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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30)가 진짜 남자로 돌아왔다. “누난 내 여자”라 절절하게 부르짖던 풋풋한 소년이 말쑥한 청년이 되어 내실 강한 배우로 우뚝 서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봤다. 욕심 많은 이 청년은 가수와 배우로만 머물지 않고 인간 이승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산뜻한 모습까지 공개하며 예능 나들이를 즐겼다.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던 이승기는 군 입대를 했고, 모범적인 특전사 생활로 군 생활을 ‘나이스’하게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이승기의 얼굴엔 선 굵은 남자의 근육이 선명히 들어 차 있었고, 품은 생각들은 조금 더 단단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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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역한 지 일주일 됐다.
▲ 되게 바빴어요. 이틀 쉬고 바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요. tvN 드라마 ‘화유기’를 준비하느라 운동하며 체중을 조절하고 있어요. 일과가 거의 연습생 신분이라 할 수 있죠. 일상 적응이랄 것도 딱히 없어요. 요즘 같이했던 전우들 생각이 많이 나요. 그래서 생활관에 전화를 자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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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열 살이나 어린 사람들과 지내기는 힘들지 않았나.
▲ 세대차이를 별로 못 느꼈어요. 얘들이 동네 형 같다고 할 정도였죠. 체력으론 탑이었는데 후임들에게 물어보면 알 거예요(웃음). 제가 승부욕이 있거든요. 이 친구들을 이기고 싶다가 아니라 ‘내가 잘 해야 얘들이 믿고 따라오겠지’하는 내 자신과의 승부요. 선임이 시키기만 하고 정작 못하면 너무 별로잖아요. 군 생활을 해보니 최고의 리더십은 솔선수범이더라고요. 선임을 신뢰하고 리스펙트 할 수 있어야 후임들도 잘 움직여요. 그래서 체력적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대신 같은 시간, 같은 강도로 훈련해도 다음날 되면 다른 애들 보다 제가 조금 더 아프긴 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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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군대에서도 모범적이었다. 왜 그렇게 열심이었나.
▲ 한 달 동안 천리행군을 하면서 생각해봤어요. 병사들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군들을 다 했거든요. 처음에는 이런 마음이었어요. ‘내가 특전사로 왔으니 전역하면 다들 어땠는지, 뭘 했는지 물어볼 테니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특전사로서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부대가 아니면 스스로 혼자서는 죽어도 못할 훈련들이에요.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하고 나가자고 생각했고, 한창 의욕이 넘칠 때 대대장님께 제 포부를 말했죠. 이왕 온 거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다고요. 대대장님이 평소 병사들에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 네가 원하는 진정한 추억을 만들어주마”하면서 정말 많은 훈련을 받았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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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많은 훈련들은 추억이 됐나.
▲ 평생 추억이죠. 연예인 활동을 하면 행동반경들이 딱 정해져 있는데 그것을 깼잖아요. 정말 운 좋게 특전사로 가면서 사회에서보다 더 많은 걸 배웠어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그리고 나의 한계에 계속 도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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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중에게 잊혀질까, 두려움은 없었을까.
▲ 전혀 없었어요. 자유를 통제 당하니 그 상황 자체가 힘들긴 한데 그게 회복하는 시간이었어요. 11년 연예계 생활하는 동안 늘 뭔가를 생각하고,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이게 잘 될까 안 될까?’,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이 많았는데 군대에서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할 필요가 없잖아요. 열외 없이 모든 훈련을 똑같이 받아야 하죠. 고민 자체가 크게 없어요. 그냥 ‘오늘 저녁밥은 뭘까?’ ‘오늘은 왜 이렇게 맛없는 게 나왔지? 내일 아침밥은 맛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가장 큰 생각거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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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군 생활에 걸그룹도 빠질 수 없는데.
▲ 군대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라 생각해요. 방송을 볼 때도 군인들의 촉이 굉장히 빠르고 예민해요. 군인들이 뜬다고 하는 찍는 신인 걸그룹은 3개월 안에 무조건 떠요. JTBC ‘아는형님’도 첫방송부터 ‘이거 너무 재미있는데?’ 싶었는데 진짜 확 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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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군 말뚝설이 나올 정도였다. 주위에서도 이승기의 군 시간은 정말 천천히 가는 것 같다고 했다.
▲ 전역 6개월 전부터 왜 안 나오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휴가 받아서 나가면 “군 생활 이제 얼마 안 남았죠?”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군 생활이 많이 남았는데 나올 때가 된 줄 알고 군 말뚝설, 중사 전역설 등이 돌았어요. 흐흐. 그만큼 절 보고 싶어 한다는 뜻이고, 유독 관심을 많이 보여주셔서 내심 좋았어요. 전역하면서 많은 환영을 받아 감사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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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짬밥이 좋은가 보다. 얼굴이 입대 전보다 더 보기 좋다.
