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성지순례를 마치고 정규모임을 정하며 그 모임의 이름을 "게딸"로 정했다.
이집트의 '안녕?'이란 인삿말인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그렇게 정했다. 혹여 음식점 예약이라도 할라치면 직원이 웃음을 참느라고 고생을 좀 하는 편이다.
나는 10주년 기념일을 생각하며 우리집에서 1박을 하자고 제의하였고 그 제의는 5분만에 이루어졌다. 이들과의 만남이 아름다워 매달 한번씩 만나 순례이야기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의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도 하고,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이후 나는 "사람이 성지"라는 구호를 걸고 사람에 중실하려고 노력했고 이곳 우리집은 내가 살고 있으므로 첫번째 순례지가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도 변했을 거라고 믿는 행사이다.
최근에 수술한 안젤라에게 먹이는 봉사가 우선이다. 입맛이 없어서 먹고싶기만 해도 좋을 것같다기에 도톰한 갈치로 찌게를 끓이고 담백한 절식 반찬처럼 나물로 가지수를 늘렸다. 지리산 고사리, 나물 중의 참나물, 고추튀김, 우엉졸임, 레몬즙 섞은 소스를 끼얹은 야채샐러드,
간재미 찜...아무리 보아도 음식값은 안들었는데 진수성찬인 것같다. 실은 딸과 남편이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홀로가 되어 결행에 결정타를 날리게 되었다.
당시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15박 16일의 성지순례를 떠나기 전에 우리는
매주 순례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성서내용을 묵상하였다.
현지에서는 매일 미사를 올리고 저녁에는 기도회를 열었다. 그날 그날 묵상집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며 중노동을 하다싶이 고단하기도 했지만, 두 아이의 고3 엄마 탈출이 마냥 즐거워 나의 별명은 '웃음사도'였다.
게다가 나는 행복각인용 사진을 얻기 위해 긍정적 자극만 받으면 셔텨를 눌러댔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재미를 되새김질하고 기억력 감퇴를 위한 학습놀이용 앨범이 수두룩이다
놀랍게도 잊을만 하면 외우는 바람에 나만 성지순례 다녀온 것같다.
요즈음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 참 아니러니하다.
집 평수를 늘려두고 좋은 가구와 집기류를 장만해도 집에서 사람을 부르는 일은 흔하지 않게 세태가 변했다.식구수도 줄어드는데 그 공간에서는 들어가 잠만 자는 경우가 수두룩이다.
두 식구 남은 집은 부엌드나드는 일이 즐겁지 않은 듯 외식을 즐겨한다.
어느날 내가 왜 집을 넓히고 싶었고 그 집에서 나는 무엇을 하는가 묵상하다가 적어도 약속없는 날 외식을 하지 않는 것만이라도 지켜보자는 나와의 약속을 걸어보았다. 용케도 잘 안한다. 집을 즐기고 먹고 마시고 치우면서 피어나는 기운을 요식업체에 뿌리지 않고 집에다 담고 싶어진다. 머물면 머물소록 정이 드는 공간이 집이다. 공간에도 애정을 붓지 않으면 그들도 냉기로 보복한다.
청소를 하고,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갈아입을 옷을 여러벌 챙긴 다음 음식을 만드는 동안 나는 행복해졌다. 얼마나 영적으로 자유로워졌는지 오가는 말에서 느껴본다.
"하도 울어서 성당 내부가 어떤지, 무슨 그림이 붙었는지 도무지 생각도 안난다"
"요한과 성모마리아가 거하시던 집에서 왜 그렇게 울었는데..너는?"
"아, 아씨시의 프란체스코 기념성당의 '뽈지움 꼴레' 생각나네"
"밀밭과 개양귀비꽃이 있는 풍경 속으로 다시 가고싶다."
"루르드에서 나는 화장을 다 지웠어. 분칠할 필요가 없어졌어. 자유선언을 하고 약속시간까지 일행도 놓아버렸지."
어느새 밤은 이울고 우리는 졸림을 견디지 못해 불을 껐다. 나는 준비하느라고 고단한 오후를 보냈지만 저들은 느닷없는 여행길이 되었나보다. 낯선 이부자리와 잠자리, 먹거리와 새로운 밤, 정성이면 아픈 자리도 나을 것이란 나의 생각은 착각일까.
남편의 전화다.
"혼자 있는가, 밥 굶지 말게"
"재미있게 놀다 오세요ㅎㅎ"
새 날 아침이 오고 나는 아끼고 아끼던 전복볽은 것을 꺼내 죽을 쑤었다.
언니격인 나의 집에 와서 안젤라가 식욕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현실적인 성지순례의 후속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미루지 않고 실천해보는 것, 마음이 밀어야 가능한 일, 그들이 떠난 후 잠을 자고 일어난 지금 나는 우리집 여행지를 정리한다. 나도 새롭다.
사는 것은 저지르고 정리하고 새롭게 다시 저지르기를 반복하는 것.
생각만으로는 머리만 복잡해진다. 쌈밥과 된장국만으로도 묵은 인연을 모아서 잠을 같이 자 보면 기억은 충만함으로 채워질 것이다.
게딸 피정 효과는 훗날 향기로울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좋은 생각을 유산시키지 않고 낳은 것을 즐겁게 기념한다. 오래묵은 인연은 대화할 내용도 묵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생경스럽지 않아 좋다.
