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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반장님~ 안녕하세요!! 2005/10/19 21:40 | 추천 1 스크랩 1 |
10월 18일(현지시각) 7시 45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릴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관람하기 위에 밀려들어가는 사람들... 진짜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지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상대가 의외로 약체로 꼽혀서인지 이날 만원 관중은 아니었습니다.
"어어. 저 뭐야. 뭐야. 긱스가 완장 준다. 지성선수 주장 됐네. 웬일이야~" 챔피언스리그 릴과의 경기가 열린 올드 트래포드. 퍼기경이 지성 선수에게 뭐라뭐라 하더니 어깨를 툭치더이다. 그리고 나서 코너로 오던 라이언 긱스, 오른쪽 코칭스태프석을 흘낏 보더니 터벅터벅 걸어나오네요. 어~ 그순간. 긱스 팔에 끼어있던 형광 노랑 주장 완장이 자연스레 박선수 팔로 전해 지는 거 있죠. 제 옆에 앉아있던 스포츠 서울 조호순 통신원과 저, 순간 어안 벙벙 이었습니다. 솔직히 완장, 그까이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긱스가 차고 있었는데, 둘이 자리를 바꿨으니까 그러다 받았겠지....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킨 없으면 긱스, 긱스 없으면 스콜스가 차던 완장인데, 스콜스마저 퇴장당했으니 특별히 뭐 큰 의미 있겠나 할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례상으로는 팀내 나이도 가장 많고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사람이 주장을 차게 돼 있으나 주장 완장이 뭐 경로우대증도 아니고, 그냥 차고 있던 사람 마음이지... 라고 하고 지나갈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서도.
주장 완장을 달고... 기자석이 꼭대기에 붙어있어 사진을 찍는게 불가능 했으므로 연합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괜히 기분 우쭐하대요. 지성 선수曰. "어, 그러게요. 긱스가 왜 절 줬을까요. 허.. 참..." 진짜 얼떨결에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들어갈때 감독님이 블라블라 하시던데요. 뭐라고 한거에요? 전술 지휘 뭐 그런거 있잖아요. 그리고 완장 문제는 어떻게 된 거에요?" 지성 曰. "아 뭐. 교체돼 들어갔으니까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냥 오른쪽에 들어가서 마음껏 해보라구. 뭐 그정도...."
릴과의 경기 시작전 선수 소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졌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공식 노래가 퍼지는 가운데 별이 새겨진 챔스의 대형 로고가 바람에 휘날리면서 긴장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번 경기 '긱스의 날'이 될 줄 알았습니다. 현지 분위기도 완전 긱스 띄우기에 열중이었거든요. 선더랜드전 선발도 포기하고 유러피안컵(챔피언스리그) 100회 출장을 화려하게 기념하고 싶은 긱스였습니다. 전반 끝나고 장내 아나운서가 "여러분~ 오늘이 우리의 스타 라이언 긱스가 유러피안컵 100번째 출전하는 날입니다. 함께 기뻐합시다~"라면서 무슨 복싱 경기 선수 소개하는 레프리처럼 쿵쾅 쿵쾅 거렸거든요. 왼쪽 날개에서 마구 내다지르는 긱스가 관중석에라도 가까이 갈 참이면 갑자기 터지는 플래시때문에 우중충한 경기장 분위기가 갑자기 밝아졌다는 거 아닙니까. 어젠 부슬비도 내려 분위기가 더 싸했는데, 긱스 가는 길목마다 아주 훤~하더군요. 그리고 코너킥은 혼자 다 알아서 차시고,,,, 그러다 보니 다소 서두르는 듯한 감도 들고,, 이상하게 어제 따라 팀 손발 하나도 안맞대요,, 답답하게.. 공에 발 갖다대기 잘하는 반니도 이상하게 공이 발을 피해 다니고, 호나우두는 계속 신경질 내죠. 릴 선수들은 수비를 하는 건지, 얼싸안고 포크댄스를 추려는 건지,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고, 참 이상했습니다. 경기도 격해지고, 릴 선수들은 은근히 손가락으로 막 욕해대고, 완전 맨유가 릴의 페이스에 말려버린 듯한 느낌 팍팍 들더군요. 정말 이 경기를 즐긴 사람은 지성 선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 바즐리나 실베스트르 등도 제 몫은 했군요. 릴의 골게터가 특별히 없는 바람에 맨유가 갑자기 수비 구멍이 생겨도 별로 가슴이 턱, 내려앉진 않았다는... 것도 있지만요.
하여튼 그런데 그 긱스 띄우기 분위기가 1분만에 지성 띄우기로 바뀌었습니다. 참 신기한게, 예전에 10분 뛰었을 때랑 지금 10분 뛰었을 때랑 경기 내용이 완전 달라진걸 보니 느낌 이상하대요. 저렇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구나. 한창 크는 선수들이 저렇구나. 물론 컨디션이나 그날의 운에 따라 경기력은 좌지 우지 될 수 있는 거지만, 공 잡고 내달리고 수비수 떨어져나가고 정확하게 패스해 주고 그런 모습 보니까 참 신기하대요.
