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 전쯤에 읽고 나서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책 다섯 권을 꼽으라고 하면 그 중의 하나는
단연 『우주의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물리학과 우주에 관한 책들을 틈나는 대로 읽으면서도 그 생각은 마찬가지였지만
한 가지 무엇인가 뒤가 개운치 않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 등 뒤에 불편할 정도의 무게로 얹혀 있는 듯한 이 생각은
“그때 과연 내가 그 책을 충분히 이해했는지”에 대해
그 책이 떠오를 때마다 불쑥불쑥 들고 일어나는 물음이었고
그 물음 앞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은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는 그야말로 어리석은 판단을 했고
그래서 갖고 있는 책을 거의 내버렸는데
그때 이 책 또한 버린 책들 가운데 한 권이었고
두고 두고 스스로를 꾸짖는 자책의 시간 또한 짧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헌책방에 가서 이 책을 다시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옛 벗을 만난 것보다 더 컸는데
그렇게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고
언젠가는 다시 한 번 읽겠다는 생각도 머릿속 한 쪽에 늘 숨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읽은 것들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두어 권을 먼저 두 번째 읽었는데
“역시 그때는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이 책은 그 먼저 두 권과는 달리 좀 더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미뤄두었다가
그러다가 이번에 마침 읽을 책이 마땅찮기도 해서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 읽을 때는
그렇게 환호할 정도의 책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어나가는 동안 그 생각은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했고
‘양자역학’ 분야와 ‘엔트로피’, 그리고 ‘끈이론’을 읽으면서
“역시 Brian Greene”라는 말이 거듭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읽었던 Lisa Randall의 『숨겨진 우주』
이동영의 ‘현대물리학의 최전선’ 『LHC』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Brian Greene의 『엘레건트 유니버스』와 같은 책들은
이 책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상호 길잡이가 되어
다시 읽기를 참 잘했고, 안 읽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엔트로피 개념과 양자역학의 많은 내용들은
생명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바탕지식이 된다는 것,
그것이 ‘존재의 진실을 찾는’ 내게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충분히 숙지하여
“내 이야기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읽고, 그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는데
조금만 더 가면 “내 이야기” 한 보따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도 같으니
서두르지는 않더라도
게으름은 부리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하면서
읽고 나서 정리한 것을 소개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