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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내부. 매년 50~70번의 오페라와 300회가 넘는 발레 공연이 펼쳐진다.
200년 전통의 카페에서 보낸 낮에도, 반짝거리는 오페라 극장 앞을 지나던 밤에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항상 귓가에 멜로디가 맴돌았다. 수없이 많은 클래식 명사들이 머물고 스쳐 간 빈은 오래도록 ‘음악의 도시’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1년 내내 풍성한 음악 축제와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알베르티나 미술관(Graphische Sammlung Albertina)
테라스는 인기 있는 기념 촬영 스폿이다.
알베르티나 판화미술관(Graphische Sammlung Albertina) 소장품전
△ 빈 미술사 박물관에 전시 중인 존 발데사리의 설치 작품 ‘베토벤의 트럼펫(귀와 함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흔적을 찾아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도 모를 수 없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유명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클래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작곡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음악 천재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6세에 쇤브룬 궁전의 왕족들 앞에서 데뷔 무대를 치렀고, 20대 이후에 빈에 정착해 음악적 재능을 펼쳤다. 베토벤 역시 비슷하다. 1770년 독일의 본에서 태어난 뒤 당시에도 음악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면 반드시 가야했던 도시 빈으로 1792년경 이주해 죽을 때까지 살았다. 그는 ‘월광 소나타’, ‘영웅 교향곡’, 오페라 <피델리오> 등 대표작 대부분을 빈에서 썼다.
유럽을 여행하다 빈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아담하면서도 화려한 도시가 있었나 싶어 그간 여행한 나라를 되짚어봤다. 중심가의 건물은 고풍스럽게 빛나고, 자동차와 트램의 질서정연한 도로 위 공존은 아름다운 멜로디 같았다. 어느 상점에 가도 모차르트 얼굴이 그려진 초콜릿이 있었고, 우연히 발길이 닿아 찾은 공원에서는 모차르트 동상을 만났다. 모차르트는 빈의 마스코트와 다름없지만, 올해는 베토벤이 주인공이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음악의 도시 전체가 베토벤 공연과 전시로 물든다.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로 꼽히는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은 1869년 완공됐는데, 초연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다. 1897년부터 10년 동안 구스타프 말러가 총감독으로, 슈트라우스, 카라얀, 아바도 등 클래식 음악계의 전설들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클래식의 중심과도 같은 이곳에서 2월 한달간 베토벤의 가곡 공연과 오페라 <피델리오>를 만날 수 있다.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는 당시 인기 높은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와 여러모로 대비되는 작품으로, 귀족 부인이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감옥에 들어가는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멋지게 차려입고 호화로운 공연장에서 매일 밤 열리는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것도 여행에서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가 수 세기에 걸쳐 수집한 수많은 예술품과 여러 후원자의 컬렉션으로 꾸린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는 베토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은 전시 <베토벤이 움직인다>가 3월 25일부터 7월 5일까지 열린다. 윌리엄 터너의 스케치, 로댕의 조각, 영상 제작자 구이도판 데어 베르페의 비디오, 미국의 예술가 존 발데사리의 설치 작품 ‘베토벤의 트럼펫(귀와 함께)’ 등 폭넓은 시대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베토벤의 유산을 눈과 귀로 감상할 수있다. 또 2017년 오픈한 베토벤 박물관은 팬이라면 꼭 들러야 할곳이다. 베토벤이 살았던 집에 그의 악보와 물건, 흉상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 외에 빈 콘체르트 하우스 앞에 자리한 베토벤 광장에는 기념 동상이 자리하고, 11년 넘게 살며 ‘엘리제를 위하여’ 등을 쓴 파스콸라티하우스는 작은 전시실로 보존되어 있다. 빈에서만 30년 넘게 지내며 거처를 여러 번 옮겼기에 이곳저곳에서 베토벤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베토벤 광장에 있는 기념 동상. △ 빈 중앙 묘지에 있는 베토벤의 묘지.
△ 벨베데레 궁전의 자랑, 클림트(Klimt)의 ‘키스(The Kiss)’.
