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통 귓속말
언제부터 둘이 저렇게 친해졌니?
몰랐어?
엊그제 눈 어두운 할머니가
시우 젓가락이랑
저 키다리 젓가락을
짝으로 맞춰 줬잖아.
그날부터야,
수저통에만 오면
둘이 붙어서 놀고 있는 게.
발을 잘 맞춰 보니까
키 차이는 문제가 안 되더라나?
편식쟁이 시우가
콩나물도 김치도 다 먹은 건
자기들이 잘 집어 준 덕분이래.
둘이 아주 눈꼴시어서 못 보겠어.
그래?
우리도 발 좀 맞춰 볼까?
방주현 동시집 『내가 왔다』 (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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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글
이 시를 읽고 나면 짝꿍, 단짝, 질투, 급식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 단어들이 떠오른다. “시우 젓가락”과 “키다리 젓가락”이 짝꿍이 된 후로 단짝이 되었다. “키 차이는 문제가 안”될 만큼 잘 맞는다. 다름을 인정한 것인지, 달라서 더 좋은 것인지 어른인 나보다 성숙하다. “우리도 발 좀 맞춰 볼까?”는 교훈까지 준다. 눈꼴시다고 뒷말하지 말고 우리도 저 둘처럼 마음을 열고 즐거운 일을 찾아보고 협력하자는 말로 들린다.
짝 바꾸는 날 이 시를 읽은 후 “우리도 발 좀 맞춰 볼까?”를 외치면 어떨까. 선생님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나 예절을 동시를 읽으며 느끼고 배워 나가는 멋진 교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첫댓글 새로운 만남은 늘 설레죠
외형이 다르고 개성이 달라도 그게 더욱 매력 포인트가 되어 서로 마음 맞추고 발맟추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스로 너무 잘 어울리는가 봅니다.
우리도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 또 내일도 함께 발 맞춰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