프랑스 기자분들 참 재밌는 분들 많으시더군요. 이렇게 깃발도 준비해서 선수들 싸인을 모으는 거 있죠. 지성 선수도 싸인 했는데 어딨나.. 다른 쪽에 있나... 어떤 기자는 자기 옷을 벗어다가 선수들 싸인 받고... 기자들이 선수한테 사인 받는 장면 그렇게 자주 보진 못했는데 여기선 기다렸다는 듯이 선수 붙잡고 막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지성 선수도 인터뷰하고 가려니까 프랑스 기자가 달려와서 지성 선수 잡아달라고 부탁하더라구요. 싸인 받아야 한다구... 그 눔의 인기란..ㅋ(하기사 그러고 보니 저도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했군요. 남 말할 때가 아니네...이런...)
사실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땐, '어 이게 뭐야'가 절로 나왔습니다. 기자석이 모자란다고 동양권에서 온 기자 10여명이 다 기자석 옆에 바로 붙어있는 관중석으로 쫓겨났거든요.. 우우..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유러피안 챔피언스 리그고, 당연히 유럽 출신 기자들이 좀 더 이 경기에 관심을 둘 수도 있다는 것 말입니다. TV중계석을 빼고도 기자석이 100석정도 있는데 그게 다 차버린거 있죠. 평소 같으면 90석 정도 차는 데, 벤피카 전도 93석 정도 찼었거든요. 근데 이날따라 기자 많대요. 전날 기자 회견때는 기자들 별로 없다 해서 이날 자리 여유로울 듯 했는데 말입니다. 저희, 일본, 태국, 등과 영국 스포츠마케팅 프로그램 제작사2명이 관중석에서 우두커니 봤어야 했습니다. (하기사 리버풀은 기자석이 15석 뿐이라 방송 해설자를 제외하고 모두 관중석에서 봐야 했지만요.)만... 결국 지성선수가 막판에 나와 기분 좋은 경기를 보여줘서 한결 기분 업됐답니다. 제 앞에 있던 일본 기자 2명은 "오. 박이네. 박이야. 캡틴이다. 캡틴"이라면서 막 얘기하더라구요. 나중엔 지나가는 저 붙잡고 "박지성이 이적해서 처음 주장 찬거 확실 하죠?"라면서 확인까지 하고 말입니다.
아쉽게도 경기는 0대0으로 끝나고... 저기 왼쪽 구석에서 다소 빛나는게 전광판. 시계는 9시 32분을 가리키고 있고, 스코어는 0대0 그대로 입니다... 맨유 경기장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형 스크린이 없습니다. 당연히 경기 리플레이도 되지 않죠. 그만큼 심판의 판정을 수용한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예전엔 시계 같은 것도 없었대요. 선수들이 몇 분남았는지 서로 세어보고 경기 흐름 망치고(볼을 돌린다는 지 하는 일요) 하는 일 방지하려구 했다나..
어느 덧 팀내에서 입지를 점점 굳혀가고 있는 지성 선수 참 대견합니다. 처음엔 박지성이 뛰는 맨유가 어색해보였는데, 지금은 박지성 없는 맨유가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게.. 저 혼자 생각일 뿐일까요... 덕분에 저까지 현지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돼 버렸으니,,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그렇네요..
아 스콜스와의 호흡 문제를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물어봤는데, 그 정도는 경기중에 흔히 있는 일이라고. 스콜스와 눈이 마주친다해서 100% 공이 와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흐름 맞추다 보면 상황에 따라 공이 올수도, 안 올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본인이 아주 말을 많이 거는 편이 아니라서 선수들과 특별히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스콜스 하고도 가끔 얘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그런다고. 또 드레싱 룸 옆자리잖아요. 그래서 더 한 마디 하게 되고 그런다대요...(근데 이날 스콜스 퇴장당하고 최하 평점받고 그래서 당분간 뾰루퉁하지 않을까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스콜스가 워낙 외곬수적인 기질이 있어서 집도 다른 선수들과 떨어진 데 살고, 좀 그런다 하더라구요. 오히려 친화력부분에선 스콜스보단 지성 선수가 한수 앞설 듯.. 둘다 조용한 성격이라 해도 말입니다.)
주장 완장이요? 아 뭐. (박지성 특유의 말투. 아 뭐~~ ~~ 때문에..랍니다) 하는 순간. 별로 느낌은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저라면 왠지 뿌듯하고 설렐것 같은데...
하여튼 경기내용이 안좋아서 인지... 이날 맨유 선수들 대부분 '인터뷰 사절'이러면서 믹스트 존을 휙~ 하고 빠져나가더군요. 반니는 의례적으로 살짝 웃어줄뿐 '노 인터뷰~'하면서 가버리고, 스미스는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살짝 흔들면서 '안해요'하고 가고, 긱스는 광대뼈 다쳐서 미리 실려나가고, 스콜스도 퇴장당해 미리 빠져나가고 그러더이다. 리오와 플래쳐, 실베스트르(특히 프랑스 기자들의 집중 공략으로 인터뷰를 상당히 오래하더라구요. 프랑스 기자들도 집요한 구석이 있대요. 아주 맨유 얘기서 부터 프랑스 대표팀 얘기까지 한번 와가지고 정보를 다 빼내려가는 듯...) 등이 인터뷰를 했지요.
