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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도박의 원조, 리노(2)...독일 여인과의 이별...그리고 CIA 간부와 재회 |
사진: 머피의 법칙. 갬블러. 삽화, 이기원 작가
(지난호에 이어 계속~)
조반을 대충 마무리한 채 렌트카를 몰고, 태평양 해안선을 따라 LA로 향했는데, 독일여자는 조용하다. 아까, 레스토랑에서 한 이야기 때문인 것 같았다. 모 주방은 문득 호텔에서 본 포스터를 떠올렸다. 롤링 스톤즈 미국공연 말이다.
“헤이, 게르만. 우리 록 공연 보러 갈래?”
“오! 예! 무조건 OK! 어디서 누가 하는데?”
“LA스타디움에서 롤링 스톤즈.”
“와우! 진짜! 진짜!”
“예매를 한 건 아닌데, 현장에 가서 암표를 구해보자.”
“신난다!”
독일여자는 그의 목을 와락 껴안고, 키스 세례를 퍼붓는다. 어제 새벽녘까지 매몰차게 꾸짖던 여자가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다.
그는 비록 빌린 포르쉐지만, 속력을 더 높였다. 포르쉐는 미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당 가격이 2-3억 원은 호가 한다. 지면 낮게 깔려 미끄러지는 승차감은 아우디, 벤츠, BMW를 능가한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와 맞먹는다.
LA에 도착하자마자 점심부터 해결하고, 롤링 스톤즈 공연이 있을 예정인 스타디움 근처를 배회하며, 혹시 입장권 구할 수 있느냐고 묻고 다녔다. 인근 가게든, 신문 좌판대든, 까페든, 술집이든, 닥치는 대로 다 뒤지고 다녔다. 거의 두 시간을 휘젓자 입 소문이 났는지, 어떤 흑인청년이 포르쉐를 찾아왔다. 그리곤 대뜸 말했다.
“롤링 스톤즈 입장권 구한다며?”
“물론, 얼마야?”
“2장에 1천 달러.”
“뭐!”
독일여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잘 하면 뺨따귀라도 칠 태세다. 흑인청년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싫으면 말고.”
흑인청년은 뒷걸음질 쳤다. 모 주방은 차에서 황급히 내렸다.
“좋아, 좋아. 두 장에 1천 달러.”
원래는 VIP좌석이 2백 달러고 일반석은 120달러인데, 이 녀석은 일반석을 5백 달러 씩 요구한 거다. 양복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1백 달러 지폐 열 장을 세어줬다. 흑인청년은 돈을 받고나서 입장권을 내주었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 싸게 준 거야.”
“아니면?”
“2천 달러는 받을 수 있지.”
“네 말대로 오늘이 마지막인데, 내가 안 사면 그냥 날리는 거 아냐?”
“천만에. 공연시간이 다가오면, 암표 구하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알아? 내가 이 장사 한 두 번 한 줄 알아?”
“알았다. 알았어.”
“잘 봐. 가짜 아니란 걸.”
흑인청년은 예매권의 날짜와 스템프까지 확인시켜주면서 진본임을 강조한다. 그녀는 창문을 열고, 멀어져 가는 흑인청년에게 악을 내질렀다.
“빠규!”
“우!”
흑인청년도 뒤돌아보며, 인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인다. 엿 먹어! 란 뜻이다. 기겁한 건 오히려 모 주방이었다.
“그러다 총을 꺼내 들면, 어쩌려고 그래.”
“히히...”
독일여자는 베 시 시 웃는다. 운전석에 오른 그는 시동을 얼른 걸고, 거리를 재빠르게 벗어났다.
삽화: 이기원 작가
롤링스톤즈 공연은 오후 7시부터다.
LA스타디움 근처 노천 까페 마주앉은 독일여자는 벌써부터 흥분해 난리다. 롤링 스톤즈의 히트곡들을 흥얼대며, 병 맥주를 연거푸 마셔댔다. 모 주방은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무조건 좋았다. 이런 여자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도박중독증에 공황장애, 강박증 환자인 자신이 독일여자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남자는 성실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오후 3시가 넘자 스타디움 인근에는 청춘 남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자동차는 주차장에 세워둔 채, 동전을 잔뜩 쑤셔 넣은 그는 더 늦기 전에 독일여자를 잡아끌고, 스타디움으로 뛰었다.
벌써 끝이 안 보일 만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공연은 저녁7시인데, 일반석 예약자들이 먼저 좋은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다. 인파 사이를 비집고, 장사치들이 오갔는데, 모 주방은 공연도중에 먹을 것을 미리 사두었다.
