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사신의 그림자- 헬레나냐 헬레인이냐7
글쓴이 鬼神
식사가 끝나자 헬레인이 눈짓을 해왔다. 알아요. 보채지 않아도 얘기하려 했다고.
“페이튼. 잠깐 나 좀 봐요.”
“예? 아... 예.”
헬레인이 식탁을 치우는 동안 나는 페이튼과 함께 그녀의 집을 나섰다. 어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마을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이방인인 우리를 보고도 별로 경계하는 기색이 없었다. 칼라한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탓에 이방인들을 보는 것이 하루 이틀일은 아니겠지. 어쨌거나 나와 페이튼은 어제 봤던 우물을 지나 마을을 둘러싼 울타리를 넘어 뒷동산에 이르러서야 발걸음을 멈췄다.
“페이튼.”
“예. 말씀하세요.”
어제 그일 때문인지 유독 나를 어려워하는 페이튼의 어조는 공손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런 페이튼을 보면서 그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좋을지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이럴 때는 그저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그의 마음에도 와 닿을 것이다. 헬레나가 페이튼이 알던 그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그가 이해하다면 좋은 거고 아니라면 설득하면 되는 거고. 자고로 해답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레이나. 단순하게.
“혹시 8대무신을 알고 있나요?”
“예.”
“그럼 얘기가 쉽겠네요. 그런데 제가 ‘사신의 그림자’라고 알려진 악명 높은 어쌔신이라면 믿으시겠어요?”
헬레인 얘기를 하기에 앞서 내 정체를 밝힐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헬레나의 정체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충격이 덜할 테니까.
“예? 저기... 그러니까 귀족 사냥꾼이라는 그‘사신의 그림자’ 말씀이세요?”
아니. 그럼 그‘사신의 그림자’ 말고 다른 ‘사신의 그림자’도 있나? 하긴 처음부터 곧이곧대로 믿을 거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지. 역시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줘야 효과가 있지 싶었다. 말보단 행동으로.
“데스 사이드(death scythe)!"
나는 오른손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낫의 형태로 바꿨다. 뭔가 ‘사신의 그림자’를 떠올릴 만한 위용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딱히 다른 것은 생각나지도 않았고, 로브를 뒤집어쓴 채 ‘사신의 낫’을 들고 있으면 그럴싸한 그림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낫의 형태로 바꿀 때 별다른 시동어 같은 것은 필요 없었지만 역시... 그럴싸해 보이기 위해서 목소리 깔고 최대한 음산하게 있지도 않은 시동어를 외친 것이다. ‘사신의 낫’을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케이가 알게 된다면, 모르긴 해도 날 죽이려들 것이다. 그래도 딴에는 무시무시한 마스터의 손에서 목숨 걸고 훔친 물건일 테니까.
아무튼 반지 형태일 때는 사신의 얼굴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부담스럽게 생기긴 했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단코 단 한번도 별다른 장신구를 해본 일이 없는 16세 하프엘프 소녀인 내 맘에 쏙 드는 물건이었다. 재질도 미스릴이겠다. 낫 형태로 바꾼 다음에 팔면 어디에 가서라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도 있고. 얼결에 받긴 했지만 케이가 3년 전의 일을 이런 식으로 무마시키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튼이 보기에도 내 연출이 그럴 듯 했는지 그때서야 수긍하는 기색을 보였다. 진짜 사신을 앞에 둔 것처럼 거무죽죽해진 그의 얼굴을 보고 의기양양해진 나는 조금 전의 그 음산함을 한껏 담아 말하기 시작했다.
“그중에 지옥(地獄)의 헬레인도 알죠?”
“아. 그... 5년 전에 나타났다던...”
