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자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하늘로 불러올리셨습니다.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신 하느님 안에서 우리도 기뻐하며,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승천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이시며 성자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하늘로 부르시어
그 육신과 영혼이 천상 영광을 누리게 하셨으니
저희도 언제나 하느님을 그리워하며 그 영광을 함께 누리게 하소서.
제1독서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둔 여인>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11,19ㄱ; 12,1-6ㄱㄷ.10ㄱㄴㄷ
19 하늘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이 열리고
성전 안에 있는 하느님의 계약 궤가 나타났습니다.
12,1 그리고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2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3 또 다른 표징이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크고 붉은 용인데, 머리가 일곱이고 뿔이 열이었으며
일곱 머리에는 모두 작은 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4 용의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쓸어 땅으로 내던졌습니다.
그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
5 이윽고 여인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사내아이는 쇠지팡이로 모든 민족들을 다스릴 분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아이가 하느님께로, 그분의 어좌로 들어 올려졌습니다.
6 여인은 광야로 달아났습니다.
거기에는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처소가 있었습니다.
10 그때에 나는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제2독서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다음은 그리스도께 속한 이들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15,20-27ㄱ
형제 여러분, 20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21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22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23 그러나 각각 차례가 있습니다.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다음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그분께 속한 이들입니다.
24 그러고는 종말입니다.
그때에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드리실 것입니다.
25 하느님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잡아다 놓으실 때까지는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
26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
27 사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습니다.”
복음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9-56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46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47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48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49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50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51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53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54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56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성모님께서 육체를 지니고 승천하셨다는 의미는?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 승천은 그리스도의 소명에 참여한 우리가 모두 미래에 받게 될 영광을 미리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광은 노력 끝에 얻어지는 열매입니다. 아무 공로도 없이 받을 수 있는 영광은 없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종목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동메달의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군 생활이 면제되는 특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단 4분만 뛰고 군 면제를 받은 선수도 있었습니다. 바로 김기희 선수입니다. 그는 뛰어난 선수가 아니어서 단 한 번도 운동장에서 뛰어보지도 못하고 벤치만 지켜야 했습니다. 3·4위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은 남은 교체 선수 카드 한 장을 김기희 선수를 위해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단 1분이라도 승리에 공헌한 선수라야 올림픽 메달의 영광을 받을 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늘 나라의 영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치가 있는 일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자기 동네에서 아무리 골을 많이 넣어도 올림픽 메달을 따거나 군면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모님께서 육체를 지니고 승천하셨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육체도 하느님 영광을 위해 쓰였다는 뜻입니다. 저는 꾸준히 만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제가 있는 본당의 신자들이 아닙니다. 이전에 담당했던 본당이나 꾸르실료 등에서 봉사했던 분들을 만납니다.
제가 지금도 그들을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렇게 말하면 그분들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필요해서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영성관에 있을 때 저를 도와주는 오산성당 자매들이 있었습니다. 영성관 사정상 사제관 도우미를 둘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세 분의 자매들이 매주 한 번씩 와서 청소도 해 주고 빨래도 해 주고 밑반찬도 해 놓고 가곤 했습니다. 사실 저도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일을 도와주는 이들이라면 그 육체도 상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믿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혼자 다 하지 않으시고 키레네 사람 시몬이 당신 십자가를 함께 지도록 하셨습니다. 모든 영광은 구원의 십자가에서 오기에, 예수님은 당신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소명을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 당신 영광에 참여시키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 구원에 육체적으로도 필요한 분이셨습니다. 왜냐하면 당신 아드님이 인간이 되려고 하시는데 그 아들에게 인성을 내어줄 인간이 필요했는데, 흠 없는 육체를 지니신 분은 성모 마리아밖에 안 계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이렇게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열매: karpos)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엘리사벳이 그리스도를 성모님의 ‘열매(karpos)’라고 표현한 데는 이미 성모님이 ‘주님의 어머니!’가 되기에 합당한 분이란 뜻이 들어있습니다. 가지에서 열매가 맺히는데 그 열매는 분명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들어와야 합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를 성모님의 열매라 표현한 이유는 성모님께서 그리스도께 무언가를 주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 죄가 없어야 하는데 그 나무에 죄가 있다면 열매가 온전할 수 없습니다. 성모님만이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시며 당신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신 분입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내리신 주님의 명령입니다. 그러니 죄가 없는 육체는 본래 썩을 필요가 없습니다. 생명 자체이신 분께 계속 생명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의 성인 중에 몸이 썩지 않는 성인들이 매우 많습니다.
루르드의 성녀 베르나데트는 150년이 지났지만, 정말 아름다운 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성모님의 육신을 지닌 승천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마음만 주님께 봉헌한 분들이 아니라 육신도 주님의 뜻에 봉헌하여 그만큼 주님께서 많이 필요로 하신 육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설교하실 때 사용한 성대가 썩지 않고 어떤 분은 세례 주던 오른팔과 선교하기 위해 다니던 발만 썩지 않고 어떤 분은 심장이 썩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그만큼 완벽히 봉헌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머리카락까지도 다 지니고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봉헌한다면 주님은 그것이 영원히 하늘 나라에서 영광을 받을 것으로 축성하여 돌려주십니다.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
머리카락 색깔 측정기’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단순히 전 세계의 모든 머리카락을 인종을 구별한 것이 아닐까 했더니, 사실은 인종 차별에서 나온 측정기라고 합니다. 1927년 오이겐 피셔는 아리아인(독일인)의 인종적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 혼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종적 순수성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이 ‘머리카락 색깔 측정기’였습니다.
이 인종 차별적인 이론은 곧바로 사람들에게 거부되었을 것 같지만, 반대로 뉘른베르크법에 영향을 끼쳐서 1930년대와 제2차 세계 대전에 이르기까지 나치 체계를 뒷받침했습니다. 유다인, 흑인, 로마니인 등을 표적으로 삼아 박해하거나 살해하는 행동을 합법화한 것입니다.
당시의 아리아인들은 이런 생각과 결정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많은 아리아인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집단주의에 빠져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초대교회 때부터 있었던 수많은 박해, 지금은 분명 당시의 사람들이 잘못 판단했다고 말하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예수님이 잘못되었고 또 국가 반대하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고 단죄했습니다.
지금의 내 판단이 무조건 옳을까요? 아닙니다. 그 기준을 이 세상의 테두리에 맞춰서 따져 들어가면 옳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주님 기준으로 따져보면 틀릴 때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자기 기준에 맞추는 교만의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교만의 마음으로는 제대로 판단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주님께서 강조하셨던 겸손의 마음으로만이 세상의 기준을 접고 주님의 기준에 맞춰서 바르게 살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기준을 철저하게 지켰던 분이 바로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이십니다.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하시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겸손을 보여주십니다. 또한 태중에 하느님의 아드님이 계신대도 먼저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가십니다. 이에 엘리사벳은 깜짝 놀라서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3)라고 말하지요.
이 밖에도 성모님의 겸손은 끝이 없었습니다
.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어버렸을 때, 카나에서 첫 번째 기적을 행했을 때, 무엇보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으셨고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끝까지 지키시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하느님께 기준을 맞춰서 사신 분,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하늘로 불러올리셨습니다.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지를 묵상했으면 합니다. 세상이 아닌 철저하게 하느님께 맞춰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 떼어 보면 모두 영리하고 분별이 있지만, 집단을 이루면 모두가 바보가 되고 만다(프리드리히 실러).
사진설명: 성모승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