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모 소설가께서 소재가 없어 통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말씀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일생 동안 못다 쓸 만큼
소재는 많이 있지만 내 능력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했었지요. 지금도 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예술가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기억되는데, 길가에 굴러 있는 돌 하나하나는 결코 같은 모양이 아니라고....그것은 사실주의 예술관의
요약이었을 것입니다.
가만히 눈을 돌리면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많은 소재가 굴러 있고 돌 하나하나의 모양이 같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도 제각기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난한 나무꾼으로부터 고대광실에서 보석에 묻혀 사는 인종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모두 남과 다른 자기의 인생[소설거리]을 지니고 있는 것인 성 싶어요.
그러나 어째서 소설가는 그런 인생을 하나하나 들추어 그려내야 하는가? 그 목적을 생각할 때 나는 막연해집니다. 하기는 소설을
쓰는 일에만 한한 것은 아닐 것이며 어떤 일에 종사하건 끝까지의 목적을 캐내려 할때 누구나 만연해지리라 행각합니다만 손쉽게 갖다 붙인다면 두말 할 것도 없이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따위의 구호가 나오겠지요
얼마만한 시간과 폭의 역사가 흘러갔는지 알 길이 없으나 역사에 있어서 도시 변한 것은 무엇일까? 생활의 양식이 변하였고
따라서 소설의 수법도 변하였다, 고속도로의 복잡 다양으로 변하였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이나 죽음의
문제에 있어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