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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런 만남을 반복했어요.
기억 깊게 모두
만날 수 없는 그림자를 기다리는 건
I can taste the sweetness of the past
어디에도 당신은 없다해도
I'll be all right
눈을 감으면 그곳에
변하지 않는 사랑을 I believe
바랄뿐인 약속은
때가 지나면 빛이 바래요
흘러가는 시간도 마음속에 있는 그대로
두 사람의 날들의 계속 생각으로
사랑도 꿈도 잊은 것도
언제나 따뜻하면 좋겠어요...
four seasons with your love
가슴속에...
[安室奈美惠] - Four seasons
The memory
- Xenal's Story Ⅱ
정의파로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던 피리오넬 엘 디 세일룬이 국왕 자리에 올라선지 5년째 되는 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세일룬은 5년 만에 또다시 국기를 내려야만 했다.
세일룬의 모든 국민들의 국왕의 죽음에 슬퍼했지만, 궁정 안은 후계자 지목으로 시끄러웠다.
다음 후계자를 지목하지도 않은 채 죽어버린 국왕의 뒷치닥거리라고나 할까..
원래는 국왕의 동생이었던 크리스토퍼 울 브롯조 세일룬이 왕위를 이어야 하지만 그는 오래전에 왕위계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게다가 피리오넬의 장녀 그레이시아 울 나가 세일룬은 수년전 궁을 나가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
결국 여론은 현재 여행 중에 있는 차녀 아멜리아 윌 테슬라 세일룬에게로 기울어졌다.
아멜리아 왕녀가 정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백부인 크리스토퍼와의 공동 집무 형태로 공무가 이루어진지 2년째 되는 해.
성왕국 세일룬에는 신성 여왕이 탄생했다.
세일룬의 명물인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찾아 먼 길을 찾아온 제나르는 허리를 넘어선 머리카락이 귀찮은 듯 조금은 거친 몸동작으로 긴 머릿결을 어깨너머로 넘겨버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거리를 걷는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그녀의 아빠가 부탁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를 찾아 힘겹게 눈을 굴렸다.
아무리 눈을 굴려도 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작은 키로 인한 불충분한 시야 확보력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흰색 부츠의 발목부분을 스치는 검은색 망토가 행인들이 만들어낸 흙먼지에 조금씩 색을 달리할 때 쯤 그녀는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긴 사막 여행 중에 기적적으로 발견한 오아시스인 양 사람들을 헤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선 제나르는 소프트의 끝 부분이 바로서야 맛도 좋다는 괴상한 이론을 떠들어대며 아이스크림을 받은 뒤 재빨리 아빠에게서 빌려온 가방에 집어넣었다.
고작 이 아이스크림 때문에 제피리아에서 세일룬까지 오게 된 제나르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설 때였다.
갑자기 거리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어딘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라버린 제나르는 달리는 사람들을 피해 이름모를 건물 벽에 찰싹 달라붙어 동그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짧게 깜빡거렸다.
텅비어버린 크레이프가게에서 딸기 위에 벌꿀시럽이 잔뜩 발라진 크레이프를 주문하면서도 사람들이 뛰어가는 방향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제나르는 막 계산한 크레이프를 입에 문 채 사람들이 달려간 곳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있는 길.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세일룬 왕궁인가?
거대한 오망성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세일룬 왕궁.
아버지나 자신 같은, 마족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거대한 마법진.
왠지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신성여왕 만세-!”
“세일룬에 영광이 있으라―!”
신성여왕?
한입 배어 물은 크레이프를 손에 들며 바라본 곳에는 입고 있는 진주빛 드레스만큼 화사하게 웃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허리께까지 드리운 윤기 나는 흑발. 눈부신 미소만큼 화사한 왕관.
예전의 앳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
“아멜리아... 언니?”
제나르, 그녀가 아직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을 때 만났던 아멜리아가 틀림없었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제나르가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아빠는 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를 세일룬으로 보낸 건가?”
난데없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네요. 그것도 세. 일. 룬. 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말이예요-♥’ 라며 등을 떠밀어서 뭔가 찜찜하긴 했다만...
눈은 아멜리아에게서 떼지 않고 크레이프를 다 먹은 제나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는...아직도 행복하지 않은 건가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멜리아의 가식적인 미소가 걸렸다.
끝내 세일룬에서 발을 돌리지 못한 제나르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짱돌을 발로 차며 세일룬 성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어야 할 존재를 생각하면서..
그러고 보니 아멜리아의 옆에는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
손대면 부서질 것 같던 가느다란 은발을 가진 키메라가 아닌 평범한 사람.
어째서...?
섣부른 접근을 막는 그의 싸늘한 눈이 떠오를 때쯤 제나르의 눈앞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드리워졌다.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을 발하는 서늘한 몸체.
땅만 쳐다보고 가던 제나르가 멈춰 서고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무표정의 성문지기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왕님을 뵈러 왔는데요.”
정중하게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제나르.
하지만 문지기A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요 며칠간 여왕님의 알현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요. 돌아가십시오.”
“난 여왕님과 초면도 아니라고요. 들여보내줘요!”
막무가내인 제나르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난처해하는 문지기A에게 좀 나이가든 듯한 문지기B가 다가왔다.
“야, 저 여자 예전에 여왕님하고 같이 여행 다니던 여자마법사랑 닮았어. 그 이름이 리... 뭐라고 하는 사람 말이야..”
“그래요! 내가 리나 인버스예요. 그러니까 여왕님을 만나게 해줘요!”
누구를 닮아서 그렇게 청력이 좋은 건지...
꽤 작은 소리로 이야기 했다고 생각한 문지기B의 안색이 눈에 띌 정도로 변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그 사람이라고 외쳐버린 제나르가 문지기B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서 들여보내달라니깐요!”
얼굴에 두꺼운 철판은 깐 채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제나르의 목에 핼버드의 창날이 다가와 음산한 빛을 뿌렸다.