오후 5시가 되자 입장이 시작됐는데,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은 1시간 만에 꽉 들어찼다. VIP석은 운동장 안 잔디밭이었고, 무대 정면이었는데, 이미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두 사람은 측면이긴 해도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자리를 잡았다. 조명과 스피커, 앰프가 어마어마했다. 스타디움 어느 위치에서도 다 잘 들릴 수 있도록 설치했고, 무대 위엔 악기들이 배치돼 있었다.
롤링 스톤즈는 정확하게 오후 7시에 등장해 첫 연주를 시작했다. 그의 팬들은 함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했다.
모 주방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걸, 처음 보고 있었고, 독일여자도 그런 것 같았다.어둠이 내리고 싸이키데릭 조명만이 현란한 반주에 맞춰 공연장을 휘감았다. 록에 전염되기는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전설적인 록 커, 미그 재거의 마른 체구가 드넓은 무대를 꽉 채우고도 남았다. 광란적인 무대 매너와 기타, 드럼, 신서사이저 오르간 등이 관람객을 빨아드리고 있었다.
독일여자도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뛰고, 박수치고, 합창하고, 춤추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8만 명이 미그 재거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함께 흥분했던 것이다.
마지막 곡 'set it to peation'을 연주할 때는 LA스타디움이 폭발할 것처럼, 모두가 악을 써댔다. 청춘들이 자기들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있었다.
앵 콜도 세 번씩이나 반복됐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계속 박수로서 커튼 콜을 요구했지만, 미그 재거가 더 이상 힘이 없어, 못 하겠다 하자 환호성으로 위로했고, 공연은 막을 내렸다.
밤 9시 30분이 되어, 몰려나온 롤링 스톤즈 팬들은 거리를 휩쓸며, 노래하고, 춤추고, 괴성을 계속 내질러댔다.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8만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자,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난감한 모양이었다. 술에 취해 싸움 박 질을 하지 않는 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의 질서유지에만 심혈을 기우렸다.
모 주방도 흥분에 취해 날뛰는 독일여자를 준좌 시키느라 무던히 애를 먹었다.
우선 자동차에 태우고, 호텔로 옮겨갔다. 5성급 호텔이지만, 방을 예약하지 않아 거절당했는데, 그가 10달러 지폐를 카운터 직원에게 쥐어주자 맨 꼭대기 펜트하우스를 내주었다. 하루 방값이 8백 달러나 되는데 어쩔 수 없었다.
맥주에 취한 독일여자를 부축하고, 객실로 올라가 옷을 벗기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덩치는 없지만, 키가 큰 값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독일어로 뭐라고 떠들면서 노래는 영어로 흥얼댔다. 춤추고, 노래하고, 펄쩍펄쩍 뛰느라 지쳤는지 금방 골아 떨어졌다.
모 주방은 베란다에 나가 서서 담배를 피워 물고는 고민에 빠졌다. 쟤를 언제까지 건사해야 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었다.
삽화: 이기원 작가
마음으로는 계속 같이 있고 싶지만, 결코 어울리지 않는 상대라고 여겨졌다. 둘이 함께 미국전역을 다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상처를 받는 건, 자신뿐임을 깨달은 것이다. 언젠가는 헤어질 사이이고, 붙잡아둘 명분도 없지 않은가.
여자 때문에 이렇게 혼란스러워한 적도 생전 처음이다.
모 주방에게 있어 여자란 섹스 상대이기 이전에 도박밑천을 뜯어내기 위한 방편이었고, 그 어떤 여자에게서도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
헌데, 독일여자는 다르다.
처음엔 카지노를 드나드는 여자는 다 그렇지 했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단순한 수면제 역할인 창녀나 도박중독자 앵벌이인 줄 착각했었던 것이다. 그녀는 웬 지 함부로 할 수 없는 어떤 진지함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생김새도 그렇다. 창녀들 특유의 난잡한 모양새가 아닌 성실함이 깃들어 있었다. 어쩌다 자기에게 마음을 주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는 새벽 동이 틀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침대 위에서 깊게 잠이 든 독일여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메모를 썼다.
너를 만나서 참 기뻤고, 즐거웠다. 좋은 추억으로 남겼고, 영원히 너를 잊지 못할 것이다. 네가 베를린으로 돌아갈 비행기 삯을 놓고 갈 테니, 독일로 돌아가 잘 지내기를 빈다. 동양 놈이.-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곤 가계 수표책을 꺼내 5만 달러를 긁적여 끊었다.
객실을 나설 때도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했고, 승강기에 올라 1층으로 내려왔다.
