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월요일 더움. 중부의 평원지대에 들어서니 덥다.
어제 오후부터 평원이 나타나더니 오늘은 오전 내내 산이라고는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막막한 평야지대를 매우 단조롭게 달리고 있다. 주변은 모두 목초가 자라는 목장이 아니면, 한 없이 넓은 밀밭들이나 옥수수 밭들이고, 아주 드물게 집들이 더러 흩어져 있고, 또 가끔 풍력발전용 풍차도 아주 길게 늘어서 있기도 하고,
또 석유를 뽑는 당나귀 같이 생긴 기계도 더러 보인다.
평원만 계속되니 이제부터는 점점 더움을 느끼겠다. 점심은 길가에 선 선전 간판을 따라들어 가서 중국식 뷔페를 사서 먹었는데, 음식 가지 수는 많았지만 맛은 별로 였고, 오후에도 조금 더 달리다가 3시 좀 넘어서자 포기하고, 길가의 여관에 들어와서 짐을 풀었다. 역시 Inn이라고 하는 호텔보다는 등급이 낮고, 모텔보다는 좀 급수가 높은 여관인데, 식기가 없어 밥을 해 먹을 수는 없지만, 딴 불편은 별로 없고 깨끗하며, 아침 식사는 주는데 아메리칸 브랙파스트 식인데 셀프 써비스라서 마음껏 집어다 먹을 수 있으며, 요금은 방값에 포함된다. 지역에 따라서 가격에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0여불에서 200불 사이니 한국의 물가에 비하여서도 특별히 더 비싼 것 같지는 않다.
저녁은 맥시코 집에 가서 사다가 여관의 방에서 함께 먹었는데, 점심보다는 맛이 좀더 있었다. 사서 오면 팁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돈이 적게 든다고 한다. 방에서 에어콘을 크게 틀어놓고 밥을 먹었더니 갑자기 기침이 쏟아지고, 콧물이 많이 나와서, 벗었던 얇은 쉐타를 다시 걸쳤으나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다. 물도 좀 사고 산책도 한다고 개를 끌고 식구들이 다 나가기에 나도 따라 나가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도무지 힘이 나지를 않아서, 딴 사람들은 다 큰 매점에 들어간 사이에 개를 붙들고 잔디 밭에 주저 물러 앉아서 넓은 평원 한쪽 끝으로 지는 노을만 한참 지켜보았다. 평원의 낙조 역시 매우 아름다웠다. 개는 줄을 풀어 주었더니 한참씩 혼자서 날뛰고 구르다가도 가끔씩 곁에 와 앉아서 매점에 들어간 식구들이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러니 어찌 정이 들지 않겠는가? 밤에는 피곤하여 딴 날 보다는 일찍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드러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