갑작스런 위협에 제나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문지기도 만만치 않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리나 인버스님은 6년 전에 돌아가신 것으로 안다.”
에엑?
어째서 저런 문지기가 그런 것을 알고 있는 거지?
폼 좀 잡으며 진지한 대사를 읊어보려던 계획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산산이 조각나 부서져 내렸다.
“아, 그..그게, 저기..”
상황을 수습해보려 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 듯하다.
하늘이 심해저의 검푸른 빛깔로 물들어 갈 때쯤에 조용해야할 성문 앞이 시끄럽자 성안의 병사들이 다가왔다.
“감히 여왕님과의 친분을 사칭하다니!!”
아아.. 자기편이 온다고 그렇게 큰소리로 외치지 말라고요~
의기양양하게 목청을 돋우는 문지기A 때문에 제나르는 꼼짝없이 병사들에게 잡힌 채 성안으로 끌려들어가 버렸다.
이런 식으로 성안으로 들어가려던 것이 아니었던 제나르는 감옥의 철창을 부여잡고는 울음 섞인 절규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깨끗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넓은 방.
발코니로 향하는 커다란 창문과 밤의 장막이란 커튼을 뒤로 한 아멜리아가 커다란 책상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조금은 붉어진 군청빛 눈동자를 크게 뜨며 한쪽에 쌓인 종이뭉치들을 한 장씩 살펴보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깃털 펜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펜이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릴 정도로 고요한 방안.
한숨을 내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요함보다 더한 적막감.
무언가를 꼭꼭 숨긴 듯한 어두운 하늘빛은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더해줄 뿐이었다.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 이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두어 번, 노크소리가 들린다.
“들어오세요.”
음의 높낮이라고는 눈을 씻고 다시 찾아봐도 없는 무감정한 말투.
내가 언제부터 이런 말투를 썼을까...
피식,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린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젊은 병사는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고개를 숙인 채 땅바닥만 쳐다본다.
“무슨 일입니까?”
퉁명스레 물음을 던지며 의자에 앉은 아멜리아가 펜을 집어 들었다.
“네, 방금 리나 인버스님을 사칭하던 한 여자를 잡았습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전에도 여럿 있지 않았습니까? 굳이 제게 보고하지 않고도 처리하실 수 있을 텐데요.”
여전히 차가운 말투.
안돼, 아멜리아.
좀더 상냥하게 해야 해.
이제 너는 더 이상 철부지 공주님이 아니야.
사적인 자유를 침범 당했다고 괜히 심술부리면 안돼.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무심히 서류종이를 하나 집어 들었다.
아멜리아의 차가운 말투에 기가 죽었는지 병사의 머리가 점점 더 바닥을 향했다.
“그...그런데 그 여자가 리나 인버스님과 너무 똑같아서...”
“머리색이라던 지 옷 같은 것을 똑같이 해서 온 사람도 적지 않아요.”
지겨운 사람들.
어차피 내 앞에 오면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날 텐데 사칭은 왜 하는 건지..
“그게.. 너무 똑같다는 겁니다.”
병사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며 손으로 한쪽 벽을 가리킨다.
“ 저 초상화 안의 리나님... 그대로입니다.”
무심코 병사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아멜리아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스쳐지나갔다.
몇 년 전에 만난 작은 소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도 도리어 나를 위로하며 밝게 웃어주었던...
설마?
초상화 속에서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장난스럽게 미소 짓는 붉은 머리칼의 여성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저.. 초상화 속의... 리나 언니와?”
“지금까지 그분을 사칭한 사람들 중에 붉은 눈 색을 가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병사의 마지막말에 아멜리아가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한 장의 종이가 허공 속을 날아올랐다.
“지금 그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하 감옥 2구역에 넣어놨습니다만...”
망설일 것도 없다.
재빨리 병사의 옆을 지나 문을 열고는 뒤돌아 당황해하는 병사를 쳐다보았다.
“안내하세요! 어서!”
“네..네!”
당황해하던 병사의 뒤를 따라가는 아멜리아의 얼굴은 무척 묘한 빛을 띠고 있었다.
아멜리아도 자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는 듯 차가운 두 손으로 달아오르는 두 뺨을 식혔다.
하지만 표면적인 차가움을 뿐, 아멜리아의 마음속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심장아.. 제발 그렇게 크게 뛰지 말아줘.
그러고 보니 나는...
제나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가?
아니면...
리나 언니의 모습을 현실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가?
...알 수 없어.
우뚝.
바쁘게 움직이던 아멜리아의 발이 굳은 것처럼 멈춰버린다.
여왕을 모시고 간다는 기쁨에 앞만 보고 달려가던 병사가 한참을 가서야 멈춰서 있는 아멜리아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붉어져 다시 되돌아온다.
“저.. 여왕님?”
아픔 따위...
미련 따위...
사무치는 그리움과 함께 그때 내리던 하얀 눈 속에 꼭꼭 묻어뒀다고 생각했는데...
“여왕님...?”
부르는 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든 아멜리아의 시선에 낯선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은...?
아아.. 그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줄 사람이었지...
넋이 나갔던 사람처럼 풀려버린 눈을 몇 번 깜빡임으로 무마하고는 조용히 주먹을 쥐어본다.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손바닥.
초조함 따위.. 이들에게 보이면 안돼.
아멜리아는 사람 좋게 생긋 웃어 보였다.
“미안해요, 계속 안내하도록 해요.”
“네!”
몹시도 순진한 병사를 따라가 도착한 곳에는 두 명의 병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두 병사의 인사에 간단한 목례로 답해준 아멜리아가 천천히 두 병사를 훑어보았다.
“이곳에 오늘 잡혀온 사람이 있다는 것, 사실입니까?”
“아, 예. 그렇습니다만...”
“그렇군요.”