카운터에는 체크아웃을 한 뒤, 주차장으로 내려 포르쉐를 끌어내 리노로 향했다. 기분이 찹찹했고, 이유 모를 한숨이 자꾸 새어 나왔다.
해변을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내달리자 해가 떠올랐다.
그에게는 무의미한 하루의 시작이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희망을 주고, 새로운 기분을 주겠지만, 카지노에서 사는 자신한테는 오히려 괴로운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칩을 쌓아놓고, 게임에 몰두할 때면 가는 세월이 귀찮아지는 탓이다. 반면, 밑천을 다 털리고, 알거지로 카지노를 나서면, 맑은 하늘과 비바람, 추위, 허기진 배가 저주스러운 까닭이다.
그래서 바뀌는 하루, 하루가 싫은 이유다. 천국과 지옥을 가늠하는 잣대가 바로, 그 하루이기 때문이다. 그리곤 뇌리를 세차게 때리는 화두도 이제 또 어디로 가나다. 어떻게 밑천을 만든다? 추운 겨울에 신문지 한 장 깔고, 덮은 채, 공원에서 맴도는 것 등이다.
모 주방은 리노 H카지노에서 1주일 만에 백만 달러를 다 날렸다.
사진: 카지노 칩 이미지 캡처
머릿속에 온통 독일여자가 가득 차,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미소와 목소리, 그리고 잘빠진 몸매가 어른댔고, 그냥 같이 여행이나 더 다닐 걸 그랬나, 하는 잡념들이 끊임없이 괴롭혔던 것이다.
그러니 카드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숫자를 착각하고, 엉뚱하게 보너스카드를 요구해 베팅하는 등, 예전엔 전혀 하지 않았던, 아니 절대 있을 수 없는 헛 짓거리를 연거푸 해댔던 것이다.
상대손님들이 다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딜러도 당신 좀 이상하다는 제스처를 해 보였을 정도다.
아니, 어쩌면 그건 핑계일 수도 있다. 도박이란 게 딸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는 것이지만,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반문하고, 과연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회의하게 된 거다. 어쩌면 그로서는 35년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되짚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객실에서 짐 같지 않은 짐을 챙겨 나오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이다. 종전 같으면 충동적인 자살에 휩싸이기 십상이었는데, 이제는 좀 사람다운 생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호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1만 달러짜리 칩 2개가 있었다. 우선,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다 바꿔 지갑에 챙기고 H카지노를 뒤로했다. 마치, 이제는 다시 오지 않겠다는 양 비장함까지 띠었다.
그리곤 택시를 집어 타고 리노 공항으로 향했고, 국내선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내린 곳은 라스베가스였는데, 게임을 하고자가 아니라, 미국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라스베가스 C카지노에 들어서서 VIP룸을 기웃거렸으나 미국인은 보이지 않았다. 한창, 게임 중이어서 딜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미국인이 두 번씩이나 일감을 맡기면서도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기는 이름도 성도 모르고, 직업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당시는 알고 싶지도 않았고, 또다시 미국인이 안기는 일감을 하지 않을 작정이었던 것이다.
이 카지노 아니면, 그를 만나기 힘들 것 같아 슬롯머신에 코인을 집어넣으며, 넓은 홀을 주의 깊게 살폈다.
하루를 기다리고, 이틀을 기다려도 미국인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시 VIP룸에 올라가 경호원에게 10달러 지폐를 쥐어주고, 미국인에 대해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지만, 알려 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모 주방은 등이 달아, 10달러 지폐를 더 얹어주었다. 경호원은 그 때서야 입을 뗐는데, 놀라지 말라는 전제로, 그 미국인이 CIA 간부라는 거다.
그는 진짜 기겁을 했다. 괜히 찾았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잘됐다 싶기도 했다. 연락처를 알 수 없느냐니까, 경호원은 정색을 한다.
손님 신상에 대해서는 일체 비밀인 거, 당신도 잘 알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좀 급해서 연락을 해야 한다니까, 그건 정말 안 된다는 거다.
방법은 하나다. C카지노에서 미국인이 나타날 때까지 죽치는 수밖에 없었다.
모 주방은 슬롯머신 앞에서 코인은 넣을 생각 않고, 다른 관광객들이 노는 걸, 어깨너머로 지켜볼 뿐이었다. 미국인이 언제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었고, 담배 값과 커피 값은 있어야 버티기에 2만 달러는 꼭 쥐고, 풀지 않았다.
자신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고, 문득 놀라기도 했다.
‘허허...’
