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덕 도가(道家)의 사랑 (1)
노자(老子)와 장자(莊子)가 주축이 된 노장사상(老莊思想)을 도가(道家)라고 한다. 도가(道家)에서는 어떤 사랑을 언급했는가? 이번강의에서는 노자 중심으로 살펴보고, 다음 강의에는 장자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사랑(愛)에 대해 언급한 곳은 13장, 27장, 51장, 67장이다. 이 중 13장은 자신의 몸사랑, 27장은 제자사랑, 51장은 의식하지 않는 사랑, 67장은 자녀사랑에 대한 것이다.
몸사랑
자신의 몸을 사랑해서 천하로 생각한다면 그에게 바로 천하를 부탁할 수 있다.
2. 제자 사랑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의 스승이며 못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의 자산이다. 그 스승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그 자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비록 지혜가 있다 해도 크게 미혹되게 된다. 이것을 일러 오묘함의 요체라고 한다.
3. 사랑과 의식
도가 만물을 낳고 덕이 만물을 기른다. 도와 덕은 만물을 늘리고 기르며, 곧게 키우려 근심하며, 가꾸고 보호한다. 도는 만물을 낳지만 자신이 낳았다는 의식이 없고, 덕은 자신이 키워가지만 만물이 은혜를 갚는다고 믿거나 기대하지 않으며, 성장시키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지만 지배나 간섭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을 깊은 덕이라 한다.
4. 자녀사랑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나의 도는 크기는 하지만 본받을 만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들 말대로 나의 도는 무릇 오직 클 뿐이다. 그래서 본받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삶의 현장에서 본받을 만하면서도 오래가려면 구체적이고 자세한 부분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도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세 가지 보배가 있어 지키고 보존하고 있다. 첫째는 자애(慈愛)이고 둘째는 검소(儉素)이고 셋째는 세상 사람들 앞에 서지 않는 겸양(謙讓)이다. 자애가 있으므로 용감할 수 있고, 검소하기 때문에 세력이 넓어질 수 있고, 세상 사람들 앞에 서지 않기 때문에 기량과 포용력을 담은 그릇이 커져 조직의 장이 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자애를 버리고 다만 용감하려 하고, 검소함을 버리고 다만 세력을 넓히려 하고, 뒤로 물러나지 않으면서 다만 앞에 서려고 하는데, 이것은 죽음의 길이다. 무릇 자애심을 지닌 상태에서는 싸우면 승리할 수 있고 지키면 견고해진다. 왜냐하면 하늘이 마땅히 자애심을 지닌 자를 구제할 것인데, 하늘은 자애심으로써 그 자를 호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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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도가(道家)에서의 사랑은 도(道)와 덕(德) 혹은 천(天)과 지(地)로 구성된 자연(自然)의 사랑이다. 자연의 사랑은 무위(無爲)의 사랑이다. 무위의 사랑은 자신이 낳고 기른 만물(萬物)에 대해 자신이 낳고 길렀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의식이 없)는 사랑이다. 자신이 수고(功)를 했다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간섭이나 통제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만물들은 자신들이 부모(道德, 天地)없이 저절로 자라난 줄 안다. 그래도 부모에 해당하는 자연은 그것을 섭섭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자연의 사랑은 만물에게 평등하다. 어떤 특별한 존재를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지 않고 공평하게 사랑한다. 그래서 자식에 해당하는 만물 입장에서는 자연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노자는 『도덕경』 5장에서 천지(天地)는 만물을 추구(芻狗, 집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여기고, 성인은 백성을 추구처럼 여긴다는 말을 한다. 이렇게 도가에서의 사랑은 너무 커서 알기 어렵다. 그래서 노자는 『도덕경』 67장에서 인간세상에서의 사랑을 세 가지 보배(자애, 검소, 겸양)로 말했다.
♣ 차시 예고
8회(5.24.): 금교영(전 한의대교수/철학박사), 사랑의 담론 사랑의 감정들 9회(5.31.): 김상환(시인/문학박사), 사랑의 시학 릴케, 두이노의 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