아멜리아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문을 지키고 서 있던 병사가 당황한 듯 바짝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 이곳은 여왕님께서 오실만한 곳이 아닙니다.”
“여왕이기에 더더욱 이런 곳에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멜리아의 날카로운 말에 병사의 얼굴이 굳었다.
“저는 겉모습뿐인 행동력 없는 나약한 여왕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삼가 해 주십시오.”
아멜리아의 말에 무언가 충격을 받았는지 병사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재빨리 다른 병사가 와서 어깨를 쳐줌으로써 충격에서 헤어 나온 그는 예의 가벼운 표정이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써 아멜리아의 뒤를 따랐다.
“아아~ 좀 꺼내달라고요~!! 이 가련한 소녀가 무슨 죄가 있다고오~”
갑작스럽게 들리는 큰 소리에 앞서가던 아멜리아가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병사들이 당황해서 뛰어나가려는 것을 한 팔을 뻗어 제지한 아멜리아는 그 자리에 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봐요~ 누구 없어요~?”
아멜리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뻗은 팔을 조용히 거둔 채 옆에 서 있는 병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 분이 계시는 감옥의 열쇠를.”
“아.. 네!”
찰랑.
차가운 감촉의 투박한 열쇠가 아멜리아의 작은 손에 놓여졌다.
두 손으로 열쇠를 감싸 쥔 아멜리아가 주변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도착했다.
“...역시...”
아멜리아의 두 눈가에 눈물이 어렸다.
감옥 안에서 벽에 기댄 채 떠들어대던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재빠른 동작으로 창살을 부여잡았다.
그래.
그녀는 처음에도 내 시야를 붉게 물들였었지.
지금처럼...
“아, 아멜리아 언니...”
설마 이런 곳에서 아멜리아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녀는 꽤 당황한 듯 했다.
그런 그녀에게 생긋 미소를 지어준 아멜리아가 자물쇠를 따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아직도 놀라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제나르...”
화사한 드레스자락에 먼지가 묻는 것도 잊은 채, 아멜리아는 한참동안 제나르를 끌어안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얼결에 아멜리아의 방으로 초대되어진 제나르는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백색의 의자 앞에 우뚝 선 채 앉아도 되는지의 여부를 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당황해 하는 시녀에게서 찻잔이 든 쟁반을 받아든 아멜리아가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며 의자를 빼주자 그제야 제나르는 배시시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탁자에 찻잔을 내려놓은 후 자리에 앉은 아멜리아는 화려한 방안이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제나르를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놀랐어요. 제나르가 세일룬까지 오다니...”
“아, 실은 아빠 심부름으로 왔다가...”
“심부름?”
찻잔을 입에 가져가던 아멜리아가 잔을 든 채 물었다.
“아아, 아이스크림 심부름... 이예요.”
“설마.. 소프트아이스크림?”
“네, 덕분에 제피리아에서 여기까지 왔죠.”
제나르는 한숨을 내쉬며 각설탕을 하나 집어 든 뒤 차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스푼을 집어 들었다.
“아멜리아 언니를 보지 않았다면 바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아...”
빙글빙글.
티스푼을 따라 차수면 위에 동그란 원이 그려졌다.
“저는 아멜리아 언니가 세일룬 왕족이었다는 것을 몰랐으니까요.”
아멜리아는 고개를 떨군채 말이 없었다.
각설탕 하나를 다 녹인 제나르가 또다시 각설탕을 집어 들었다.
“아멜리아 언니.”
차 속의 각설탕을 녹이던 제나르의 손길이 멈췄다.
“왜 그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흠칫.
아멜리아의 작은 어깨가 떨렸다.
“제나르...”
“어째서 언니의 옆에는 그 사람이 없는 거예요?”
무언가 설명을 하려고 하던 아멜리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져갔다.
“어째서... 같이 있지 않은 거예요?”
침묵이 흘렀다.
간간히 제나르가 각설탕을 찻잔에 넣고 스푼으로 차를 젓는 소리만 날뿐, 사람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나르도, 아멜리아도 입을 다문 채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찻잔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2년 전에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셨어요.”
이번에는 제나르가 놀라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세일룬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아멜리아 너 밖에 없다... 라고 숙부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각설탕을 집어 드는 제나르의 얼굴에는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책임전가라... 한심해요.”
“솔직히 나에게는... 세일룬을 버리고 제르가디스 오빠를 따라갈 용기가 없어요.”
“그래서 매일 그런 울상을 하고 있던 거예요?”
찬바람 도는 제나르의 말투에 아멜리아가 눈물이 맺힌 눈가를 훔쳤다.
“제나르...”
“3년 전, 제게 보여줬던 두 사람의 감정은 그저 허우대였던 것뿐이었군요.”
“제나르!”
콰앙!
아멜리아가 벌게진 얼굴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 충격에 찻잔이 흔들렸지만 쏟아지지는 않자 제나르는 무심하게도 각설탕을 집어넣고는 스푼을 손에 쥐었다.
“그래요, 그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
“제나르, 난...”
“억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 말아요.”
자신을 향한 아멜리아의 복잡한 시선에 제나르는 생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프잖아요. 사실은 너무 보고 싶어서 아픈 거잖아요.”
각설탕을 찾던 제나르의 손이 빈 접시를 훑어 내렸다.
“숨겨둔 오래된 상처는 곪아 버려요.”
빈 접시가 아쉬운 듯 찻잔을 향해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던 제나르가 찻잔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기쁘면 미소 짓고, 즐거우면 노래를 부르고, 슬프면 울 수 있는 것. 인간인 언니만이 가진 특권을 왜 버리려고 하는 거예요.”
“나는 왕족이에요, 제나르. 태어날 때부터 나는 세일룬의 것인 거예요.”
차를 한 모금 마신 제나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위해 언니가 희생해야 하는 거죠? 그런다고 알아 모셔주기라도 하는 사람이 있나요?”