화려함의 극치, 클림트(Klimt)의 그림을 만나다
빈(Wien)이 유럽 내에서 가장 호화로운 도시로 기억되는 데는 궁전의 역할이 크다. 꽃과 분수로 장식된 프랑스식 정원을 품은 벨베데레 궁전(belvedere)은 왕가의 여름 별궁이었던 곳으로, 상궁(Oberes Belvedere)과 하궁(Unteres Belvedere)에서 회화, 조각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상궁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Austria)의 상징주의 화가이자 빈 분리파 운동의 주요 회원으로 아카데미 미술에 대항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년)는 관능적 여성 이미지를 금박 또는 금색 물감을 이용해 남녀가 황금빛 옷과 장식에 둘러싸여 입맞춤을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클림트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클림트가 사랑하는 연인 에밀리에를 꼭 안고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황금빛 천에 여러 가지 무늬가 잔뜩 그려져 있고 남자의 옷에는 네모난 무늬가 그려져 있으며, 여자의 옷에는 동그란 무늬가 그려져 있다. 몸은 화려한 장식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고 얼굴과 손, 그리고 발만 보이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만으로도 사랑의 환상이 느껴진다. 주요 작품 ‘유디트(Judith)’, ‘키스(원제 The Kiss)’ 등이 벨베데레 궁전에 있다. 이미 정원부터 마음을 빼앗긴 궁전은 내부 관람에서도 감탄이 끊이질 않는다. 고개를 한껏 젖혀야 볼 수 있는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마저 작품 같다. 창문, 계단, 문 등 실내 장식은 우아할뿐더러 현대적 편의 시설도 깔끔하게 잘 갖추고 있다. 방과 복도에 걸려 있는 그림, 천장화 모두 벨베데레 궁전이 자랑하는 소장품이다. 다리 아픈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곳을 발견했다면, 바로 클림트의 ‘키스(The Kiss)’가 있는 곳이리라. 두 사람이 부둥켜안은 작품은 말 그대로 눈이 부시다. 이 그림을 보기위해 벨베데레 궁전을 방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이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1862~1918년)의 작품들
△ 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1〉, 1901년, 캔버스에 유채, 빈 오스트리아 미술관/
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2〉, 1909년, 캔버스에 유채, 베니스 국립현대미술관.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볼로흐 바우어의 초상(Frau Adele BlochBauer)〉, 1907년, 유화, 캔버스에 유채와 금, 138x138cm, 노이에 갤러리,
상궁(Oberes Belvedere) 2층에 단독 전시관이 마련된 에곤 실레(Egon Schiele) 역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다. 실레는 초기에 클림트 화풍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그렸지만, 점차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자적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인간의 내면과 관능적 욕망을 거친 선으로 표현하는데, 대표작이자 걸작으로 꼽히는 ‘죽음과 소녀’ 외에 ‘에디트 실레’, ‘가족’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에곤 실레의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면, 빈 시내의 레오폴트 미술관을 방문하자.
△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자화상(自畵像)과 작품 세계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궁전인 쇤브룬 궁전(Schönbrunn宮殿: 美泉宫) 역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바로크 양식의 건물과 정원의 넓이는 약 1,652m²에 달하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휘황찬란한 내부에 방이 1,441개나 있다. 또 궁 안에 1752년 개장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빈 동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자이언트 판다, 시베리안 호랑이를 비롯해 700여 종이 살고 있으며,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면서 오래된 동물원의 정취를 느끼는 시간도 특별하다.
△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궁전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쇤부룬 궁전(Schönbrunn宮殿).
△ 빈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한 장면.
영화처럼 낭만이 가득한 도시
유럽을 여행하며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영화 속에서 보던 낭만적인 공간과 풍경을 마주했을 때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오랜 건축물이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거리, 눈부신 LED 형광등 대신 노란색 전구가 애틋하고 아련한 정취를 자아내는 순간 말이다. 여행지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는 빈이 배경이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미국인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이 빈에서 충동적으로 함께 내려 해가 뜨기 전까지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내는 하루의 이야기가 주요 내용. 1995년 개봉한 이후 2004년 <비포 선셋>과 2013년 <비포 미드나잇>에 같은 주인공이 연달아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들이 거닐고 머물렀던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영화 같은 여행이 빈에서 는 충분히 가능하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주인공들이 찾은 LP 매장 알트 운트 노이(ALT&NEU: Teuchtler Schallplattenhandlung u. Antiquariat)는 한적한 골목에 자리해 장르와 세대를 불문한 음반을 파는, 문을 연 지 50년이 넘은 가게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음악을 들었던 감상실은 없어졌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빼곡한 음반을 뒤적이던 공간만큼은 그대로다. 지금도 영화를 보고 찾아와 기념으로 에코 백이나 LP판을 사는 손님이 많다. 다음 장소는 서로를 향한 진심을 확인한 카페 슈페를(Café Sperl). 무려 1880년 문을 연 곳으로 대리석 테이블, 쿠션이 있는 의자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까지 모두 빈 정통 카페 스타일이다. 커피 위에 휘핑크림(whipping cream:세게 저어서 잘게 거품을 낸 크림)을 얹은 것을 우리가 흔히 ‘비엔나커피(Vienna Coffee:아메리카노에 휘핑크림을 얹어 만든 커피)’라고 하는데, 약 300년 전 빈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카페에서는 정식 명칭인 아인슈페너(Einspänner)를 찾아야 한다. 뜨거운 커피와 달고 차가운 생크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빈에는 역사가 오래된 카페가 많은데, 오픈한 지 180여 년이 된 카페 자허(Café Sacher)에서는 초콜릿 케이크 중 하나인 ‘자허토르테(Sacher Torte:초콜릿과 살구잼을 곁들여 만드는 오스트리아의 초콜릿 케이크)’를 맛봐야 한다. 진득한 초코케이크 안에 들어 있는 살구잼의 상큼함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영화 촬영지를 찾지 않아도 곳곳에 낭만이 가득한 빈의 중심은 케른트너 거리다. 각종 명품 및 패션 브랜드 매장과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 좋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슈테판 성당(Stephansdom)은 유럽 지역 여느 성당과는 다르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양식 건물로, 1147년 건설을 시작한 이후 화재와 전쟁을 여러 번 겪으며 복원을 거듭하다 지금에 이르렀다. 높이가 137m에 달하는 첨탑과 청색과 금색 벽돌 25만 개로 만든 모자이크 지붕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여기에서 진행됐다.
