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종다리가 많은비를 뿌려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나 했더니 아직은 습하고 더운 나날이다 오늘도 숲속의 쉼터 다심원에서 다벗들이 함께 모였다 보라빛 개미취 꽃들이 작은 오솔길을 따라 만발하여 가을의 문턱을 알려주는데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다실엔 태풍에 꺾인 밤송이 장식으로 한발짝 먼저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박쥐 문양의 다식함에 담긴 색색의 송편과 호박 찰떡, 예쁘게 세팅된 약식과 다식들, 제철 과일과 함께 정성껏 차려진 다과상에 모두들 감탄하며 잠시 감상의 시간을 가졌다 송선생님의 앙증맞은 목걸이 다화 장식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 반짝 반짝 아이디어를 선사하신다
오늘 첫번째 차는 대만목책철관음 약간 진한 탕색에 은은한 화향이 감미로운 차였다 두번째차는 맑은 탕색에 목넘김이 부드러운 은시홍로라는 녹차였다 다음은 송선생님의 대룡산벚꽃차 여태껏 벚꽃향은 딱히 맡아보지 않았는데 매화 꽃차 향과 비슷하였다 지난봄 바람에 흩날리던 벚꽃 잎이 작은 나비떼 들이 날아다니는 듯 하던 기억과 함께 아주 귀한 차를 맛보았다 네번째 차는 당귀꽃차 우릴수록 보라색 탕색이 너무나 곱고 몸에 좋은 당귀향도 은은히났다 푸짐한 다식 덕에 배가 불러 지는데 마무리로 잠시(蠶屎)침향발효차를 마시자 속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色.香.味가 잘 어우러진 차회에 아름답고 행복한 여름 밤이 깊어져간다 중정다례헌 선생님이 녹차씨를 정성껏 싹튀워 선물로 나누어 주시니 예쁜 화분에 분갈이도 하고 잘 키워 녹차꽃이 필 때를 고대하며 기분좋게 차회를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밤 보내세요
첫댓글 처서
가까운 이 깊은 밤
나는
아직은 깨어 있다가
저 우렛소리가
산맥을 넘고,
설레는 벌레 소리가
강으로라도,
바다로라도,
다 흐르고 말면
그 맑은
아침에 비로소 잠이 들겠다.ㅡ박성룡 ‘처서기’ㅡ
처서의무더위속에서
茶友들과의찻자리는
오랜세월의
차생활의멋이믇어나
편안함과여유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