“설사..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무엇보다 세일룬을 위하는 것이 왕족으로 태어난 자의 의무인 거예요.”
“그건 자기위선일 뿐이에요!!”
이번에는 제나르가 탁자를 내리쳤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나르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 제나르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언니가 그렇다면 말의 방향을 돌리죠. 제르가디스 씨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덩달아 일어난 아멜리아는 제나르의 물음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제르가디스 오빠는 1년 전에 본게 마지막이예요. 아마도 지금 이 시간에도 방황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방황...?”
“자신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순간 제나르의 머릿속에는 제르가디스의 푸른색 피부가 스쳐지나갔다.
덕분에 아멜리아의 말이 이해가 가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작게 긍정의 말을 내뱉은 제나르는 어두운 창문에 비치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빛에 녹아내린 아멜리아의 모습이 서글퍼 보였다.
“제가 제르가디스 씨를 찾아볼게요.”
창문에 비친 아멜리아의 모습이 작게 흔들렸다.
“설령 아멜리아 언니가 제르가디스 씨를 찾고 싶지 않다고 해도.. 찾아서 만나야겠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요.”
“.......”
짧은 작별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방 밖으로 나가버리는 제나르를 돌아보지 않고 창문에 기대어 서 있던 아멜리아가 작은 손을 내밀어 창문의 손잡이를 잡아 비틀었다.
그러자 어두운 빛을 띄우고는 허공을 맴돌던 바람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아멜리아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암울했던 기분을 말끔히 날려줄만한 차가운 바람이었는데도 아멜리아의 두 눈동자에서는 어두운 빛이 떠날 줄을 몰랐다.
“지금... 제르가디스 오빠를 찾는다고 해도...너무 늦었어요, 제나르...”
“아빠-!”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탁자 앞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보랏빛 포니테일의 청년이 시선을 돌리며 미소 지었다.
“아아, 제나군요. 어서 와요. 기다렸다고요.”
자신을 반기는 자상한 미소를 문 밖으로 날려버린 제나르는 보기에도 무게가 느껴지는 발걸음으로 제로스의 앞까지 달려간 뒤 그를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재빠른 동작으로 그가 들고 있는 책을 빼앗았다.
“제나? 무슨 일 있나요?”
“아빠는 알지요? 네?”
제나르의 갑작스런 질문 공세에 제로스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에 의자를 끌어와 자신을 노려보는 제나르를 앉혔다.
그리고는 천천히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가 알고 싶은 건가요?”
그가 들어간 주방에서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심부름 갔다 돌아온 제나르에게 수고의 뜻으로 밀크티를 타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의자에 앉아 한참동안 나무판자로 된 바닥에 시선을 두던 제나르가 고개를 들었다.
“제르가디스 씨 말이예요. 어디 있는지 아시죠?”
어느새 따끈한 김이 솟아오르는 컵 두개를 두 손에 든 제로스가 주방에서 나오다가 우뚝 멈춰 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는 얼굴로 걸어와 제나르의 앞에 컵을 내려놓았다.
“제르가디스 씨의 행방을 저에게 묻는다고 해도..”
“지금 한시가 급해요! 아빠, 아빠는 알잖아요, 네? 제르가디스 씨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세요!”
“제나. 책은 돌려줘야죠.”
여전히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장갑을 낀 하얀 손을 내민 제로스의 모습에 제나르가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의 손에 빼앗은 책을 올려주고는 밀크티가 든 컵을 집어 들었다.
그 뜨거운 걸 후루룩 마셔버린 제나르가 사람처럼 그 따뜻함에 나른해진 표정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눈을 또릿하게 뜨고는 제로스를 노려보았다.
“뭐... 가르쳐줘도 상관없는 것이긴 합니다만... 그 분은 왜 찾는 건가요?”
“아..그게...”
“말해주지 않겠다면 저도 말 안할 겁니다.”
제로스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제르가디스가 있는 곳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여러 해 동안 그와 같이 생활한 제나르는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뜨거운 컵을 두 손으로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느끼지 못하던 제나르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멜리아 언니와 제르가디스 씨를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아멜리아 씨와 제르가디스 씨를...?”
제나르를 따라 밀크티를 마시던 제로스가 곤란하다는 듯 들어올린 검지를 흔들었다.
“곤란하군요. 아멜리아 씨에게는 약혼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5일 후면 부부가 될 사람 말입니다.”
“야..약혼자요?”
화들짝 놀라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제나르를 보며 제로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나도 보지 않았나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아멜리아 씨 옆에 동석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예요.”
아멜리아의 옆에 서 있던 평범한 남자.
그래... 그 사람이야..
그 사람이... 아멜리아 언니의.. 약혼자..
“하지만 아멜리아 언니는 아직도 제르가디스 씨를...!”
“5일 후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데요?
“아멜리아 언니는 아무 말도...”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았나보군요.”
어느새 냉정한 어투로 말을 잇고 있던 제로스는 여유 있는 손놀림으로 책장을 넘겼다.
자신이 읽던 곳을 찾던 그는 조심스레 작은 연보랏빛 꽃이 붙어있는 책갈피를 끼워 넣었다.
“제나는 아멜리아 씨에게서 신용 받지 못하고 있군요.”
제로스의 말에 제나르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제나르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한 채 도리어 폭력까지 쓰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어차피 때려도 손에는 아무런 감각도 와 닿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그는 자신의 창조주이다.
그와의 관계가 인간들이 말하는 ‘가족’ 이라는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구분은 되어 있다.
그는 주종의 관계를 원하지 않고 있지만 제나르는 그런 쪽을 묘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혼내지... 않을 거예요?”
“혼내다니요?”
제나르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들었던 손을 바라보았다.
“아빠한테.. 대들려고 했잖아요...”
