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일요일.
5월 8일 이후 오늘 갔으니 거의 보름만이다.
그동안 적당히 비가 와서 그나마 다행이나 몇 년 전 텃밭 처음 시작할 땐
애인 만나듯이 자주 왔는데 몇 년 했다고 여유가 생겨서인지 좀 뜸하다.
하지만 텃밭에서 느끼는 기쁨은 여전하다.
그동안 근사하게 잘 자랐다.
상추, 근대, 아욱 솎아주고 시금치, 열무는 다 수확하다.
남편은 오이 한 개가 죽은 걸 보자마자 세 개 더 사다가 심는다.
남편의 오이 사랑은 유별난데 오이 자라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재미있나 보다.
오이에 대한 집착이 나로서는 참 다행인 게 이것 때문에 텃밭을 좋아하게 되고
예전과 다르게 순순히 잘 와주기에 오이에게 고맙다.
하긴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누군들 좋지 않겠는가!
오후에 다시 볼일이 있어서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나머지 할 일은
내일 오후에 다시 오기로 작정하고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바람결에 아카시 향기가 스친다.
아카시꽃이 피는 오월은 참 좋다.
봄도 좋으나 겨울의 찬 기운이 바람 결에 남아 있어 어정쩡하며 여름은 덥고
가을은 겨울 준비로 마음이 분주하며 쓸쓸한 바람은 마음을 황망하게 하는데
요즘은 우아한 여왕같이 품위가 있다.
약간 더운 듯 하지만 많이 덥지 않고 부드러운 바람 속을 할랑거리며 다닐 수 있다.
초여름의 녹음 속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안양천변 붓꽃이 정말 예쁘다
첫댓글 아주 예쁘게 잘 자라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