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에는 'BYC'라 불리는 오지 트리오가 있다. 봉화(B), 영양(Y), 청송(C). 이 3개 군은 전라북도의 '무진장 트리오(무주, 진안, 장수)'와 함께 우리나라 오지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BYC는 고속도로조차 없는 오지 중 오지다. 봉화는 중앙고속도로에서 영주를 지나 36번 국도를 따라 30여 분 달려야 읍에 닿는다. 거기서 다시 1시간 가까이 달려간 봉화 땅 깊숙한 곳에 청옥산자연휴양림이 숨어 있다.
백두대간의 태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청옥산(1,277m)은 잣나무, 소나무, 낙엽송 등 수령 100년이 넘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빼곡하게 들어서 청정 원시림을 자랑한다.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된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 백천계곡과 100리에 이르는 원시림 계곡을 간직한 고선계곡을 끼고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산나물 '청옥'이 많이 나서, 또는 산 아래 광산에서 푸른 옥이 많이 나 청옥산이라고도 하는데, 유래야 어찌됐건 옥같이 푸른 숲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산처럼 드리운 나무그늘 덕분인지 청옥산은 산보다도 휴양림으로 더 알려졌다. 1991년에 개장한 국립청옥산자연휴양림. 거대한 숲이 산중에 짙푸른 바다를 이루었다.
봉화읍을 벗어나 소천면을 지나면 산들이 더욱 바짝 다가서고, 하늘이 점점 좁아진다. 반가운 청옥산자연휴양림 입간판을 보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구불구불한 비포장길을 1km 남짓 더 들어가야 휴양림 매표소가 나타난다. 멀고 험한 길이 싫지만은 않다. 덕분에 초목의 속살을 고이 간직해왔을 것이기에.
매표소에서 간단히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고 휴양림 안으로 들어서면 머리 위로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먼저 마음을 사로잡는다. 해발 1,277m 산을 휘돌아 흘러온 계곡물이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