내가 카지노에서 돈을 아까워하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 여겼다. 독일여자의 추궁이 효과를 본 것 같았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돈이란 돈은 무조건 카드를 보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고, 도박의 매개물이라 여겨왔었는데, 지금은 다른 생각에 붙들려 게임을 외면하고 있다. 준족의 발전이라면 발전일 수 있다.
1주일이 지나도 미국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돈도 조금씩 까먹고 있었다.
VIP룸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드나들자, 경호원이 왜 그러는지 되물었다. 게임은 안하고, 미국인을 목이 메도록 기다리는 이유가 뭐냐는 거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는 없어, 그저 급히 만나야 할 용무가 있다고, 뻥을 쳤다. 마치 정보계통에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떨며 말이다. 그러자 경호원이 워키토키로 사무실에 연락하더니, 오늘 아니면 내일쯤 올 거라고 했다. 모 주방은 10달러 지폐를 그의 양복 윗 주머니에 꼽아 주고 물러났다.
‘제발 낯짝 좀 보자. 이 양키 놈아.’
하는 뇌까림이 절로 새어 나왔다. 헌데, 그 미국인이 승강기에서 막 내려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 옐로우 보이 한동안 안보이던데, 고향에 다녀왔나?”
“그게 아니고, 일감 없어?”
“밑천이 떨어졌어?”
미국인은 게임 룸으로 향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빨리 죽어라. 너 도박중독자인 거, 이 바닥에서 다 아는데, 언제까지 돈 퍼다 부을 거야?” “1층에서 기다릴게.”
“마음대로 해.”
삽화: 이기원 작가
미국인은 VIP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비상구로 내려오자, 이번엔 히스페닉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토록 기다린 상대였는데, 막상 마주치자, 겁이 더럭 났다.
이번엔 무슨 일을 맡길까 싶어, 기대하면서도 늘 위험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를 경호원 입을 통해 알아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CIA간부라는 사실이 그 동안의 궁금증을 다 풀어준 셈이었다. 히스페닉은 쓴웃음을 지었다.
“옐로우보이. 너, 주급 3백 달러짜리 일 좀 할래?”
“ok”
모 주방은 단발이 아니라 지속적인 걸 원했다. 그러자 히스페닉은 대뜸 그의 전력을 줄줄이 읽었다.
“너, 모리타니에서 외인부대요원으로 활동했지?”
“...”
모 주방이 픽 웃자, 히스페닉은 고개를 끄떡거린다.
“맞아, 네 뒷조사를 다 해봤어. 국적, 스페인. 남한 태생이고, F대학출신, 공군대위 예편. 우리가 누군지 너도 알지?”
“짐작은 했지.”
“넌 훈련 받은 살인기계니까, 곧장 현장 투입하는 것도 무방할 거야.”
“현장이라니?”
“니카라과 내전에 안 갈래?”
“그러지 뭐.”
그는 망설임 없이 좋다고 했다.
히스페닉은 자동차로 가자며, 고개 짓을 했다. 따라갔더니 서류를 내밀고, 대충 작성하라는 것이다. 모 주방은 필체 좋은 영어로 칸을 메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자동차를 라스베가스 공항으로 몰았다.
“생명수당은 없어. 니카라과 공산반군을 저지하려고 CIA가 비공식적으로 전투요원을 투입해 정부군을 지원 하는 거야. 소련이 알면 지랄하거든. 또 미연방정부도 공식적인 개입을 원치 않아, 정보부서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거지. 네가 트레일러로 플로리다에 운송한 게 뭔 줄 알아? 외인부대 자동화 화기야. 니카라과 정부도 모르고, 미 정부도 몰라. 소련도 모르고. 또 고물 경비행기를 이용해 마약을 운송했는데, 너도 냄새는 맡았지?”
“아니.”
“CIA에 돈이 어디 있어. 의회에서는 중앙정보부가 예산을 너무 많이 쓴다고, 으르렁대는데. 또 CIA에서도 외인부대운영 자체를 모르는 걸로 하고 있어. 국방부로부터 무기를 공급받을 수 없어, 무기중개상들을 이용하는 거고. 헌데, 걔네들이 무상공급해주나? 자원봉사자야? 사회사업하나? 아니거든. 그래서 중남미에서 노획한 마약을 연방정부에 보고하지 않고, 몰래 빼돌려 업자들한테, 무기 대금으로 건네는 거야. 너도 한국군출신이니까, 솔직히 털어 놓는 거야. 부디 죽지 말고 살아와라. 알겠어?”
“...”
모 주방은 아무 말 없이 자동차에서 내렸고, 히스페닉은 엔진을 걸어놓은 헬기에 함께 탔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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