책에 시선을 둔 채 책갈피를 바라보던 제로스가 한숨을 내쉬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제나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나. 초조한 마음은 이해해요. 하지만 제나가 그렇게 초조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제나르는 제로스의 손길에 머리가 헝클어지건 말건 상관조차 안한 채 힘 빠진 눈동자로 제로스를 올려보았다.
그런 제나르에게 제로스는 언제나처럼 상냥하게 미소 지어 주었다.
“아멜리아 씨는 제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준 사람이니까... 돕고 싶은 마음은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걸 명심해요. 그리고...”
제나르의 머리를 토닥이던 팔이 곧게 뻗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눈앞에서 아련하게 흔들리는 보라색을 보니 왠지 마음이 편해옴을 느낀 제나르의 눈꺼풀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싸울수록 정이 든다... 라는 말이 있어요. 저는 제나가 언제까지고 제 말만 듣는 아이가 되길 바라지는 않아요. 이렇게 제나가 작게 다투는 것이 ‘살아있다’ 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니 제나는 정체성에 얽매이려 하지 말고, 저를 진짜 아빠라고 생각하고 대해줘요.”
귓가에서 울리는 제로스의 상냥한 말소리에 홧김에 손을 든 행위가 더더욱 부끄러워진 제나르는 붉게 물든 볼을 그의 망토에 비볐다.
두 볼 가득 차가움이 묻어나오자 생기를 되찾은 붉은 눈동자를 힘 있게 한번 깜빡인 후 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한층 밝은 표정이 제로스도 안심했다는 듯 미소 지었다.
“아마도 제르가디스 씨는 타티카르 유적 쪽에 있을 거예요. 일부러 흘린 정보를 그가 들었다면 말이죠.”
“일부러.. 흘려요? 왜요?”
“비밀이에요.”
생글 웃음으로 벽을 쳐버린 제로스는 어디선가 꺼내온 종이에 타티카르 유적으로 가는 길을 그려서 반으로 한번 접고는 제나르에게 내밀었다.
“제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베풀어주는 건 제나 뿐이라는 것, 명심해 주세요. 자. 다녀와요.”
그것은 제로스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제나르는 알 수가 없었다.
뒷걸음질치면서 손을 흔들던 제나르가 등을 보이고는 뛰어가는 모습을 배웅하던 제로스는 조용히 손에 들른 책갈피를 바라보았다.
이름 모를 향기가 아련하게 풍기는 책갈피.
그 향기를 따라 옛 기억도 그리운 내음을 풍긴다.
톡.
천장에 고였던 물이 작은 소리를 내며 제르가디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딱딱한 그의 머릿결을 쓰다듬던 물방울은 허공을 향해 비상을 시도하지만 차가운 돌바닥과 조우하며 부서져 튀어 올랐다.
지하로 들어온 것도 아닌데도 천장에서 계속 물이 떨어지는 바람에 간신히 입수한 지도의 귀퉁이가 조금 젖어 버렸다.
왠지 싸구려 티가 팍팍 나는 종이라서 그런지 물을 머금자 휘청 몸을 휘어 버렸다.
그래도 그것까지는 봐줄만 했다.
야금야금 종이를 먹어가던 물은 결국 그 위에 그려진 잉크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한쪽 귀퉁이가 새까매져버리자 제르가디스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결국 지도는 차디찬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버린다.
“이제부터는 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지금까지 몸을 되돌릴 수 있는 정보라면 그것이 클리어 바이블의 사본의 단서라든지, 아니면 그 외의 것이라든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찾아봤지만 헛소문 내지는 이름만 비슷한 쓸데없는 것들뿐이었다.
아니..
딱 한번, 진짜로 사본에 가까이 간 적이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빌어먹을 제로스가 나타나 가로막았었다.
지금까지 오는 길에 제로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이 곳 역시 가짜란 말인가..
한숨을 내쉬며 축축한 벽에 기대어 무언가를 생각하던 제르가디스는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듯 앞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주위의 빛이 점점 사라지는 듯 어두워지자 제르가디스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푸른색의 보석이 붙어 있는 아뮬렛.
보석에 새겨진 오망성에 잠시 시선을 준 제르가디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라이팅.”
푸른빛을 삼켜버린 새하얀 빛이 허공을 밝힌다.
한참을 걸어갔을까.
저 앞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뛰어간 그곳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반짝임은 수면에 제르가디스의 손에 들려 있는 아뮬렛에서 뿜어 나온 빛이 반사된 것이었다.
너무 뻔한 광경에 한숨을 내쉬며 호수를 향해 아뮬렛을 가져가자 저 멀리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면을 뚫고 튀어나온 돌로 만들어진 받침대.
받침대 위의 작은 상자.
무언가 그럴듯한 이 광경에는 항상 무언가가 따라왔다.
가디언.
그렇다.
저것이 무엇이건 간에 모든 유적에는 그 유적을 지키는 것이 있길 마련이다.
라이팅과 아뮬렛을 분리한 후 바지주머니에 집어넣은 제르가디스가 조용히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내며 조심스레 호수로 한발 내딛었다.
물 속에서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라이팅을 좀더 위로 띄우는 순간,
쿠르르릉-.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
그 소리에 제르가디스는 바짝 긴장을 하며 한 발짝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호수의 물들이 마치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재빨리 호수 밖으로 뛰어나온 제르가디스의 눈에는 더 이상 호수의 푸른 물결이 보이지 않았다.
호수의 바닥이었던 곳은 마치 돌을 깎아서 깔아놓은 듯한 큼지막한 넓이의 돌들이 깔려 있었다.
목적인 저 상자로 가기 더 쉬워졌다고 생각하며 검을 집어넣은 제르가디스는 영 꺼림칙하다는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대로 인해 조금은 상기된 얼굴의 제르가디스가 상자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불빛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쉽게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의심쩍었다는 듯, 재빨리 주위를 살피던 제르가디스의 앞에 무언가가 육중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아무렇게나 부서져 버린 바위.
