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근의 푸드테라피] 설탕과 인공감미료, 정말 건강에 나쁠까?
입력2017.07.08. 오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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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은 여러 가지 맛 중에 가장 저항하기 힘들다. 단맛은 포도당과 과당의 성질인데, 우리 몸은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단맛에 저항하기 힘들다. 단맛의 최고봉은 설탕이다.
설탕의 비극적 역사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1대 1로 결합된 단맛이 강한 이(2)당류이다. 설탕의 대부분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을 수 있는데 근대 이전에는 사탕수수가 대부분이었다. 사탕수수의 원산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동인도에서 뉴기니아를 연결하는 남태평양의 아열대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인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설탕을 먹고 있었는데 기원전 4세기에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침공으로 그 존재가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설탕을 세계 무대에 알린 것은 이슬람 문명이었다. 8세기에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 그리고 지중해 연안의 남부 유럽을 석권한 이슬람 문명은 키프로스, 말타, 크레타, 시칠리아, 터키 등에 사탕수수 농장을 건설했다.
설탕 또는 사탕수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넓은 대지와 풍부한 노동력이 필수적이었다. 사탕수수는 지력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번갈아 심어야 할 넓은 땅이 필요했고, 사탕수수로부터 설탕을 추출하는 제당기술은 고도의 노동 집약적인 과정이라서 많은 노동력, 즉 노예가 필요했다. 이렇게 설탕은 환경파괴와 노예노동이라는 역사적으로 어두운 면이 있다.
십자군전쟁 후 유럽에 소개된 설탕은 당시 단맛 하면 벌꿀밖에 모르던 유럽인에게 그야말로 대단한 음식이었다. 처음엔 사치품이던 설탕이 인기를 얻자 포르투갈은 이미 15세기경에 대서양의 섬에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했고, 넓은 대지와 노예로 부릴 원주민이 많은 브라질로 사탕수수를 옮겨 심고 농장을 확대한다. 17~18세기, 카리브해에는 여러 섬이 있었는데 유럽인의 착취와 전염병 때문에 섬 주민 전체가 죽은 후 빈 섬이 되었다. 이 섬에 사탕수수를 옮겨 심고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대량 납치해 노예로 부렸다고 한다.
설탕은 만병통치약이었다?
이렇다 할 좋은 약이 없었던 과거에 설탕은 약이었다. 순백의 가루가 주는 아우라에 더해 당시 만연하던 영양실조와 쇠약감을 바로 풀어주는 고칼로리이기에 효과가 좋았다. 11세기 아랍의 위대한 의사 이븐시나는 ‘설탕은 만병통치약’이라는 글을 교과서에 남겼는데 당시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유럽의 의학계도 17세기까지 그의 이론을 많이 따랐다고 한다. 15세기 유럽 의학의 중심지던 이탈리아의 의학서에도 설탕은 ‘열병, 기침, 가슴앓이… 위장병’에 효과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설탕, 천사에서 악마로
귀할 때는 약이었으나 일반인들도 싸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보급되자 과잉섭취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설탕의 해악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논쟁은 ‘설탕-콜레스테롤 논쟁’이다.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장병은 산업혁명 이후 증가해서 20세기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유력한 원인 중의 하나로 설탕이 부각되었는데, 설탕 소비의 증가와 심장병의 증가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다른 한편에는 콜레스테롤 이론이 있었는데 포화지방 섭취에 의한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가 심장병의 원인이라는 이론이었다. 이 두 진영이 치열하게 논쟁한 결과, 콜레스테롤 이론이 지지를 받게 되면서 설탕 이론은 기각되었다. 그러나 사실 지금 보면 두 가지 모두 다른 경로로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 여전히 콜레스테롤이 주연이지만 설탕도 비중 있는 조연을 한다.
설탕은 여러 가지로 건강에 문제를 준다. 설탕의 과당은 특히 위험하다. 설탕은 포도당보다 더 심하게 지방간을 일으킨다. 술을 먹지 않고 생기는 지방간이라고 해서 비알코올성지방간이라고 하는데, 오래되면 심장병을 일으키게 된다. 과당은 중성지방 수치를 높인다. 중성지방이라고 하니까 지방을 많이 먹어야 생기는 줄 알지만 사실 과당을 많이 먹어도 많이 만들어진다. 설탕은 많이 먹을 수 있고 흡수도 잘 되어 비만을 유발하고 인슐린 효과를 떨어뜨려서 당뇨병을 유발한다. 그래서 설탕은 적게 먹을수록 좋다. 각설탕 기준으로 하루에 7개 미만 섭취하길 권한다.
인공 감미료는 해로운가?
설탕의 해악은 심하고 단맛은 포기하기 힘들어서 인공 감미료를 먹는 사람이 많다. 사카린은 1879년에 존스홉킨스대학의 실험실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설탕보다 500배 당도가 높은 물질로 단맛과 약간의 쓴맛이 특징이다. 체내에서 대사되지 않고 배설되어 칼로리가 없어 당뇨병, 비만 등에 많이 권장된다. 1970년대에 쥐 실험에서 방광암이 보고되어 주춤했으나 쥐에게 너무 많은 사카린을 투여한 실험상의 문제와 사람에게서는 암이 보고된 바 없어 현재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위궤양약을 개발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아스파탐은 설탕에 비해 200배 정도 당도가 높다. 1g에 4kcal의 열량이 있으나 보통 쓰는 35mg 한 팩에는 실질적으로 열량이 없다. 아스파탐은 단백질 구조인데 체내에서 페닐알라닌(50%), 아스파트산(40%) 그리고 메탄올(10%)로 분해된다. 이 부분에서 아스파탐의 유해성이 제기된다. 메탄올은 다시 포름알데하이드로 분해되는데 대표적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과일 주스 한 컵을 마셔도 같은 양의 다이어트 음료를 마실 때보다 5배의 메탄올이 나오고 역시 5배의 포름알데하이드가 나온다. 과일 주스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아스파탐을 위험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포름알데하이드는 체내에서 무해한 포름산으로 분해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은 하루에 아스파탐을 먹었을 때보다 1000배 이상 되는 포름알데하이드를 만든다는 것인데 포름산으로 분해된다. 인공감미료의 발암성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아스파탐은 페닐알라닌을 처리하지 못하는 유전병(페닐케톤뇨증)이 있는 사람은 위험하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오랫동안 인공감미료는 비만에 해롭다고 여겨져왔다. 비록 칼로리는 없지만 다른 경로로 식욕을 자극해서 음식을 많이 먹게 해서 살이 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비만학회에서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이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다이어트 음료를 마셨을 때, 물을 마셨을 때와 비교해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물만큼 좋은 음료는 없지만 과하지 않다면 다이어트 음료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유난히 ‘인공’이라는 것에 대해 민감하고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약은 사람이 만든 ‘인공’약인데, 자연적이 아니라고 무턱대고 거부해서 치료의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를 가끔 본다.
설탕과 인공감미료도 균형있게 접근해야 한다. ‘자연’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인공’이 늘 나쁜 것도 아니다.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이 중요할 따름이다.
조홍근 당뇨와 혈관질환의 전문가로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주요 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며, 의사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기적으로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쓰는 글을 쓰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 《내몸 건강 설명서》 등의 저서가 있다.
/ 글 조홍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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