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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장칼국수
그는구멍가게K씨의맏딸이다내이마로비가연착륙하던날그의입술에내입술을포개었다 그의우윳빛살결이눈부시다때로는짜다,때로는맵다그래도그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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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멍가게 K씨의 맏딸이다
내 이마로 비가 연착륙하던 날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의 우윳빛 살결이 눈부시다
때로는 짜다, 때로는
맵다
그래도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오늘,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
한가닥의 희고 긴 문장은
내 허기를 두들긴다
또 두들긴다
그러므로
나의 빈 정신은 채워지고
온 방안에 봄이 가득하다
보릿고개가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슬픔의 가닥들과
뼈를 우려낸 세월이 다 비워질 때
내가 걸어온
빈 들판도 채워지고 있다
둥근 그릇에 남겨진 붉은 국물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의 각혈이다
<시작노트>
지난날 베이비붐 세대들의 쏘울 푸드인 장칼국수, 그 음식을 통해 유년시절의 궁핍에 대한 회상을 불러온다. 강원도의 전통음식인 동시에 서민음식인 장칼국수를 통하여 지난 세대의 고통의 삶을 반추하며 가난한 자들의 목숨을 부지해 준 한가닥의 희고 긴 그리움인 동시에 그것은 K-장녀의 붉은 사랑의 각혈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허자경
. 2020년 「시현실」 등단
. 2023년 강원교원작가상 수상
. 시집 『엉겅퀴의 여자』
『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 현대시 기획선75.
. 현) 한국문인협회 강원지부 사무차장
. E-mail: a0102000226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