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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5일(월)- 아테네 -> 이스탄불 -> 시애틀
아침 7시부터 크루즈선의 체크아웃이 시작한다. 한 주간의 그리스 본토 여행과 3박4일의 크루즈 여행을 마친다. 그리스의 음식은 유럽과 지중해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그리스 요구르트와 신선한 야채 그리고 담백한 음식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크루즈선에서 하선하면서 예약한 택시를 타고 아테네 시내 호텔로 향한다. 마침 예약한 호텔 방이 비어 있어서 아침 10시에 체크인을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Hop on 버스를 타고 Piraeus Line 해안으로 향한다. Hop on 버스의 24시간 이용 티켓은 20유로이고, 48시간 이용 티켓은 23유로이다. 오후에는 고대 아고라와 Hadrian’s Library 옆에 위치한 Flea Market에 들린다. 만일 플라크 지역에서 기념품을 산다면 반드시 바가지를 쓰게 된다. 아테네를 여행하면서 기념품을 사려면 Frea Market에 들려야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주 동안 그리스의 내륙지방과 섬들을 돌아보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거침없이 자유로운 영혼은 보이지 않았다. 도시의 낡은 아파트처럼 피곤한 현실을 엿보고 말았다. 오늘날의 조르바는 관광객을 위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테네 시내에서 아테네 공항까지 가려면 택시비가 백 불가량 나온다. 전철을 이용하면 중간에 한번은 환승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성인 요금이 9유로다. 65세 이상은 4.5 유로다.
그리스 아테네 공항을 떠나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에 밤 11시에 도착한다. 무슬림 국가답게 히잡을 쓴 여성들이 많지만, 일부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은 노출이 심할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다. 특히 젊은 여성의 흡연 인구가 많고 실내에서의 흡연이 자유롭다. 길거리를 활보하는 고양이와 개는 많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는 14시간 후에 출발한다. 공항에서 밤을 지내는 방법은 다음 셋 중 하나다. 첫째, Sleep Pods에서 수면 캡슐을 이용한다. 낮에는 한 시간에 15유로이고, 밤에는 20유로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편하게 잘 수 있다. 둘째, 공항 내 호텔을 이용한다. 하룻밤에 350유로다. 너무 비싸다면 세 번째 방법이 있다. 밤에는 공항이 한산하고 조용하다. 긴 의자나 소파에 드러누워서 잠을 자도 된다. 눈가리개와 귀마개 그리고 몸을 덮어줄 따뜻한 옷이나 담요가 있다면 충분하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은 내게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다. 건축학적 구조나 실내 장식이 영화 아바타를 연상케 한다. 공항은 이용객보다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잘 건축되었지만, 수익 구조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이나 샤워룸 등을 둘러보면 이렇게 멋진 공항이 보수를 소홀히 하는 게 눈에 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인천공항이야말로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항 라운지 패스가 있다면 이스탄불 공항 라운지는 반드시 들려야 한다. 이스탄불 공항 라운지에는 오성급 호텔 수준의 음식과 디저트 그리고 음료가 기다리고 있다. 라운지 안에 있는 샤워룸에는 일회용 타월도 준비되어 있다. 샤워를 끝내고 음식을 즐기면 여독이 풀린다. 하지만 여행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기다린다. 시애틀 집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20분 동안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이 또한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위한 고생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이 정해진 시한부 인생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는 동안 삶의 가치를 깨닫고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죽음 앞에서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나름 생을 잘 살았다고 다독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존재하는 선택(Choice)이다. 이러한 선택의 순간마다 기회(Chance)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여행한다. 우리는 어딘가로부터 왔고 어딘가로 돌아간다. 인생은 여행이다.(*)
심갑섭 시인 (서북미문인협회이사장)
제3회 『뿌리문학』 신인상 시부문 당선.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대상 수상.
현 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
뿌리문학 동인
현재 미국 와싱턴주 뉴캐슬시에 거주
저서 『시인의 팡세』 『하나님의 눈물』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