놀랍게도 퍼내고 나니 먼 여행을 다녀온듯 마음이 정갈해져서 베란다를 핥듯이 치우고 집안을 정리해봅니다. 어제 미사는 달고 달았습니다. 과거를 이용하여 현재를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으로 남도 기쁘고 나도 좋은 상생의 길을 모색하다보면 새롭게 행복을 세척하여 간직하는 일이 되더군요. 일이 무섭고 사람이 부담스럽다면 건강을 먼저 챙길 일입니다. 날마다 복되세요. 생각으로 거미줄을 치는 사람들이여 움직여서 비우고 새 것을 만들어 채우세요. 가만히 복이 굴러오지 않는 것같습니다. 웃음도 만들어갖는 것이더군요. 그날보다 지나고 나니 더좋네요 아마 다녀간 그들은 나보다는 덜할 것같습니다. 준비하는 사이에 이미 챙겼
예, 맞습니다. 저는 함께가 좋습니다. 8식구 장녀로 부대껴서 그런지 한 때는 조촐하고 싶었는데 요즈음에는 두레반에 밥상차려 여유있게 둘러앉아 밥심부름 하고 싶어집니다. 인생이 어차피 들숨날숨의 이치로 돌아가니 자연스럽게 하고자운 대로 맡기며 살 일입니다. 지나치게 억압하면 부자연스럽게 폭발하듯 날숨이 쉬어지거든요 기대해보세요. 무엇에 목숨걸었었나 한숨나올 만큼 매일 일은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오늘 외출에서 야채사오면서 생각했어요. 눈 보일 때 열심히보고 읽어두자, 다리 성할 때 부지런히 다녀와야 할 곳 다녀오자, 귀들릴 때 남의 말 많이 들어두자, 먹을 것 있을 때, 손 성할 때 부지런히 나누고 먹이고 함께 웃자, 아끼다가 똥된다. 사르비아님 그것은 보험드는 일입니다. 자식이 보고 당신께 갚을 겁니다. 남편이 은근히 사랑할겁니다. 말도 들어버리면 나중이 없쟎아요. 그래도 안심 안 되면 하늘에 큰 상이 준비된다고 했쟎아요.좋은 변화에 굿!!!
첫댓글 참 아름다우신 분이군요. 먹은 맘을 실천하면서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글도 참 맛있게 쓰시네요. 좋은 생각을 유산시키지 않고 낳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놀랍게도 퍼내고 나니 먼 여행을 다녀온듯 마음이 정갈해져서 베란다를 핥듯이 치우고 집안을 정리해봅니다. 어제 미사는 달고 달았습니다. 과거를 이용하여 현재를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으로 남도 기쁘고 나도 좋은 상생의 길을 모색하다보면 새롭게 행복을 세척하여 간직하는 일이 되더군요. 일이 무섭고 사람이 부담스럽다면 건강을 먼저 챙길 일입니다. 날마다 복되세요. 생각으로 거미줄을 치는 사람들이여 움직여서 비우고 새 것을 만들어 채우세요. 가만히 복이 굴러오지 않는 것같습니다. 웃음도 만들어갖는 것이더군요. 그날보다 지나고 나니 더좋네요 아마 다녀간 그들은 나보다는 덜할 것같습니다. 준비하는 사이에 이미 챙겼
두 아이의 고3엄마가 끝나면............예. 엄마들이 비행기를 타지요? 아이들이 첫 유치원을 간날 집에 혼자 되었을 때 그때와 같은 또 다른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요? 저도 기대합니다. 강원도 산골로 떠나기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집안으로 그런 기쁨을 만남을 모셔오는 님이 든든합니다. 아. 그래서 함께님인갑네요. 집과 함께, 님과 함께,...
예, 맞습니다. 저는 함께가 좋습니다. 8식구 장녀로 부대껴서 그런지 한 때는 조촐하고 싶었는데 요즈음에는 두레반에 밥상차려 여유있게 둘러앉아 밥심부름 하고 싶어집니다. 인생이 어차피 들숨날숨의 이치로 돌아가니 자연스럽게 하고자운 대로 맡기며 살 일입니다. 지나치게 억압하면 부자연스럽게 폭발하듯 날숨이 쉬어지거든요 기대해보세요. 무엇에 목숨걸었었나 한숨나올 만큼 매일 일은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후후 저도 처음에는 뭐지 싶었어요 제목의 의미요...그냥 멋지다는 말씀만 드릴께요 저도 함께 하고 싶을만큼요...
베푸는 즐거움으로 주변과 본인에게도 아름답고 복되게 만드시네요 . 가끔 시댁에 반찬해 드리며 청소해 드리며 부담스러워 했던일들이 기쁨으로 새로울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외출에서 야채사오면서 생각했어요. 눈 보일 때 열심히보고 읽어두자, 다리 성할 때 부지런히 다녀와야 할 곳 다녀오자, 귀들릴 때 남의 말 많이 들어두자, 먹을 것 있을 때, 손 성할 때 부지런히 나누고 먹이고 함께 웃자, 아끼다가 똥된다. 사르비아님 그것은 보험드는 일입니다. 자식이 보고 당신께 갚을 겁니다. 남편이 은근히 사랑할겁니다. 말도 들어버리면 나중이 없쟎아요. 그래도 안심 안 되면 하늘에 큰 상이 준비된다고 했쟎아요.좋은 변화에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