그랬다. 헬레인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5년 전이었다. 나는 페이튼에게 그5년 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국 서부에 있는 하이헨데르 산맥은 전설의 드래곤이 잠들었다는 곳이기도 하고, 인접한 ‘레이탄’왕국과 국경을 이루는 천험의 경계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하이헨데르 산맥에 서식하는 각종 몬스터들과 식인을 하는 ‘다이브’족의 습격 때문에 근방에 있는 고르가라스 지방의 피해가 빈번했다. 때문에 그곳의 영주인 마띠오르 백작은 골치를 썩고 있었다. 그 역시도 서신을 통해 황궁에 이미 여러 번 토벌대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격식을 차리긴 했지만, 그렇게 무능하니까 변방으로 쫓겨난 것 아니냐는 내용의 답신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2년 만에 레이탄 왕국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하이헨데르 산맥을 넘어 고르가라스를 경유해서 칼라한으로 돌아오던 유니언상단. 그들 또한 ‘다이브’족으로선 좋은 먹잇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허나 그들은 몰랐다. 유니언 상단일행 중에 헬레인이 있었다는 것도, 그녀가 누구인지조차도 말이다. 그리하여 끼니를 해결하기위해 유니언 상단을 습격한 그날이 다이브족의 마지막 날이 되었으니. 뭐. 헬레인이라면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그들을 해치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름 없는 마도사에 의해 다이브족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그날의 사건은 전 대륙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의 일을 목격한 사람들로부터 퍼지기 시작한 소문은 삽시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소문이란 것이 대개 와전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마도연맹에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기위한 조사단이 파견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제국마도연맹 서부지부장으로 있던 화염(火炎)의 키세르나가 조사단의 책임자였는데 나와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세이어스의 친구인 그가 최연소 대마도사인 나에게 관심이 없었을 리가 없잖아? 그때 그가 불장난이라면서 가르쳐준 주문들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그런 그를 통해 ‘다이브족 전멸 사건’의 주인공의 이름이 헬레인이라는 것과 유니언 상단의 장녀이자 수호신이고 상술의 귀재니 하는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 다재다능한 여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더불어 어쩌면 제국역사상 최강의 대마도사가 탄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얘기까지도.
‘다이브족 전멸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는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 하지만 키세르나가 땅따먹기로 대마도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예리한 그의 눈은 그곳이 부근의 땅과는 토질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만난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땅이 솟아올라 다이브족을 삼켰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모든 정황을 미루어볼 때 지층이 바뀌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어스퀘이크(Earth Quake) 같은 대단위 마법으로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대지계열 마법이라고.
그리고 그런 상황을 가능케 하는 위력의 마법이라면 8대무신중 한자리를 차지한 그조차도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키세르나의 한마디로 일약 대마도사의 반열에 오른 헬레인. 즉, 헬레나가 바로 당신의 아내이자 제시카의 엄마라고. 페이튼은 피닉스 잡은 거죠. 삼류 건달에서 드래곤 된 거라고.
“뭐. 뭐라고요?”
“당신이 알고 있는 헬레나가 바로 그 헬레인 이라고 했는데요.”
나는 깜짝 놀라는 그를 향해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글쎄요.. 페이튼과 헬레나의 이야기를 일단 벌려놓긴 했는데 점점 수습하기가 어려워지고 말았던 모양이에요;; 어떻게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꼬리말을 통해 힘내라는 한마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이나냐고요? 물론이죠! 한가지 덧붙이자면 고칠 부분이나 글 전반적으로 조언해 주신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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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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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훗.. 역시나.. 8대 무신중 한명이었군요. 하핫.. 그런데 글을 읽다보니 좀 지루한 느낌이 없쟎아 있네요. 힘드게 쓴 글은 힘들게 읽힙니다.. 힘든 글을 즐겁게 쓰면 그래도 좀 즐겁게 읽히겠죠. ^^ (누구한테 하는말이냐.. ㅋㅋ) 그럼 화이팅입니다!
아;; 그랬나요? 앞으로는 밝은 마음으로 즐겁게 써야겠네요^^v
우어어~~ 이제 나의 목표는 鬼神님이시다~~!! 글솜씨를 따라잡도록 노력해야지
글 솜씨요?;;^^어허허;; 일단 기분 좋으니 웃고;; 카페지기님 ㅠㅠ 저 정도 글이야 얼마든지 보셨을 텐데;; 저를 높게 평가해 주시는 점은 감사합니다^^;
허허허헉!!! 헬레나 = 헬레인 = 8 대 무신 = 대마도사 . . . . . . ㅋㅋㅋ 제가 말햇죠? 셤 끝나면 다 읽겟다는 +_+!! 하나씩 리플 달았어요~ 담편. . .기대하곘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음편 나올 거에요^^;; 그리고 그다음편은 좀시간이 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