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DDR2 모듈 가격의 급상승과 인텔의 코어 i5/i7 프로세서 출시의 영향으로 DDR3 메모리의 판매량이 4개월 만에 5배 가량 증가하는 등 세대 교체를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DDR3는 출시된지 2년이 넘었음에도 그 동안 쭉 저조한 판매율을 기록해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가격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DDR3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DDR2와 비교하면 여전히 훨씬 비쌌고, 치킨게임으로 떨어진 DDR2의 가격이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DDR3를 지원하는 플랫폼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출시된지 한참이 지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1~2%의 저조한 판매율을 기록할 정도로 낮은 점유율을 보여왔다.
하지만 중고급형 프로세서인 코어 i5 출시와 윈도7의 등장에 맞춰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DDR3 생산량을 늘리고, DDR2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DDR2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고, 값이 떨어지고 있는 DDR3와 불과 몇 주 만에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바야흐로 DDR3의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몇 달 간의 메모리 판매량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알아봤다. 참고로 이 데이터는 다나와 연동몰을 통해 판매된 제품의 수를 집계한 것으로 전체 시장의 판매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메모리 타입별 판매량 : DDR3 가파른 성장세
먼저 메모리 종류별 판매량에 대해 알아봤다. 역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제품은 DDR2로 60%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현재 시장의 주력 상품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판매량이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7월중 87%의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던 DDR2 메모리가 불과 4개월만에 62%로 떨어지는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하락세다.
반면 DDR3메모리의 판매량은 매달마다 거의 두 배 가랑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8월까지만해도 한 자리 수의 판매량을 보였던 제품이 10월에는 전체 시장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DDR2의 줄어든 점유율을 DDR3가 그대로 가져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DDR2와 DDR3의 판매량 차이는 빠르면 12월 중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가격 변동률 : DDR2 가격 급상승, 곧 가격 역전 현상 보일듯
최근 3~4개월 사이 DDR 제품군의 가격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리테일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두 업체인 삼성전자와 EK메모리의 대표 제품을 뽑아 가격 상승 폭을 조사했다. 참고로 아래의 가격은 다나와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평균값을 계산한 것으로 최저가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격표를 살펴보면 DDR2 제품군은 용량에 상관없이 모두 두 배 가량 가격이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DDR2 1GB 제품이 125%나 올라갈 정도로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중소 메모리 업체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EK메모리는 삼성전자보다는 상승폭이 작았지만, 그래도 높은 가격변동율을 보여줬다.
반면 DDR3 메모리의 경우 두 회사 제품 모두 10%대의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가격으로 보자면 만원 정도 높아진 것이지만, 비율로 보자면 15~16% 정도로 DDR2의 상승 비율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DDR3의 가격이 높지만, 이 정도의 차이라면 거의 같다고 봐도 좋은 수준이다.
제품명
7월
11월 첫째주
변동률 (%)
삼성 DDR2 2G PC2-6400
31,584 원
65,068 원
106%
삼성 DDR2 1G PC2-6400U CL6
15,789 원
35,600 원
125%
삼성 DDR3 2G PC3-10600
59,988 원
69,538 원
16%
삼성 DDR 512M PC3200
15,387 원
14,721 원
-4%
EKMEMORY DDR2 2G PC2-6400 블랙
31,481 원
58,557 원
86%
EKMEMORY DDR2 1G PC2-6400
15,004 원
30,384 원
102%
EKMEMORY DDR3 2G PC3-10600 CL9 블랙
51,286 원
58,871 원
15%
앞서 말했듯 이렇듯 가격 역전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메모리 업체의 주력 상품이 DDR2에서 DDR3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메모리 업체의 1,2위인 삼성전자와 EK메모리가 인텔의 코어 i7/i5 프로세서 출시를 기점으로 DDR2 메모리의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반대로 DDR3의 생산량은 50%까지 늘렸다.
게다가 대만의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성 악화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물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DDR2 메모리의 수량은 갈수록 줄어들게 되고,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DDR3 플랫폼을 사용하는 인텔의 P55 메인보드 판매량이 출시 4개월만에 10%대로 껑충 뛴 것도 이러한 사실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추세라면 DDR3는 늦어도 내년 초쯤이면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 제조사별 판매량 : 삼성의 수성 속, EK메모리의 선전
끝으로 메모리 제조사별 판매량에 대해 알아봤다. 리테일 시장에서 유통되는 메모리 브랜드는 약 30여 군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업체를 포함한다해도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중 90% 이상을 삼성전자와 EK메모리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메모리 시장의 점유율은 매우 편중돼 있다. 물론 이는 리테일 시장에 한정된 경우이긴 하지만 두 업체의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4분기에 접어들 10월 무렵 EK메모리의 시장 점유율 상승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EK메모리는 전월 대비 2배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탈환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가격적인 이슈가 가장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의 가격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DDR2 제품은 100~125% 가량 오른 반면, EK메모리의 제품은 86~102%로 상승폭이 삼성전자보다 완만했다.
게다가 가격도 대체적으로 5000원 이상 저렴하다보니 소비자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붙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별한 이슈없이 지금처럼 고가의 행진이 계속되는 한 EK메모리를 필두로 한 중소 메모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