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좋은 재산’은 한적閑寂이다.
한가하고 고요하다. 한적閑寂, ‘한가할 한閑에 고요할 적寂’ 참 좋은 말이다.
‘몸과 마음이 아무런 구속도 없는 편안한 상태’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런 때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중국의 시인 백옥섬白玉蟾은 자신의 서재를 ‘나재당懶齋堂’이라 명한 뒤 다음과 같은 기문을 지었다.
“내키지 않으면 노자도 읽지 않는다. 도道는 책冊 안에 없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으면 장구章句도 보지 않는다. 장구는 도보다 깊지 못하다.
도의 체묘諦妙는 허虛에 있고 징澄에 있고 냉冷에 있다.
그러나 나는 진일토록 바보스럽다. 또 어디서 허를 구할 것이냐.
내키지 않으면 시서詩書도 펴지 않는다. 놓으면 시신이 떠나 버리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으면 거문고도 잡지 않는다. 노래가 줄 위에서 죽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으면 바둑도 두지 않는다. 그림의 흥취는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으면 풍월風月도 대하지 않는다. 선경仙境은 스스로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으면 속세와도 인연을 끊는다. 의관衣冠과 제품諸品이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으면 봄 가을도 모른다. 천행天行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죽으리, 바위는 썩으리, 그러나 나는 나, 영원한 나.
이 집을 나재당이라고 부르기에 어찌 타당치 않겠는가?“
한적한 생활을 더 할 수 없이 예찬한 글이다.
그렇다면 한적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함일까?
‘한閒’자의 자의(字義)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달[月]이 대문(大門) 안에 들이비치는 것이 바로 한(閒)자라고 한다. 옛날에는 모두 문(門) 안에 일(日)을 넣은 간(間)자와 같이 보아 왔지만, 그 음(音)만은 달리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하여간 한가로움이란 저마다 얻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자 하는 순간 마음도 몸도 가벼워지는 것, 그래서 두목지(杜牧之)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을 것이다.
한인이 아니고야 한가로움을 얻을 수 없으니
이 몸이 한객閑客되어 이 속에 놀고파라
한적閑寂하게 산다는 것, 그것이 글로 쓰기는 쉽지만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누리기가 힘든 것 중의 한 가지이다.
소크라테스는 한적閑寂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재산’이라고 예찬하였다‘고 디오게네스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비밀을 알고 있고, 그래서 매일 한적을 꿈꾸면서도 바쁘다고 핑계를 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꽃 속에 술 한 동이 놓고
친한 사람 없으니 홀로 술을 마시네.
잔 들어 밝은 달 부르고
그림자 마주하니 세 사람 되었네.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나만 따라 할 뿐이네.
잠시 달과 그림자와 어울려
이 봄을 즐기리라.
내가 노래하니 닳은 맴돌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 어지러이 움직이네.
깨었을 때는 함께 즐거움을 나누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네.
영원토록 저들과 세속을 초월한 교유 맺어
아득한 은하에서 만나길 기약하네.
나여! 언제쯤 이백의 <달 아래서 홀로 술 마시네>
의 시 구절처럼 진실로 한가로움은 이것이다. ‘여기며
그 한가로움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일본의 고마쓰에 가서 그 한적을 누리며
닷새 동안 살다가 돌아오리라 마음 먹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여간 떠나자.
2026년 1월 13일.