▲ 막판에 체중관리를 좀 했어요. 입대 전보다는 조금 빠졌는데 아직 방송에 바로 복귀할 만큼은 아니어서요. 굶지 않고 운동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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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역할 때 팬들 앞에 오랜만에 섰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 인원이 많고 적은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나갔을 때 모습을 계속 그려봤어요. 그간 온갖 훈련을 받으면서 했던 생각들이나 표정 같은 게 다 배어나왔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제가 훈련 받는 사진이나 훈련 내용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걸 봤는데 댓글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와, 큰일 났네, 기대감이 너무 심한데?’ 싶었어요. 그래서 전역을 앞두고 운동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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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느 포토월보다 신경을 많이 썼겠다.
▲ 그렇죠. 전역하는 날 새벽에 일어나 애들 다 자는데 혼자 스트레칭하고, 밖에 나가 뛰고 줄넘기 500개 정도 했어요. 그래서 얼굴이 좋게 나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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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접 쓴 전역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 전역 후 고민하면서 ‘한 땀 한 땀’ 썼어요. 오랜만에 나오다 보니 말하고 싶은 게 많아 좀 길어졌어요. 그리고 뭘 했는지 팬들이 모르니 많이들 궁금해하더라고요. 특전사로서 뭘 했는지를 적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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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휴식 없이 바로 일 시작이다.
▲ 감사하게도 드라마 대본, 영화 시나리오, 예능 등 여러 제안이 들어왔어요. 사실 전역하고 3주 정도 쉬면서 미국에서 스카이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싶어 많이 알아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곳에서 날 찾아주니 기쁘기도 하고. 또 쉰다 해서 에너지가 더 나올 것 같지 않았어요. 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군대에서 차곡차곡 쌓았잖아요. 에너지가 남아도는데 싶어서 드라마를 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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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복귀작으로 tvN ‘화유기’를 선택한 이유는.
▲ 일단 대본이 재미있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홍자매 작가들과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때 같이 작업을 했던 터라 믿음이 있었고요. 나에 대해 충분히 잘 아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박홍균 감독과도 꼭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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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화유기’는 어떤 드라마인가.
▲ 고전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퇴마극이에요. 신선이었던 손오공이 큰 죄를 지어 요력을 봉인 당하고 인간세계로 쫓겨나요. 선행 포인트를 쌓아야 신선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죠. 흰소 요괴 우마왕(차승원)과 삼장 진선미(오연서)와 악연을 맺게 되면서 악귀를 소탕하는 여정을 담은 드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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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입대 전 촬영했던 영화 ‘궁합’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내년 1월 중순쯤 개봉 예정이에요. 사실 군대에 있을 때 개봉할 줄 알고 입대 전에 홍보 자료를 다 찍고 갔어요. 그래도 주인공이 없으니까. 영화 편집이 잘 나왔다고 해요.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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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앨범과 예능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은데.
▲ 앨범은 당분간 계획이 없어요. 예능은 해야죠. 좋은 예능이 있으면 언제라도요. 요즘 예능을 보니 색깔이 다양해진 것 같더라고요. 나에게 맞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예능이 있다면 충분히 하고 싶어요.
Q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굴곡 없이 쭉 잘 해왔다. 모범생이라는 이미지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한번쯤은 그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안 해봤나.
▲ 그런 거 없어요. 연예인이라면 남다른 끼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군대 가기 전까지 ‘난 끼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예계 생활 13년을 돌아보니 대중이 전역하는 이승기를 기대해줬던 건 부지런하게 나만의 시간을 쌓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나에겐 열심히 하는 끼가 있는 거란 걸 깨달았죠. 자유롭게 노는 것만이 끼가 아니에요. 내가 잘 하는 게 뭔지, 내가 뭘 할 때 제일 자연스러운지를 찾는 작업을 해야 해요.
Q 2018년 목표는?
▲ 이승기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누구지? 연예인 이승기는 뭐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이요. ‘고수가 되고 싶어 한 분야만 파겠습니다!’는 아니에요.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가수도 했고, 배우도 했고, 예능도 했던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고, 잘했던 분야는 거리낌 없이 도전했구나’ 싶어요. 대한민국에 이런 캐릭터 하나 있어도 나쁘지 않잖아요.
Q 이승기가 벌써 서른 두 살이다. 30대의 이승기가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군에서 본 20대들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 액팅을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죠. 겁을 좀 덜 내고 고민하는 시간을 좀만 줄여도 훨씬 다른 에너지가 나올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매일 미래를 그린다고 해서 밝은 미래가 오는 건 아니잖아요. ‘오늘 뭘 할까?’를 생각하고 하루 일과만 잘 해내도 언젠간 돼요.
에디터 김두리 인터뷰 정수미 포토그래퍼 이전호 비하인드 포토그래퍼 정유진 스타일리스트 연시우 헤어&메이크업 임해경
dd@atstar1.com
첫댓글 넘나 멋있ㅇ습니다♡♡
넘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