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일을 한 이후에 사람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부모님들 외에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별로 없지만 가끔 친분이 있는 고교동창이나 대학동기나 선배들을 만나기도 하죠. 사실 제 스스로 연락하고 찾아가는 경우는 없지만 저를 찾아주는 때에는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저를 찾는 사람 중에 우리 아이들을 진정으로 대해주는 모습이 저는 최고 좋습니다.
도예를 매개로 가끔 제주도를 방문하는 선배가 주말 제주도에서의 행사때문에 어제 왔습니다. 이 선배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배려, 그리고 뭐라도 하나더 보탬을 주고자하는 마음입니다. 지난번에 와서도 영실 쪽으로 한라산 등반을 도와주었고 어제는 만보걷기를 함께 해주며 저녁에 아이들에게 고기파티도 열어주었습니다.
제주도에 살면서 고깃집 방문 겨우 두번째인데, 첫번째는 완이의 입장거부로 셋이서만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어제는 완이가 오히려 먼저 뛰어들어갈 정도였으니 녀석 쓸데없는 불안 방어기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어제 갔던 식당은 구석진 자리에 앉으니 창 밖 풍경이 하나의 액자같습니다.
다시 가도 반가운 광치기해변을 걸으며, 이제는 광치기해변의 풍경을 아직 안 본 사람들에게 열심히 보여주며 제주도만이 가진 용암현무암의 퇴적층의 멋진 풍경을 자꾸 이야기하게 됩니다. 어제는 만조 뒤에 퇴적층들이 막 드러나는 시간이라 훤히 드러난 때보다는 못하였지만 일부 자태라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어제는 기온이 가장 낮은 날이었고, 바람도 몹시 거세고,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발을 날릴듯이 먹구름 잔뜩한 추운 겨울의 전형이었지만 어떤 날씨든 제주도는 다 아름답습니다. 이제 사그러드려하는 가을의 처연한 풍경이 해안가를 따라 바람에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유난히 살가와진 준이가 제 뒤에 와서 백허그까지... 안된 마음에 자꾸 준이에게 마음과 말의 위로를 던졌더니 준이가 그거에 보답이라도 하는 모양입니다. 준이녀석 어제는 전혀 다리도 절지않고 멀쩡한 동작들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종달리 해안산책로까지 좀더 걸어서 찬 바람 속의 만보행을 마쳤습니다. 엄마 선배분이 너희들 보러와서 맛있는 고기까지 사준다고 하더라 라고 집에서 출발하면서 팁을 주었더니 태균이는 그 말에 대한 기대때문인지 운동은 다소 뒷전! 유난히 걷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더니 종달리 해안도로 걷기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버티네요. 차거운 바람과 세찬 파도가 있는 제주도, 어디라도 멋집니다.
놀라운 사실, 태균이가 2-3살 전에 했던 행동... 차바퀴 바라보기 그 행동을 어제부터 완이가 하기 시작합니다. 이제야 자동차에 관심이 생기며 바퀴집착이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완이 감각자극 참으로 늦습니다...
첫댓글 준이의 애정 표현이 찡하니 좋습니다.
태균씨는 확실히 고기파네요.^^
완이가 안타깝지만 한가지씩 발전하니 희망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고기 먹여 주시고 만보행 함께 해주신 도예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