 : ...요번만 용서해준다.. 담부터 그라지마라 알았나!!
나 : ... 네...
아저씨는 뒷문을 열어주었고 우린 해방되었다. 믠수군은 또다시 '해냈어!!' 하는 이운재표정 카리스마버전을 지어보였으나, 아까의 뷰티하고 큐티한 모습과는 달리 믠수군 본연의 야비한 눈빛과 까칠한 피부와 조화를 이루어 한마리 악마를 연상케하였다. 이건 꿈일거야.. 그래쿠나.. 무스운 꿈을 쿠어꾸나.. 글케 생각하며 잊기로하였다.
우린 1장에 10원을 받는 전단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다. 나는 지나가는 아줌마와 할머니들을 상대로 상큼한 미소를 날리며 전단지를 나눠주었고, 믠수군은 똥이 마려워 죽겠는데 휴지가 없다면서 전단지를 한웅큼 쥐고는 부산진역까지 걸어가서 똥을 싸고왔다. 전단지로 똥꼬를 닦았는데 아푸지않느냐는 내 질문에 믠수군은 가소롭다는듯 대답해주었다.
믠수 : 코팅된 잡지책 종이 있재??? 그걸로도 따까봐따
근면 성실한 나는 결국 믠수군의 꼬임에 빠져 어느 아파트 지하에 전단지 수천장을 버린후 만화방, 오락실 등에서 시간을 때워따. 우린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다른 경쟁자들을 재끼고 한명당 4천장이라는 기록을 쌔우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로했다.
그런데... 또 동전이 5백원뿐이었다.
나 : 에이 또 백원 모지라네. 오락실 가서 바꿔오께
믠수 : .... 잠깐만...
그런늠이었다. 믠수군의 머리속에는 후회와 반성이라는 단어는 없다. 어쩌면 기억력이 나쁜건지도 모르겠다. 금붕어의 항의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나 금붕언데 니들 인간들이 우리 기억력이 3초라는데 재봤어?? 그리고 말야... 너희들 말야.. 내 기억력이 3초라는데 재봤어?? 그리고 또 할말있어. 니들 말야.. 우리 금붕어 기억력이 3초라는데 재봤냐? 또 무슨 말하려했더라.. 아 맞다 니들말야.. 금붕어 기억력 3초라는데 재보고 그런소리하냐??
믠수군 또한 아침에 있었던 사태를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믠수군에 물들어 가위바위보를 해버린 나는 그에게 나쁜친구였을지도 모르겠다.
또 내가 이겨버렸다..
믠수군 2백원 난 3백원..
버스가 왔다. 믠수군은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아침관 달리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곤 할수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나보다
믠수 : I can do it.
역시나 내가 먼저 3백원을 내며 버스를 탔고, 믠수군이 걱정되어 돌아본 나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되었다.
믠수군이 2백원을 돈통에 넣는순간,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의 발톱처럼, 버스기사 아저씨의 손이 믠수군의 손을 꽉!! 잡아챈것이다.
기사아저씨 : 학생. 백원 더 내야지.
아아.. 빼도박을수도 없다는 현장범이 된것이다. 난 냉정해지기로했다. 나를 바라보며 구원의 눈빛을 보내는 믠수군을 뒤로한채 한 아주머니의 뒤에 숨어 사태를 지켜보기로했다. 그런데 헉!! 이럴수가!! 어케 이런일이!!!!
그 버스기사 아저씨는 아침의 그 아저씨였던것이다... 믠수군은 현장범 + 상습범이 되고 만것이다. 난 순간 현실을 도피하게 되었다. 하늘이 맑구나. 축제는 어케 되가고있을까. 저기 앉은 아가씨 이뿌네.
믠수군의 놀라운 재치와 생존력은 온데간데 없었고, 그 또한 인간인지라 아저씨에게 사정하며 빌고있었고 아저씨는 고함을 지르고 버스안은 난리였다.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무척이나 딱하다는듯이
90원!! 난 목이 매여오는걸 느낄수있었다. ...누가...누가 제발 믠수에게 10원만 주세요.... ㅠ_ㅠ
그러나 믠수는 믠수였다. 그는 90원으로 버스기사아저씨에게 쇼부를 보려고 하고있었다.
믠수 : 아저씨 90원뿐인데 이거내께요. 좀 봐주세요.
아저씨도 무슨 이런기 다있노 하는 표정으로 90원을 받곤 포기했다는듯 들어가라는 손짓을 해보이셨다. 이미 버스안의 모든 승객들은 믠수군에게 시선집중되있었고, 한번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인 나는 믠수군과 일행으로 보일만한 배짱이 없어서 다가오는 믠수군을 멀리한채 뒤로 뒤로 사람들을 해치며 들어가고있었다.
믠수군을 모른체 하며 내 자신을 위로했다. 그래쿠나. 무서운 꿈을 또 쿠어꾸나..
그때 믠수군은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여고생들의 시선을 달고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승리한자만이 보여줄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