슈테판 성당 가까이에 빈의 대표 메뉴인 슈니첼(Schnitzel) 맛집 피그뮐러가 있다. 1905년 시작해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이다. 슈니첼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지만 메뉴를 시키고 보면 익숙한 생김새에 마음이 놓인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두드려 펴서 빵가루를 묻힌 다음 바싹하게 튀긴 돈가스 같은 메뉴다. 맛은 흡사하지만 우리가 곁들이는 갈색 소스 대신 레몬만 뿌려 샐러드와 먹는다. 피그뮐러의 슈니첼은 지름이 28cm를 넘을 정도로 크다. 본점과 2호점이 있지만 본점은 예약 손님만 받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았다면 2호점으로 가는 것이 편하다.
빈에서의 겨울 여행을 근사하게 마무리할 곳으로는 빈 시청사 앞에 약 9,000m² 규모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스케이트장 비너 아이스트라움을 추천한다. 겨울에만 운영하며 1월에 문을 열어 3월 1일 폐장한다. 해가 지면 아름답기로 소문난 시청사를 배경으로 아이스링크장 곳곳에 알록달록 불이 켜진다. 왈츠부터 디스코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흘러나오는 음악은 얼음판 위를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해준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빈에서는 유독 낭만적이고 영화 같은 순간을 자주 맞닥뜨렸다. 카페, 궁전, 성당 등 발길이 닿는 곳 대부분이 최소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왔기에 자연스러운 기품을 뿜어내고, 음악의 도시답게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음악이 항상 함께했기 때문이다.
△ 주인공들이 머물렀던 카페 슈페를(Café Sperl).
△ 살구잼을 바른 초코케이크 ‘자허토르테’와 생크림이 올라간 커피 아인슈페너.
△ 빈의 심장부인 슈테판 광장에 자리한 슈테판 성당.
△ 비엔나관광청과 세계에서 가장 큰 스케이트장 비너 아이스트라움은 3월 1일까지만 운영한다.
오스트리아(Austria, 공식 명칭: 오스트리아공화국, Republic of Austria)의 국명은 10세기 중엽 동방의 이민족 침입에 대비하여 설치된 오스트마르크(Ostmark: 동쪽의 변경)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지역은 중세시대 신성로마제국의 중심지였다. 면적은 8만 3870㎢, 인구는 820만 5533명(2008년 현재), 수도는 빈(Wien, Vienna)이다. 주민의 91.1%가 오스트리아인이며,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인 등이 3%이다. 공용어는 독일어이며, 종교는 73.6%가 가톨릭교, 4.7%가 개신교를 믿는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부흥이 늦어졌으나 1949년부터 시작된 마샬플랜을 바탕으로 1951년 이후 연평균 6%의 경제성장을 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문화와 교육면에서는 독일과 같은 모습을 보이며,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등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되어 있다. 2007년 현재 국민총생산은 3,739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5200달러이다.
1806년 신성로마제국이 와해되면서 오스트리아제국이 성립되었으며, 1918년 제정(帝政)의 폐지로 공화국이 되었다. 1919년 빈조약으로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가 이 나라에서 독립되면서 현재의 국경선이 결정되어 게르만민족만의 국가가 되었다. 1920년 헌법을 제정하였고, 1955년 10월 개정한 바 있다. 1939년 독일과 통합되었으나, 제2차세계대전 후 미국·영국·프랑스·소련에 의하여 분할 점령되었고, 1955년 영세중립선언으로 독립하였다.
비엔나(Wien)는 다뉴브강 연안에 위치해 있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수도이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하이든 등 세계적인 음악가를 탄생시킨 음악의 도시이다.
[자료출처: <GOLD&WISE> 2020년 2월호/ 들풀 가족의 유럽 여행기/고앵자&이영일, 전) 문화재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 [이영일/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 이탈리아 작가 노에미 볼라(Noemi Vola)의 일러스트.
첫댓글 아름다운 여행 추억이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