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 영웅의 삶
‘간교한 이성(List der Vernunft)’에 휘둘리어 맹목적 의지를 불사르는 인간에게, 아름다운 삶은 어떤 것인지를 영웅은 보여 주곤 합니다. 상대를 넘어서기 이전에 자신을 초극(超克)하는 삶이 영웅의 삶입니다. 상훈의 인기와 부귀의 명예를 맹목적으로 쫓는 세류(世流) 속에서, 어린 선수 안세영이 광고와 인터뷰와 예능출연을 정중히 사양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자 영웅의 삶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명예를 지향하는 사람들조차 미덕(arete)에 근거해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하기 마련이며, 그렇기에 미덕은 명예보다 더 상위에 속하는 가치입니다(니코마코스 윤리학 1-5). 영웅의 삶은 참으로 고독한 삶입니다. 만난을 무릅쓰고 승리를 거두지만 보상은커녕 세상의 배은망덕에 대해 관대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영웅의 삶이라고 쇼펜하우어는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부록 5).
[보충]
* ‘간교한 이성’ 내지 ‘이성의 간교’는 헤겔이 「역사철학 강의」에서 객관적 관념인 ‘절대정신’의 특성으로 사용한 것이지만, 절대정신을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간교한 이성에 휘둘리는 무명(無明)의 존재입니다.
* 헤겔을 신랄하게 비판한 쇼펜하우어는 무명(無明)의 인간의 특질로 맹목적 의지인 ‘삶에의 의지’를 꼽았습니다. 무명은 주관적 관념의 특성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