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에서 다대포로
늦게 온 장마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춰 비는 오지 않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칠월 하순 화요일이다. 연일 폭염경보와 열대야로 남은 더위를 어떻게 넘길 지 우리 모두 안겨진 과제다. 한낮에 소나기라도 뿌려준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기상 여건인 듯하다. 태풍은 바람으로 큰 피해를 남기지만 착하게 비만 흠뻑 내려주며 한 차례 지나갔으면 싶은 심정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습관으로 도서관 열람실이 열리는 9시까지 기다리기는 아침에 여유가 많다. 새벽에 잠을 깨 다섯 시 이전 현관을 나서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어 창원천 산책로 운동 기구에 잠시 몸을 단련했다. 반송 공원 숲이 가까워선지 새벽 공기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보안등이 켜진 여명에 내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노인도 좌식 자전거에서 오래도록 페달을 저었다.
한동안 몸을 푼 뒤 창원의 집 앞으로 가서 창원대학 기점 장유로 운행하는 770번 좌석버스를 탔다. 시내를 관통해 창원터널을 지난 장유 농협에서 부산 하단으로 가는 220번 버스로 갈아탔다. 롯데 아울렛과 율하를 거쳐 경마장부터 부산이었다. 생곡을 거친 서낙동강 갑문을 지난 명지에서 을숙도 문화원에서 내렸다. 아침 여덟 시가 되기 전으로 반나절 도보 여정 기점으로 삼았다.
강서에서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하굿둑 제방 인도를 따라 걸어 하단으로 갔다. 하굿둑을 걸어 지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갈맷길과 남파랑길과 겹쳐 다대포에 이르는 강변도로 산책로 따라 걸었다. 배수 갑문 바깥 축대에는 한 마리 왜가리가 먹잇감을 겨냥해 망중한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식성이 좋은 가마우지 세 마리는 근육질 날개를 저으면서 연신 수면에서 자맥질을 해댔다.
산책로를 따라 을숙도대교 밖으로 나가니 하구 맞은편은 명지 신도시 아파트단지가 드러났다. 시야에 들어온 해안선은 가덕도가 거제섬으로 이어졌다. 눈앞 가까이 을숙도 바깥은 상류에서 흘러온 퇴적물이 쌓여 갈대가 자라는 모래등이 낮게 엎드린 채였다. 다대포로 가는 강변도로에서 차선과 나란한 가로수를 곁으로 확보된 보도를 따라 걸었다. 산책로는 십 리가 넘는 길이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둑길 언저리 산책로를 지난번 늦은 봄날 지날 때는 금계국이 피어 장관이었다. 꽃대는 말라 시들고 남은 구간에 조경용으로 가꾼 해당화는 꽃이 저물고 붉은 열매가 꽃사과처럼 달려 있었다. 한 마리 중대백로가 외로이 먹잇감을 찾아 나래짓을 펼쳤다. 아침 조업을 마친 어부의 동력선이 명지 포구로 귀환하느라 을숙도대교 방향으로 물살을 가르며 질주했다.
도시 재생 사업으로 포구를 정비해 부네치아로 명명된 장림항을 지난 홍티항에는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들이 포구 쓰레기를 주워 마대에 채워 담았다. 고니나루 쉼터를 지나니 물운대 바깥 마주 본 두 개 바위섬 형제섬이 아스라이 드러났다. 강변도로 산책로가 끝난 지점에서 다대포 모래밭으로 내려섰다. 낮은 물결이 연안으로 밀려와 연이어 부서지는 모래톱을 따라 걸었다.
다대포 백사장은 워낙 넓어 해수욕장으로 개방한 구역은 몰운대에 가까운 일부였다. 연안 모래톱에는 맨발로 걷은 사람이 다수 보였다. 백사장을 지난 공원 솔숲으로 가니 그곳도 더위를 식히는 이들이 있었다. 매립지에 물길을 내어 산책로로 삼은 언덕에는 조경수로 심은 목수국이 꽃을 피워 하얀 꽃송이가 가득했다. 가뭄에도 나무와 꽃이 시들지 않도록 관수를 계속하는 듯했다.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지하철로 신평을 거쳐 대티를 지난 자갈치로 나갔다. 부산에 가면 혼자 요깃거리로 삼는 남포동 뒷골목 선짓국 가게 돼지껍데기가 한 끼 되었다. 맑은 술을 곁들여 깻잎으로 쌈을 싸 잔을 채워 비웠다. 점심 요기를 마치고 남항 포구로 나가니 대형 어선은 모항에 닻을 내려 있었다. 신선도가 좋아 보이는 고등어와 조기 무더기를 사 하단을 거쳐 창원으로 왔다. 26.07.28
첫댓글
이야!
멋진 그림이구나.
뉴스 경남 읽었다네
자네가 자랑스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