그나마 친절하게 답하는 카리스마 맨 리오(왼쪽)와 (토튼햄 전에 대한 각오도 물어보대요. 저메인 데포에 대한 공략법이나 뭐 그런 것들 얘기하고...) 프랑스 기자들과 얘기하는 실베스트르. 좀 전에 들은 얘기. 리오가 그랬다는데요. 농담삼아. "어, 지성이가 주장 완장 건네줄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냥 뛰대요..." 그만큼 주장 완장 건이 여기서도 관심이고, 한편으론 의아하기도 하고 한 가 봅니다...
항상 어딜 가나 마음졸이면서 경기를 지켜본다는 에이전트도 이제 한결 마음이 놓인 듯 합니다. 경기에 안뛰면 어쩌나, 막상 뛰면 다치면 어쩌나, 뭐 이런 저런 걱정으로 2시간을 후딱 보낸다는 에이전트사 김팀장과 지성 선수 대화. "아니, 박반장님. 어쩌다가 주장 완장까지 차셨어요~. 왜 때아닌 감투를 다 쓰고 그래. 주장 까지 해봤으니 다음엔 뭘 또 보여주려구요~~!!" "하하하. 그러게요. 아하하하하하"(역시나 위닝 이겼을 때 그 통쾌한 웃음 비스무리한 느낌일 겁니다. 예전에 지성 선수 에이전트에게 전화했다가 수화기 밖으로 들리는 '아하하하' 웃음소리에 제가 깜짝 놀란적이 있다는... 조용해 보이는 지성 선수가 그렇게 화통하게 웃을 줄 몰랐거든요...그러고 보면 컴퓨터 게임이든 진짜 게임이든 지성 선수의 승부욕은 참 알아줘야 하겠습니다...)
토튼햄전 각오를 밝히는 박지성. 전력적으로 자기들이 한 수 위 이기 때문에(한 경기 덜 한상태서 승점 18점대17점이니까 2,3위 끼리 맞붙는다는 건 크게 의미 없다고 하더라구요.. 꼼꼼하게... 은근히 신경 안쓰는 듯 말씀 하시더니.. 언제 그걸 다 세어보셨나요...? ㅎㅎ)
뱀다리 하나. 영어 공부 기사에서 루니 일화에 관한 이민국 직원과의 대화에 대해 이런 저런 의문을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데이비드 미크 할아버지 등과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이민국 직원 할아버지도 합류했거든요. 미크 할아버지 친구라서. 이민국 직원분이 제게 직접 물으시더라구요. rooney, Looney 말씀이요. 제가 '아. 지성선수가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게 아니라 발음이 그냥 그렇게 들린 것 뿐일 겁니다.. '라고 해설해드리자, "아 그렇구나. 전 정말 지성군이 아주 탁월한 유머를 부렸다고 생각했죠. 뭐 저 좋은 대로 해석하면 되겠죠?"하시더라구요. 근데 그분 맨유 광팬 답게 지성 선수 프로필도 꿰고 있더군요. 마지막 한마디. '지성씨가 일본에서 활동해서 혹시 r, l 발음이 일본 사람 같은가요? 그래서 잘 구분이 안되는 거겠지요?' 하여튼 이렇게 진행된 일화랍니다. 이 얘길 들은 진 조금 됐는데, 지성 선수에게 영어 공부 얘기도 듣고 하다보니 이제 기사를 만들어 나갔네요. 하여튼 20000.
뱀다리 둘... 주장 완장 건에 분노한 언론도 있네요. 다른 곳에서는 별달리 언급을 안했는데, 유독 가디언... 거의 맨유 라인 전체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듯... 로이 킨이 사라진 후 맨유 미들진은 죽었다면서... 스콜스의 무뇌아적인 행동, 리오와 오셔의 닭질. 교체 멤버도 제대로 없는 맨유 이러면서 아주 통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건 정말 약간은 차별적인 거 같은데요(여기 미디어 중 가장 진보적이고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가디언이 왜 이런식이었는지 이해를 할수 없습니다만...) 기사 맨 마지막 줄이 그렇네요. 약간 의역입니다. "아니, 도대체 퍼기는 주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개념도 없는 것인가?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박지성이 어떻게 맨유의 주장 완장을 떠맡을 수 있는가? 최고로 당혹스럽다..."(Most perplexing of all, however, was the substitute Park Ji-sung taking the armband after Giggs's departure. Did Ferguson not think it strange giving the captaincy to someone who can barely speak a word of English?) |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
며칠전에 읽었는데... 지우시길 ㅡ.,ㅡ
지울필요까진없죠,, 저 처럼 안본사람들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