쿠르르릉-.
아까 전의 원인을 알 수 없던 소리가 또다시 들려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엇인지 잘 알겠다는 듯 제르가디스의 얼굴에 낭패감이 떠오른다.
그의 예감이 시작이라는 듯 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자잘한 돌들과 흙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웅-!
또다시 천장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가 떨어졌다.
몸을 날리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한 제르가디스는 안심할 시간도 없이 계속 떨어지는 바윗덩어리들을 피해 또다시 몸을 굴려야만 했다.
출구 쪽으로 뛰려고 하던 제르가디스는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느낌에 무언가가 생각이라도 난 듯 열어보지 못한 상자로 시선을 돌렸다.
“안돼-!”
상자에 시선이 빼앗겼던 제르가디스가 누군가의 외침에 이성을 되찾으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머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조금씩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지반이 흔들리는 소리와 무너지는 천장의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으음...”
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제르가디스의 눈꺼풀이 작게 떨렸다.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뜬 그는 갑작스런 빛에 눈썹을 찡그렸다.
작은 불빛.
어두운 밤의 장막을 뒤로 하고는 작은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한쪽 시야를 밝게 비추는 모닥불을 무시한 채 정면으로 시선을 두자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린 하늘에는 다이아몬드를 부숴놓은 듯한 거대한 별의 무리가 아름다운 수를 놓고 있었다.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제르가디스는 마치 머리가 깨지는 듯한 통증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손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천천히 손을 빼 집어든 그것은 검은색의 망토였다.
어두운 하늘을 담아놓은 듯한 그 망토는 제르가디스의 몸을 덮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분명 돌무더기를 맞고 기절한 것 같은데...
상반신을 일으킨 그는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망토를 옆으로 치워 버렸다.
“이 망토의 주인이 나를 살렸다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기절한 자신은 돌무더기에 파묻혀 압사 당했으리라.
“어라, 깨어나셨네요?”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던 제르가디스는 현기증을 느꼈지만 이를 악물며 아직 어둠의 건너편에 있는 목소리의 주인을 경계했다.
그러나 곧 혼란스러운 감정을 눈에 담고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있었다.
언제나 활기찬 그녀.
자연스레 다른 이와의 연결점이 되어주던 그녀.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그녀.
“리나...?”
얼이 빠진 듯한 그의 말투에 그녀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이젠 제르가디스씨도 저를 그분으로 착각하시는 거예요?”
칭얼거리듯 말을 내뱉은 그녀는 모닥불 가에 털썩 주저앉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버섯들을 꼬챙이에 끼워 굽는 모습을 바라보던 제르가디스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리나일 리가 없지... 그렇다면 너는 꼬마인가.”
약간 장난기가 묻어나는 그의 말에 제나르가 작게 웃었다.
“제르가디스 씨~ 이왕이면 이름을 불러줘요~ 이젠 어린애 모습도 아닌데 꼬마가 뭐예요~”
“아아..”
모닥불 가에 꼬챙이를 세운 제나르는 초록빛을 띄는 작은 과일을 제르가디스에게 던졌다.
그가 무사히 받아든 것을 확인한 뒤 아직 제로스에게 돌려주지 않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평범해 보이는 가방에서 작은 다과상부터 시작하여 백색의 찻잔 세트, 티스푼, 따뜻한 김을 내뱉고 있는 찻주전자 등등이 나왔다.
그녀에게서 받은 이름 모를 과일을 살펴보던 제르가디스는 작은 가방에서 나오는 것들에 눈을 가늘게 떴다.
당황한 기색을 보여주듯 그의 손에 들려있던 과일이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과상에 올려져 있는 찻잔에 차를 따르던 제나르가 주전자를 내려놓으며 굴러간 과일을 집어 들었다.
“기껏 가져왔는데 떨어뜨리면 어떡해요.”
어디선가 나온 휴지로 과일 표면을 깨끗이 닦은 그녀는 다과상 위에 과일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제르가디스 쪽으로 찻잔을 밀었다.
“자, 드세요. 홍차 좋아하시죠?”
“아.. 고마워.”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모닥불로 몸을 돌리다니 다 타버렸다는 둥 큰소리로 투덜대며 제대로 남은 것들을 골라내는 제나르를 바라보던 제르가디스가 홍차를 입에 가져갔다.
그러나 그는 곧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이며 찻잔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어이..”
“네, 넷?”
크게 부른 것도 아닌데 배로 오버해서 놀라던 제나르가 손에서 미끄러지려는 잔을 재빨리 잡아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실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제르가디스를 바라보았다.
“왜..왜 그러세요?”
“달아...”
“네?”
“홍차가 너무 달다고!!”
“....”
제르가디스의 절규 섞인 외침에 제나르는 그저 그를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멍하니 있던 제나르가 그의 푸른 피부가 무색할 정도로 파래진 얼굴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이건 아빠용이라서 별로 달지도 않다고요. 저는 이렇게...”
가방에서 네모난 각설탕을 꺼낸 제나르가 포장을 벗기고 홍차에 넣는 것을 보자 제르가디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한손으로 이마를 덮었다.
제르가디스가 무엇에 약한지 감을 잡은 제나르가 입 꼬리를 올렸다.
“제르가디스씨. 제르가디스씨~”
제나르의 부름에 제르가디스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제나르는 눈을 반짝 빛내며 그의 코앞에 잔을 들이댔다.
“드실래요?”
“너 말이야!!”
제르가디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제나르는 일부러 과장되게 가녀린 소리를 내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에헤헤, 미안해요.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나.
베실 웃는 제나르의 모습에 제르가디스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짧은 한마디와 함께 제나르에게 놓여진 것은 그녀의 망토였다.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망토를 받아든 제나르는 어깨 보호대에 망토를 연결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르가디스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너.. 그건..”
