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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아시아 최초 대형판화전 호안 미로-최후의 열정 (Joan Miro-The Last Passion)』展 |
전시일자 : 2008. 12. 20 - 2009. 2. 22 |
전시작가 : 호안 미로 |
아시아 최초 대형판화전 호안 미로-최후의 열정 (Joan Miro-The Last Passion)』展
김진엽(미술평론가/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부장)
『세계명화대전“호안 미로-최후의 열정(Joan Miro-The Last Passion)』전은 호안 미로(1893~1983)의 후기 대표작들 중 대형 판화 위주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프랑스 최초 사설미술재단이며 미로가 전속작가로 활동했던 매그 재단(Maeget Foundation)의 미로 판화 103점으로, 후기 미로의 예술 세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이번 작품들은 에칭과 석판화로 구성되었다. 미로의 예술 여정
초현실주의로 소개되는 호안 미로의 회화 양식은 단순히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의 작업은 그 자체가 현대미술사이며 그의 작품은 그의 열정이 응축된 현대 미술의 이데아(Idea)이다. 회화 작업 외에도 판화, 꼴라쥬, 시화, 삽화, 도예, 조각 등 모든 미술 장르를 망라한 그의 작업에는 현대미술의 모든 기법들이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작업 초기에는 야수파의 영향을 받았으며 피카소와의 만남 이후로는 입체파와 후기 인상주의로 경도되었으나, 이후 스스로 입체주의를 부정하면서 초현실주의의 대표자로 떠올랐다.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은“미로는 초현실주의의 모자를 쓴 가장 아름다운 붓이다”라는 표현으로 미로를 ‘최고의 초현실주의자’라고 칭송한 것처럼, 미로는 현실 저 너머의 세계를 우리들의 눈이 포착할 수 없는 형태들을 그의 화폭에 담았던 것이다. 유기적 형태의 초현실주의
미로의 초현실주의는 자연적 형태들을 자유롭게 그리고 철저하게 변형시켜 기호에 가까운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려가는 가운데 그림이 여자라든가 새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이다. 나의 그림에 있어 최초의 단계는 자유이고 무의식이다. 그러나 제 2 단계에서는 주의 깊게 계산되어 그려진다.”는 미로의 말처럼 미로의 초현실주의적인 통합은 단순한 자동기술이 아니라 무의식을 구체적인 현실로 재생하는 것이다.특히 생물형태적이고 유아적이며 풍유로운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점, 곡선, 직선들의 사용은 자신이 체험한 세계의 모습을 명확한 기호로 간결하게 환원시켜 나타냄으로써 현실과 환상이 함께 할 수 있는 교차점을 자신의 화면에서 구성하는 것이다.
매그재단과 미로
작가들에게 자유로운 작업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은 1930년대부터 이어진 아이메 매그와 작가들의 관계의 소산이다. 특히 미로는 쟈코메티와 더불어 재단의 대표작가로, 미로의 작품들은 바로셀로나 미로재단과 매그재단에 대부분이 소장되어 있다. 미로와 매그재단은 단순히 화랑과 작가의 관계가 아니라 현이사장인 요요 매그(Yoyo Maeght)의 회상처럼 그들은 가족이었으며 매그재단 미술관은 바로 미로의 작업장이었으며 집이었다.
미로- 최후의 열정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동판화와 석판화가 주를 이루며 대형작품들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아시아 최초라는 상징성 외에도 미로의 작업이 최종적인 결실을 맺는 작품들이라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독자적으로 창안해낸 미로의 독특한 상형 문자와 상징적인 어휘들은 새로운 회화 공간의 구축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이번 전시 작품인 <앨범> 시리즈는 그러한 문자적 상형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작품들이다. 미로가 기존에 다루어 왔던 새, 여인 등의 형태들이 압축되어 나타나는데, 이것은 그의 기본적인 회화 세계의 변화라기 보다는 그의 계속적인 실험의 연속선상으로 이해되어져야 한다.
미로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화폭을 자신의 표현 방법을 보여주기 위한 크고 작은 표면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표면을 얼룩지게 하거나 문질러서 시각적 현존성을 부여하고, 그 위에 여러 가지 기호나 상징들을 그려나간다. 이것은 의식적으로 고안하고 구성하는 작업과 즉흥적이고 행위적인 기법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작업한 것이다. <저속한 붉은 광장>, <녹색과 보라 갈색이 겹쳐지다>, <오렌지가 겹쳐지다> 등에서 그러한 작업의 흔적들을 알 수 있다.
호안 미로의 작업은 합리적인 사고의 활동 영역 뒤에 숨쉬고 있는 잠재된 무의식의 풍부한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생물 형태의 특성을 포착하여 화면 전체가 환상의 세계로 변화하는 것은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현상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 숨겨진 세계에 대한 체험이다. 호안 미로의 특징은 자신의 작품을 어떤 유형에 결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고집한다는 것에 있다. 특히 은둔자의 생활을 하는 후기와 말년의 작업에서도 그의 실험은 계속되었다. 어떤 주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닌 삶의 느낌을 다양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그의 작업은 바로 예술가의 초상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