뭘 말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던 제나르는 그의 시선이 자신의 어깨보호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전에 아빠가 주신 그분의 초상화 모습 그대로 구현해 봤어요. 이래봬도 이 모습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구요.”
심지어는 벨트에 매달려 있는 단검의 장식까지도 그대로인 모습에 그리움을 넘어서 증오감까지 느껴지기 시작한 제르가디스였다.
“어째서..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을 갖고 노...”
“조금이나마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미간을 찌푸리던 제르가디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언제나 제게서 그분을 찾는 모습에...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나르의 빙긋 웃는 모습이 서글프기까지 해 보였다.
할말을 잃은 제르가디스가 고개를 떨굴때쯤이었다.
갑자기 손을 마주친 제나르가 또다시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곧 그녀의 손에는 얇은 책 한권이 들려졌다.
“무너진 유적에서 우연히 주은 거예요. 이거 찾으러 가신 거였죠?”
유적이 무너지는 바람에 포기해버렸던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본 제르가디스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책을 받으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
“그런데 제르가디스씨, 수영 못하세요?”
제나르의 말에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그는 재빨리 겉표지로 눈을 돌렸다.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흑색의 표지에는 눈에 띄는 흰 글씨로 「맥주병에서 수달까지」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저도 수영 못하는데.. 같이 배워보실래요?”
순간 프리즈 에로우를 정통으로 맞은 듯이 얼어버린 제르가디스에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태연히 질문을 던지는 제나르.
혼이 반쯤 나가버린 제르가디스가 대답해 줄 리가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는 제르가디스를 바라보던 제나르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제르가디스씨. 아멜리아 언니가 왕위를 이어 받은 거 아세요?”
“...아아.”
제르가디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어느새 자리에 앉은 제나르가 조금 긴 나뭇가지를 꺽은 후 모닥불에 던져 넣었다.
“그렇다면 5일 후에 언니의 결혼식이 있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퉁명스레 내던진 제나르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다는 것쯤은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갑작스레 던져진 먹이에 몸을 크게 부풀렸던 모닥불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 내려앉은 어색한 침묵에 겁을 먹은 바람마저 조용히 그들을 피해 날아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아멜리아 언니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나르를 똑바로 바라보는 제르가디스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차가운 빛을 뿌렸다.
“그래서 지금 나보고 세일룬 궁으로 쳐들어가기라도 하라는 건가?”
“언제까지고 아멜리아 언니의 옆에 있겠다고 했잖아요... 전 알아요. 그 분을 잃은 아멜리아 언니가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제르가디스씨 바로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제나르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제르가디스의 냉소적인 미소뿐이었다.
“덩치만 컸지 속은 어린애로군.”
“제르가디스씨!”
“닥쳐!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다 안다는 듯 떠들어 대지마!”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그를 책망하던 제나르는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인간도 아닌 주제에 인간의 감정을 이해한다며 달래는 개 같은 동정은 필요 없다.”
“제가 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전 단지...”
“시끄러워! 더 이상 말하지 말란 말이다!”
점점 올라가는 언성에 비해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점점 싸늘해져만 갔다.
깍지 낀 손을 베개 삼아 누워버린 제르가디스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눈을 감아버렸다.
그런 그를 노려보던 제나르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과상에 올려져 있던 다 식어빠진 홍차를 입안으로 흘려 넣을 때쯤 제르가디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뭐로 보이지?”
“네?”
“내가 뭐로 보이냐고 했어.”
자신에게 질문이 날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제나르는 바보같이 반문을 하고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제르가디스씨로 보이죠. 그럼 뭐로 보여요?”
“인간이란 것은 경계심이 무척 강한 동물이어서 자신들 이외의 것은 멸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 멸시 대상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지.”
“제르가디스씨는 인간이잖아요.”
제나르의 대답에 그가 조용히 소매를 걷었다.
인간의 피부색과는 다른 푸른색.
푸른 피부위의 거칠어 보이는 돌조각들.
확실히 정상적인 인간의 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래도 인간으로 보이나?”
자조적인 미소를 띄우던 제르가디스의 시선이 거칠게 타오르는 모닥불로 향했다.
“제나르.”
낮은 음성에 제나르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일부러 찾아온 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아멜리아에게 갈 수 없어. 아니, 가지 않아.”
그의 근처에 떨어져 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집어든 제르가디스는 한참동안 그 나뭇가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것이.. 아멜리아를 위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그의 손에 있던 나뭇가지가 포물선을 그리며 모닥불로 떨어진다.
아멜리아를 향한 지독한 그리움을 담은 작은 나뭇가지.
이렇게 불에 태워 심연 같은 허공으로 날려 버릴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해줄 텐데.
그렇게 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제르가디스는 그저 떨리는 손을 꼬옥 쥐며 입술을 깨물 수 밖에 없었다.
제나르의 얼굴에 드리워진 모닥불의 그림자가 작게 흔들렸다.
“아멜리아 언니가... 행복할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제르가디스는 말없이 떠났다.
어젯밤보다 더 지독한 침묵 속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던 제나르는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묻어 나오는 알 수 없는 감정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제나르는 그저 두 사람이 행복하기만을 바랬다.
두 사람이라면 서로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었을 것 같기에.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서로를 위한 이별.
‘말도 안돼요... 상처 받기 두려워서 피하는 거잖아요...’
왜 사랑하니까 포기를 하는 걸까.
상대를 위하는 것이라는 감상적인 말에 빠져 왜 자신을 괴롭히는 걸까.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원하고 있으면서.....
세일룬의 거리는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앞으로 이 분위기는 일주일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축제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젊은 처녀들은 저마다 들뜬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신성여왕의 결혼식 날이기 때문이다.
온 세일룬의 사람들이 기뻐하는 날.
그 기쁨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제나르는 그다지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전하지 못했다.
떠나기 전에 제르가디스가 남긴 단 한마디.
행복하길 바란다는 그의 말.
전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전할 수가 있겠는가.
어떻게...
정작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해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만 할까.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세상 전체가 그들의 결혼을 축복하는 이 때에 가장 행복해야 할 신부가 눈물을 흘리는 것만은 볼 수 없었으니까.
그저 먼 곳에서 결혼식 후에 있을 퍼레이드를 지켜봐주는 것밖에 해줄 수가 없었다.
새하얗게 날리는 하얀 꽃잎 사이로 붉은 머릿결이 날아올랐다.
새하얀 꽃잎이 눈이 부시다.
두 눈이 시릴 정도로...
제나르가 지금까지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오빠를 만났다는 거겠지요.
그리고는 오빠의 진심을 듣고 차마 찾아올 수 없었던 거겠지요.
너무나도 착한 제나르.
부디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아야 하는데...
그래도...
단 한순간의 열병으로 끝내기는 싫었어요.
언제까지고 그 감정이 철없던 어린애 시절 그대로의 감정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오빠도.. 나도..
용기가 없었네요.
둘 중 누군가가 머뭇거리며 손을 내밀었더라면 이렇게 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예요.
나의 행복을 빌지 마세요.
행복해져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고 오빠이니까.
아아..
이제 이곳만 지나면 오빠를 잊어야만 해요.
다리가 떨려와요.
저 끝에 서 있는 저 사람이 오빠였으면...
그렇다면 밝게 웃으며 뛰어가 안길 수 있을 텐데.
눈앞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이 새하얀 면사포 때문일 거예요.
새하얀 색.
나와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색이죠.
언제나 기다림으로 날을 지새우다 까맣게 타버린 나의 마음이 추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젠...
잊을게요.
아니.. 잊을 수 있도록 해볼게요.
오빠도... 그걸 원하고 있을 테니까요.
행복 할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빠도...
이제는 웃으세요.
사랑했었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만약 단 하나만 오직 하나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무엇을 빌까?
지금 어디에 있니? 지금 누구와 함께 있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짝 물어 보네
With you 바로 옆에 있을 적의 넌 없어
With you 떨어져 있어도 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예를 들어 우리들이 추억이 되어도
곁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는 당할 수 없으니까
갑자기 안타까운 한숨이 넘쳐흘렀어.
날아올라라 아득히 멀리 있는 너에게 이르도록
분명히 나는 그 미래에 이미 없겠지
그 정도의 일을 겨우 깨달은 거야
For me 망설이고 있던 나의 등을 밀어주었지
For me 미소로 감추고 있던 슬퍼하는 눈동자
예를 들어 우리들이 헤어지게 되었어도
곁에 있어 주길 바란다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지
안타까운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적어도 이 소원만은 너에게 전해지도록
끝낼 수 없는 마음을 하늘에 풀어줘서
비록 한 사람이라도 걸어 나갈 테니
벚꽃이 흩날리던 그 날처럼
눈부신 추억의 빛을 반사해서
안타까운 한숨으로 색이 선명하게
날아올라라 이 마음의 모든 걸 전해줘
예를 들어 우리들이 추억이 되어도
곁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는 당할 수 없으니까
이별은 미래를 위해 있으니까
날아올라라 아득히 멀리 있는 너에게 이르도록
さよならは明日のために - Tackey & Tsub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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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안 넘긴다고 발버둥치다보니 끝이 흐지부지 되어 버렸군요..
(참고로 25일이면 플레져 라인 쓴지 한달이 되는 때라죠..;;)
끝에 쓴 가사는 지금 흐르는 노래의 가사랍니다.
요새 제가 빠져버린 노래지요.
하루 종일 이것밖에 안 듣는답니다.
저 노래 너무 좋아요 ㅠ_ㅠ)/
타키랑 츠바사가 좋아졌어요~♥
제 설정집(설정용 노트가 따로 있다죠.. 팬픽이든 그냥 소설이든;;)에는 제나르 이야기가 3개인데 그냥 하나는 빼기로 했어요.
내용도 짧은데다가.. 왠지 횡설수설할 것 같아서'ㅁ';
슬슬 현실을 볼까 합니다.
그래봤자 뭘 할지 결정도 안했지만..킥킥;
무척 센티해지고 있답니다.
역시 봄이랄까요?
그럼...
ps. 5월에는 곧 도자기 축제가!! 꺄아꺄아>ㅁ<
시간이 널널하게 남는 백수는~ 놀러가야지 ~_~
오실분 계시나요?; 밥 한끼 살 의향은 있다만.. 많으면 안되요=ㅁ=
-2004. 4. 21. MidnightBl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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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봤어요^^
아아.. 미드님 멋지네요 ㅠㅁㅠ... 이번소설도 멋진 심금을 울리는 소설..
흐엉~이거보고 울었어요~~어떻게 말할수 없는 이 감동~!!
어억! 길다~ 이거 중편같아요~ 나누면 중편이나 장편이 될것 같은..;ㅁ; 읽으냐고 힘들었어요=_=;
으아앙~ 아멜상 불쌍해여... 그약혼상대 잡아 없애고싶다는..(퍽!) 우앙~~ 역시 미드님 소설 너무좋아여~~~
아앗, 미드언니!! ㅠ 왜이렇게 오랫만인지..;; 너무너무 잘봤어.. ㅠ 아아 , 시험기간에 이런 글을 보다니, 눈이 즐거워지네~ [빙그르르]
시간 없어서 제대로 못봤는데도...내용은 여전히 원츄!
제르님이 너무 멋있어요!ㅠ 아, 조금 안타깝지만.. 잘봤어요-
오오옷!! 미드님 멋져요- 잘 봤습니다!!
역시 내 시험기간중에 올렸었구나. 후훗- 역시 누나 소설이라고나할까~ ㅋㄷ 최고야 ^^
꺄~~제르아멜~넘조아~~ㅠㅠ노래도조아~!!!
제로스와 리나가 결혼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